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9 화방재~함백산~낙동정맥분기점~피재

백두대간 함백산~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바람의 언덕~매봉산~피재②

안태수 2014. 9. 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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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고랭지 채소밭, 풍력발전기, 바람에 언덕에 홀려 발길이 늦어지다.

 

 

태백산 장군봉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하늘을 반쯤 가리고 있는 커다란 산과 마주친다.

9부 능선에는 찻길이 머리띠를 두른 것처럼 선명하게 나 있고 꼭대기에는 안테나가 여럿이 모여 있는 것도

보인다. 어디서부터 수목한계선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정상에 나무가 없고 돌들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함백산 남한에서 여섯 번째 (한라산 1,950m, 지리산 1,915m, 설악산 1,708m, 덕유산 1,614m, 계방산

1,577m, 함백산 1,573m) 높은 산이고 차가 오를 수 있는 제일 높은 고개 만항재를 중턱에 두고 KBS 중계탑,

대한체육회 선수촌 등 정상을 쉽게 허락한 산으로서 사철 탐방객이 끊이질 않는다.    

 

 

바위채송화

 

(09:15) 함백산 정상에서 북쪽 기슭으로 내려서면 KBS으로 가는 차도와 만나고 헬기장이 덩그러이 벼랑

끝을 차지하고 있다.

 

잠시 햇빛이 나는 틈새로 북진하는 백두대간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중함백, 은대봉, 금대봉에서 동쪽으로 크게 휘어지면서 비단봉, 매봉산(천의봉)까지

 

고산의 징표인 주목 군락지에 죽어 千年

 

살아 千年의

 

주목들이 고산의 정취를 한껏 북돋운다.

 

(09:30) 주목 그늘 아래서 간단한 아침 식사

 

고한군에서는 함백산 야생화 축제 행사를 위해 등산로와 안내판을 잘 정비 해 놓았다.

특히 제초기로 등산로를 가리고 있는 잡초를 깔끔히 잘라 놓아 풋풋한 풀냄새가 여태껏 풍긴다.

  

너덜, 암괴류 지대를 통과하면서 뒤돌아 보면 함백산의 위용이 장관이다.

 

살아 있는 천년 보호림 '주목'

 

(10:00) 중함백(1,505m) 도착

 

중함백에서 북쪽 대간 길로 5분 정도 가면 바위 전망대가 나오는데 바위가 수풀에 가려 그냥 지나치다가

되돌아와서 고한, 사북, 정선 방향을 감상한다.

  

참나무 밑둥치가 짧은 것은 고산에서는 위로 자라기 버거워 옆으로 퍼진 모습

 

자작나무 쉼터 중함백에서 1.2km 거리

 

갑자기 등산로를 영문으로 A Pathup a Mountain으로 표기하네!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11:20) 은대봉 (1,442.3m) 정상석과 기념촬영

 

고랭지 채소밭, 풍력발전기, 매봉산이 보이고 38번 국도가 눈 아래 지나가니 두문동재(싸리재)는 이 산 만,

내려서면 되는구나.

  

(11:50) 두문동재(싸리재) 도착

함백산을 중앙에 두고 31번 국도와 38번 국도가 포위하듯 감싸며 지나고 두문동재는 38번 국도상에 있다. 

두문동재 밑으로 터널이 뚫려 지금은 구 길이 되어 야생화 구경 나오는 차나 나 같은 사람이 다니는 한적한

고개로 바뀌었다.  

 

산림감시요원에게 부탁한 사진

 

두문동재 휴게소에서 칼국수로 점심

금대봉 야생화 구경 온 중년의 부부가 옆 파라솔에서 말을 걸어 온다. 백두대간 중이라니까 깜짝 놀란다.

①같이 다닐 실 분이 없습니까?

하루 혹은 그 이상을 같이 다니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행동거지부터 시작해서 식성, 음주, 담배,

잠버릇, 말하는 투, 사물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다를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잠시는 몰라도 오래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불편하기 끝이 없다.

혼자 위험하지는 않으시고? 

길을 잃는 위험, 산악사고의 위험, 불순한 일기, 갑작스런 발병, 말벌의 공격, 멧돼지의 습격, 등 산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돌발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사람의 수에 비례해서 발생한다고

보면 혼자보다 위험에 직면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본다.

③부인하고 다니지 그래요?

집사람과는 거죽만 비슷하고 속은 정반대의 구조를 갖고 있다.

결혼 전에 같이 다니면 오누이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당시는 속을 내보이는 사이가 아니고 간과를

능력도 없었지만, 지금은 99%로의 상반된 모순을 가지고 용케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 動的이고 마

누라는 靜的이다. 예를 들면 마누라는 족발을 좋아하고 나는 싫어하고, 겨울에 한 사람은 창문을 열고 한 사

람은 닫고 싸우려면끝이 없다. 

④실례지만 연세는?

내일 모레면 칠십.

백두대간 종주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고 질문하는 사람과 모르면서 질문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12:30)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으로 출발한다.

태백시에서 야생화 보호를 위해 산림 감시 요원을 상주시키며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

잘하는 일이다. 하늘재에 이어 두 번째 근무자를 본다.

방화선처럼 차가 다닐 수 있는 노폭(路幅)이다. 바리게이트 설치.

 

동자꽃 군락

 

발걸음도 가벼운 대간 길

 

좌측은 검룡소(한강발원지), 대덕산으로 가고 우측은 백두대간이다. 

 

피재(삼수령)까지 8.1km 남았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1.2km는 나무랄 데 없는 코스다.

등산로를 밧줄을 꽁꽁 묶어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금지' 경고판을 확실하게 붙여 놓았다. 웬만한

간뎅이가 아니면 줄 넘기를 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야생화는 등산로 옆까지 밀려와 피고 있다.  

 

(13:00) 금대봉 (1,418.1m) 정상석과 기념 촬영

 

(14:00) 쑤아밭령

 

산죽밭

 

 

(14:40) 비단봉(1,281m) 정상석과 기념촬영

비가 뚝뚝 떨어져 얼른 비옷을 꺼내 입는다. 천기(일기)와 내기하는 愚를 범하지 않기로 한 교훈을 얻은 게

엊그저께가 아닌가?

 

양대강 발원지 탐방길. 검룡소(한강)↔황지(낙동강) 18km

  

비단봉에서 고랭지재배단지와 접경을 이루는 곳까지 600m 정도 오면서 비를 흠뻑 맞았다. 

잡목으로 뒤엉켜 길 찾기는 물론 숲을 헤쳐나오기조차 힘든 상황인데 비까지 나무에 떨어진 빗물과 섞여

우의를 타고 내려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고 신발 안까지 차고 들어와 발은 질퍽거리는 신발 속에 갇힌 꼴이다. 

겨우 숲을 빠져나와 초지(채소밭)를 연상시키는 광활한 초원을 보게 된다. 단숨에 걸음이 멈춰지며 혹시

길을 잘못 들지는 않았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정표의 화살표 방향으로 (바람의 언덕 1.3km, 매봉산 2km)

쫓아간다. 멀리서 숲의 경계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채소밭 길이 사방으로 나 있기 때문에 숲과 붙은 길을

찾아야 하는데 빤한 길을 두고 행여 대간을 놓칠세라 걸음은 한참 더디다.

   

이정표는 어디도 없다.

광활한 개활지에서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대간인지도 의심스러운 판에 정확한 지점을 찾는다는 게 황당하다.

멀리 보이는 매봉산 같은 방향으로 난 길을 열심히 따라간다.

 

1km 만에 만나는 이정표 거기에 새겨진 글자는 보나 마나 반가움의 극치다.

 

넓은 구릉지에 싱싱하게 자라는 채소도 보이고 풍력발전기도 쉼 없이 돌아가는 것도 보인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모든 게 정상으로 작동하는 것 같아 

도의 한숨이 나온다.

 

바람의 언덕 입구에 세워진 백두대간 표지석 잘못하면 여기가 매봉산인 줄 착각하겠다.

 

바람의 언덕은 매봉산 북쪽 기슭에 고랭지 채소밭이 조성되고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바람이 많은 곳으로 변한 곳이다. 그날 다행히 날씨가 흐린 관계로 사나운

햇빛은 없었지만, 나무 하나 없고 그늘막도 없는 산꼭대기에선 화상을 피하려면 자외선 크림을 듬뿍 발라야

하고 양산이나 챙이 큰 모자를 써야 한다.  

 

매봉산 정상 부분 능선에 거대한 풍력발전기 8基가 서 있는 풍력발전단지

 

(16:00) 매봉산 도착

 

매봉산의 산불감시초소, 전망대, 통신사 기지국 등이 있고

 

매봉산(천의봉 1,303.1m) 정상석과 기념촬영
매봉산은 태백산맥(낙동정맥)과 소백산맥(백두대간)의 분기점을 이루며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산이다.

 

매봉산 남쪽은 경사가 급하고 북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25년 전 한미재단에서 북쪽 기슭에 20만 평의

산지를 간하여 전국 제일의 고랭지재배 단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랭지재배단지, 풍력발전기를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으로 한데 묶어 관광단지로 개발한 덕택에 찻길이

정상까지 올라온다.

 

풍력발전기

 

백두대간 낙동정맥 분기점

 

삼대강 꼭짓점 (남한강, 낙동강 ,오대천)

 

백두대간은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차도와 만나면

 

바로 35번 국도 봉화, 태백, 정선을 있는 피재에 도착한다.

 

피재 (삼수령 三水領)는 삼척 지방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황지로 넘어 오면서 피해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전한다.

 

(17:00) 피재 도착할 즈음 비는 거의 멈추었다. 

태백에서 피재까지는 10km 안팎의 거리밖에 안 되니 10분이면 차가 도착한다. 택시를 호출하고 젖은 짐

정리를 한다. 신발 안이 질퍽거려 내일 산행이 걱정된다.

산행을 마치면 늘 하는 일. 목욕탕을 찾고 식사를 하고 숙소를 구하는 일들을 다 마치고 오늘은 한 가지

더 한다. 신발 가게를 찾아 나섰다. 가계 안에 진부령을 배경으로 한 백두대간 완주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오늘 비 맞은 이야기를 하면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깔창을 그냥

 주면서 신발을 열심히 말려보라고 한다. 그리고 무사히 종주를 마칠 것을 기원해 준다.     

 

 

 

 

 

 

 

 

                                                         2014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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