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벚나무가 고찰이요 보물이다.
오늘은 절보다 산이 더 급하다. 구름이 점점 낮게 깔려오니 등산에는 절을 우회하고 하산에 답사하기로 한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가시거리를 내주지 않아 국립다도해해상공원 전망은 나무아미타불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마치고 절 후문을 통해 역순으로 답사에 들어간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능가사 담벼락을 끼고 자라고 있는 오래된 벚나무와 벚꽃, 길바닥에 흩어져 있는 낙화 그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꽃잎이었다.
八影山 楞加寺 一柱木
주차장에서 바라본 능가사 전경이다. 일주문이 없다. 대신 사천왕문 앞에 키 큰 침엽수가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도 일주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다가 멋대로 지어낸 창작이다. 단 두 그루만 있었다면 그럴듯할 건데 여러 그루가 있어 아쉽다.
天王門
고흥능가사목조천왕상(전라남도 시도유형문화유산 제1224호)은 조선 시대 1666년(현종 7)에 천왕문과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사적비에 기록되어 있다.
광목천왕(廣目天王, 西, 백색, 삼지창, 보탑), 증장천왕(增長天王, 南, 적색, 용, 여의주)
지국천왕(持國天王, 東, 청색, 검), 다문천왕(多聞天王, 北, 흑색, 비파)
大樓
범종각
고흥 능가사 동종(보물 제1557호)
조선 시대 1698년 김애립(金愛立)의 작품으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17세기를 대표하는 범종으로 손 꼽힌다.
即心是佛
연지
대웅전(보물 제1307호)
팔영산 자드락 평지에 세운 절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의 말사이다. 한 때 호남의 4대사찰(송광사, 화엄사, 대흥사, 능가사) 중 하나였다고 한다. 사적비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원년 아도화상이 창건하여 보현사라 했다고 하는데 이는 능가사와 연관지을 근거가 없어 신빙성은 없다고 한다. 조선 정유재란 때 불타 1644년(인조 22)에 중창을 하며 능가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뒤 영조 44년, 철종 14년에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 불보살님 (아미타여래, 문수보살, 석가여래, 보현보살, 약사여래)
사적비각, 응진전, 5층석탑
고흥 능가사 사적비(전라남도 시도유형문화유산 제70호)
이 비는 능가사의 창건에 관하여 기록하고 있다. 비문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3년(419)에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보현사’라 하였다 한다.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 버린 것을 인조 22년(1644) 정현대사가 다시 건물을 지어 ‘능가사’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건립연대는 17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흥 능가사 추계당 및 사영당 부도(전라남도 시도유형문화유산 제1264호)
조선 시대 후기 불교 탑으로 승려로 사제간인 추계당 성안과 사영당 신희의 부도이다 이들 부도의 조성연대는 능가사 사적비문에 기록되어 있다.
초화원
구름 사이로 팔영산 전망
동백나무
벚나무
절 마당 정원을 독차지하고 있다. 개 눈에 똥밖에 안 보인다고 내 눈에는 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름드리 벚나무로 추정컨대 100년은 훨씬 지난 것 같다. 창경원 벚꽃을 옮겨 심은 서울대공원과 여의도 윤중로와 비교가 된다. 11년 전에는 산만 보이던 것이 이제 나무도 보이는 것을 보면 자신이 많이 나약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웃 나무들과 키 경쟁할 필요 없어 옆으로 마음껏 가지를 펼쳤다. 학이 팔영산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다. 벚나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며 이런저런 모습을 담아봤다. 벚꽃이야말로 봄꽃의 대명사라고...
벚꽃은 일본 국화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이곳저곳에 들어와 살면서 벚나무를 가져다와 삼었다. 나아가 궁궐에도 심고 절마당에도 심었다. 이때가 초창기다. 군사정권이 들어서서 전국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수종 가릴 것 없이 심으면서 벚나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난 후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국의 공공시설, 공원, 둘레길, 가로수 등으로 벚나무가 잠식한 사연인 것이다.
벚나무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장미과 벚나무속 식물이다. 벚나무속 식물들이 4~5월 한꺼번에 꽃이 필 때면 우리를 한 참 헷갈리게 하는 매화, 살구, 자두, 도화, 앵도가 같은 과, 속, 식물이다. 그중 벚꽃은 나무 크기로 단번에 알아본다.
팔영교
능가사 돌담길
어쩌면 팔영산 등산을 한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흥반도가 댜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선정된 이유가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는대서 비롯됐다. 산과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팔영산에 올랐다고 자랑질하면 안 된다. 2회 방문 중 전번은 비롤 흠뻑 맞았고 이번은 구름이 시야를 방해했다. 천기가 도와주지 않아 삼 세 번을 다짐한다. 능가사는 불사가 많이 이루어졌다. 유력한 불자가 생겼는지 신도가 많이 늘었는지 절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절이 한층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졌다. 스님들의 노고가 눈으로 보였다.
2024년 04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