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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피하느라 세상에 제일 더운 날 산행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난생처음 보는 듯한 더위 속에 배낭을 꾸리는 동안은 찜질방에서 막 나온
사람처럼 땀이 범벅이다. 연신 얼음물과 찬 수건으로 몸을 닦아보지만, 잠시뿐 집을 나서기 전까지는 주위
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영 부담된다. 차라리 빨리 집을 나와 길에서나 버스정류장, 지하철, 터미널에서 시간
을 보내는 것이 훨씬 편할 것 같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테니깐 말
이다. 동서울에서 태백으로 가는 버스는 참 복잡하게 간다, 도중에 영월과 고한을 정차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려는 버스회사의 상혼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버스는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여주, 충주, 제천, 영월, 고한, 사북으로 해서 태백에 도착한다. 태백에서 화방재(어평재)
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오후 6시에 있다. 내가 태백에 막 도착할 즈음은 3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었으나
20분 정도 늦어버렸으니 앞차가 금방 떠나고 난 후다. 1시간 여유가 있어 시가지와 낙동강 발원지 황지를
둘러보기로 한다.
태백 시외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시내버스 운행 시간표를 확인하고
황지(黃池)는 태백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여 어디서든지 도보로 접근이 용이하다.
황지는 당초 하천부지 습지의 중심이었으나 주변이 시가지로 조성되는 바람에 지금은 도심에 인공으로
조성한 연못처럼 되버렸다. 황지는 上池, 中池, 下池로 나누어져 있으며 1일 5,000톤의 물이 솟아나고 있다.
삼수령(피재)에서 남쪽으로 갈라진 빗물은 지하로 흘러 들어 황지에서 분출하여
중지, 하지를 거쳐 낙동강 1,300리 긴 여정을 하는 시발점이 된다.
화방재(花房岺) : 화방재부터 북쪽 대간을 따라 야생화와 철쭉, 진달래가 무리 지어 핀다 하여 꽃 방네라
한다. 어평재(御平岺) : 단종의 영혼이 태백산을 향하면서 넘었다는 전설의 고개
전번 백두대간 하산 길에 화방재(940m)로 내려 여기가 화방재 맞는가 하면서 두리번거리다가 휴게소에서
나오는 사람을 붙들고 화방재가 어딥니까? 하고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어평재는 어딥니까?
여기가 어평재입니다. 어평재는 알아도 화방재는 잘 모르는 형편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만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갈색 도로표시판이 이곳이 화평재임을 가르키고 31번 국도(영월~봉화)와 414번 지방도(화방재~고환)가
지난다.
(05:15) 화방재에서 북쪽 대간 길을 보면 산은 온통 잎깔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폐가 옆 덤풀 사이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화방재 휴게소 건물내에 민박집, 식당, 편의점 커피점이 있고 주유소도 딸려 있다.
민박은 예약을 마친 상태고 식당은 자녁 7시까지 영업을 한다. 태백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갈 수도 있지만
내일 아침과 점심이 걱정되어 식당 문닫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택시를 탄다(15,000원), 식사는 한정식으로
주문하고 내일 점심으로 공기밥을 추가하고 먹다 남은 반찬을 싸가기로 한다.
당일 일기예보는 구름 많음이다. 가끔 해가 난다는 얘기고 비올 확률은 20%, 기온은 32도 전 후다.
(06:00) 수리봉 도착
화방재에서 수리봉까지 약 300m의 고도를 한꺼번에 올리고 나면 그다음 부터는 수월해진다.
출발해서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호흡 조절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그날 산행의 컨디션이 결정된다.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단숨에 올랐다.
수리봉(1,214m) 정상석과 기념 촬영
이름이 제대로 붙어 있는 봉우리들은 무명봉과는 달리 뭔가 다른 점이 있는데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사방으로 숲이 정상을 덮고 있어 조망도 안 되고 바람도 안 통하고 정상석만 덩그러니 있어 오래 머물기가
힘들다.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도
여기까지 오면서 등산 안내도, 이정표, 잘 정비된 탐방로에 만족을 한다.
1,238봉 백두대간 등산로 표시판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의미를 나타내며 관활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다. 산림보호와 관광수입을 동시에 만족하게 하기 위해 산을 가꾸는 정성은 산
입구부터 눈에 보인다.
잎깔나무 조림지와 야생화 군락지
동자꽃
넓은 구렁지나 안부는 야생화 천국이다.
자주꽃방망이
그늘사초와 넝쿨로 뒤 덮혀 있는 탐방로
이질풀
수리봉을 출발하여 국가시설 지역이 있는 곳까지 약 2km는 완만한 오름길로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각종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는 군락지를 지나온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하고 앞만 보고 가지만, 계속 눈에 밟
히고 발길에 채는 꽃들 때문에 저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국가시설물(07:00)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헬기장은 운동장처럼 넓다.
국가시설물에서 헬기장 지나 포장도로 따라 약 300m정도 내려가면 만항재가 나온다.
달맞이꽃
만항재 "하늘숲 공원" "바람길 정원" "산상의 화원" 세 곳을 중심으로 해서 함백산야생화 축제를 7월 26일~
8월 3일까지 열린다.
(07:10) 만항재 휴게소 도착
만항재(1,330m) 표지석과 기념 촬영
만항재는 나라안 차가 다니는 고개 중에서 제일 높다. 가까이에 함백산이 있고 화방재와 정선 고환을 있는
414지방도로는 대한체육회 태백 선수촌까지 잇는다.
함백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
만항재 휴게소에서 함백산 등산로 입구를 찾기 위해 한바탕 헤맸다. 휴게소 좌측으로 난 포장길은 막다른
길로 국가시설물로 막혀 있고 우측으로는 비포장 임도로 운탄길. 하는 수 없이 함백산 정상을 보면서 포장
길을 따라 내려오니 큰 모퉁이를 돌면서 널따란 주차장과 만나고 함백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삐뚜름
하게 서 있다.
함백산 등산 안내도
(07:35) 함백산 탐방로 입구
창옥봉은 만항재에서 20분 도로가 산 넘어로 사라지기 직전이 만항재
창옥봉(1,400m)은 아무런 표지도 없고 gps가 확인을 해 준다.
창옥봉에서 내려서면 펑퍼짐한 구릉지를 통과하는 대간은 좌측으로 함백산 정상가는 차도와 나란히 간다.
태백국유림관리소가 제작한 이정표는 두문동재 6.7km가 다 지워지고 보일락 말락 한다.
차도와 나란히 가는 백두대간
(08:20) 함백산 기원단(咸白山 祈願壇) 도착
얼마 남지 않은 대간 길 나도 무사히 마치도록 기원을 올린다.
기원단 소나무
백두대간 무사 종주를 기원하는 산꾼들의 염원을 메단 리본들
차로 여기까지 오면 함백산 정상은 1.2km 남는다.
정상까지 고도 약 150m로 별로 가파르지도 않아 노약자도 오를 수 있을 정도다.
함백산 정상과 대한체육회 태백 선수촌과 갈라지는 삼거리다. 포장도로를 따라 산 밑까지 가면
포장도로로는 정상까지 1.8km, 산길로는 1.2km, 백두대간은 산길로 이어진다.
수목한계선이 가까워서인지 참나무들이 키가 작아지고 관목처럼 낮은 곳에서 가지를 친다. 숲은 사라지고
밝은 햇빛과 바람이 산등성을 훝고 다니며 야생화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정상까지 퍼져 있다.
야생화를 보호하기 위해 탐방로 이탈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드디어 함백산 정상 능선에 올라선다. 정상을 확인한 후 곧바로 뒤로 돌아서 지나온 길을 살핀다. 만항재,
태백산, 구룡산 구름이 왔가 갔다 하는 사이에서도 아! 내 어찌 잊어버릴쏜가
(09:00) 함백산 정상 도착
함백산 정상 이정표는 두문동재까지 5.2km를 가르킨다.
함백산 KBS중계소
함백산 대한체육회 태백 선수촌
함백산 조형물
함백산(1,572.3m) 정상석과 기념 촬영
정상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기로 했는데 비바람을 동반한 강풍이 불기 시작한다.
큰 카메라를 소지하고 야생화 사진을 찍던 사람이 차도로 급히 하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정상 주변으로 바람과 비를 피할 곳을 찾아보니 마땅한 곳이 없다.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꽉 찼다.
동남풍이 강하게 부는 것을 보니 조만간 저 시커먼 구름을 쫓아낼 것 같다. 일기예보는 오전 9시 쯤 비가
온다고 했다.
2014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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