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와 보물과 벽화로 가득한 극락보전
지금부터 14년 전 이맘때 우리 명산 100 등산을 하며 영암 월출산에 올랐었다.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 바위 투성이를 빠져나와 억새 벌판 마왕재에 이르러 도갑사와 강진 무위사 갈림길과 마주쳤다. 잠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도갑사로 하산해 버렸다. 이후 무위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생전에 꼭 찾아봐야 할 절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남도 기행 일정에 끼워 넣었다. 아침 쏠비치 리조트를 나올 때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진도일주도로를 빠져나와 진도대교를 건널 즈음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바뀌었다. 전망이 불투명한 해남 바닷길을 버리고 내륙을 관통하는 빠른 길 13번 국도를 따라 강진으로 들어왔다.
月出山 無爲寺 一柱門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산 동남쪽 끝자락 평지나 다름없는 넓은 자드락에 자리 잡은 절집이다. 월출산은 얕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대신 무위사는 안개를 풀어헤치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텅 빈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자 단정하게 일렬로 늘어선 산문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쪼그리고 앉아 일주문 안으로 들여다보니 사천왕문, 누대, 돌계단, 극락전까지 일직선으로 들어섰다. 무수히 다닌 절집 가운데 처음 보는 완벽한 배치 구도이다. 집사람은 와하고 단번에 탄성을 자아낸다.
四天王門
월출산과 어울리게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 잡은 모습에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잠시 고심을 해본다. 고향집에 온 것 같이 포근한 감정이 솟아나는 단아하고 한적한 정경이다. 절집마다 오는 이 반기려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는 듯하다.
증장천왕(增長天王, 南, 적색, 용, 여의주), 광목천왕(廣目天王, 西, 백색, 삼지창, 보탑)
다문천왕(多聞天王, 北, 흑색, 비파), 지국천왕(持國天王, 東, 청색, 검)
普濟樓(누각)
불두화는 아직 일러 부처님 오신 날 기다리는 모양이지...
보제루 석축 사이로 돌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아미타부처님이 계시는 서방정토에 이르렀다.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국보 제13호)
강진 무위사는 신라 617년 (진평왕 39)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조선 1550년 (명종 5) 태감이 중창을 하면서 무위사라 하였다. 극락보전은 조선 1430년(세종 12)에 정면 3칸, 후면 3칸 맞배지붕으로 지었다. 극락보전 안에는 현재 국보 아미타여래삼존벽화와 보물 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백의관음도만 있고 내벽사면벽화 29점은 성보박물관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제313호)
강진 무위사 극락전 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제1312호)
무위사 극락전 백의관음도(보물 제1314호)
무위사 극락전 내벽사면벽화 29점(보물 제1315호)
극락보전
건물 본채에 비해 지봉이 너무 커 불안해 보이지만 세종 때 지은 건물이 지금 것 지탱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축이나 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특별한 의견은 없고 역설적으로 불안함이 주는 안도감이 깊은 여운을 끌고 간다.
極樂寶殿
종무소, 보제루, 청화당
동남아産 야자매트가 전국 방방곡곡 장소 구분 없이 깔렸다. 심지어 백두대간, 국립공원에도 깔렸으니 지방단체는 말할 것도 없다. 언제 멈출 건지 죽을 때까지 지켜볼 작정이다. 우리 동네 야산에는 3년에 한 번 덛 씌우는 것 같았다. 등산로나 산책로에 야지매트를 깔면 어떤 효용이 있을까? 좋은 점 보다 나쁜 점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자연훼손, 환경오염, 미끄럼사고, 발목관절, 국민혈세낭비, 등 환경단체가 모니터링을 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명부전
산신각과 미륵전
大寂光殿(불사 중)
강진 무위사 선각대사탑비(보물 제507호)
선각대사는 신라 말의 명승으로 당나라에 건너가서 14년 만에 돌아와 무위사에 8년간 머물렀다고 한다. 이 비는 고려 918년 (태조 원년) 선각이 54세의 나이로 입적하고 28년이 지난 후 세워졌다고 하며 고려 태조가 선각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이름을 ‘편광영탑’이라 하였으며 비석에는 선각대사에 관한 기록이 새겨져 있다.
강진 무위사 삼층석탑(문화재자료 제76호)
팽나무
소원성취나무
無爲寺 全景
월출산 등산로 입구
사천왕문(後)
무위다원
일주문(後)
탐방꾼이라곤 우리 내외 1 시간여 절집을 둘러보고 나왔다. 집사람과 나와는 답사 동선이 다르다. 나는 산문을 차례로 지나 불보살님이 계시는 전각을 해당 절의 격식에 따라 방문을 하고 문이 열렸으면 들여다보고 잠겼으면 굳이 열어볼 생각은 안한다. 다음은 절이 보관하고 있는 유물을 보고 마지막으로 절 외곽을 한 바퀴 돌며 절을 가꾸는 스님의 공덕을 나무와 초화에서 찾아보려고 애쓴다. 무위사는 월출산 자락 그렇게 높지도 깊지도 않은 곳, 단정한 수목아래 단아한 절집들로 웅장하지 않으면서 장엄한 기운을 간직한 그런 절이었다.
2024년 04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