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9 조침령~점봉산~한계령

남설악 점봉산 오색리~점봉산 왕복

안태수 2021. 9. 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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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명산 100 답사로 야밤 월장하다

 

새벽 4시 오색리 교회 십자가가 밤하늘에 별처럼 떠 있고 가로등이 대 낮같이 주변을 밝힌다. 오색천 한티교 지나 산모퉁이를 휘돌아가면 여기도 마을이 있었네 하고 놀라게 되고 민박마을 펜션이 일렬로 늘어섰다. 마지막 민박집 '세라네민박'에서 도로가 끝나고 세라네 민박집 뒤로 임도가 나타난다. 점봉산 가는 등산로일까? 전날 사전 답사 때 확신이 서지 않아 주민에게 물어봤더니 점봉산은 출입금지 구역이여서 감시카메라가 있고 근무자가 수시 순찰을 돌아 적발 시 30만 원의 벌금을 문다고 한다. 이렇게 무서운 소리만 하고 진작 등산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마을 주민들의신고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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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양양군 서면 오색교회 오색천 한티교를 지나 민박마을로 올라갔다. 주민들의 새벽잠을 깨울세라 발자국 소리까지 죽여가며 조용히 민박마을을 벗어나 좌측 계곡과 산비탈 사이 임도를 약 500m 들어가 외딴집과 공터를 막 지나니 울타리가 막아섰다. '상수원 보호구역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등산로라는 아무런 표시가 없지만 누구라할 것 없이 울타리를 넘었다. 

 

                

(05:15) 앞장이 능선을 피하고 계곡으로 내려섰다. 잠시 멈추게 하고 길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랜턴을 소지한 두 사람이 계곡과 계곡 건너편 능선으로 나누어 등산로가 있을 법한 지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등산로가 확실하지 않아 원 위치로 돌아와 능선으로 올라가 봤다. 산악회 리본을 발견하고 비로소 등산로가 확인됐다. 30여 분 등산로 찾느라 제자리걸음만 했다. 이 코스는 우리 명산 100 점봉산을 찾는 산꾼과 백두대간 종주주자들의 탈출로이다.

 

  

소나무(적송) 군락지

 

 

산악회 리본 확인

 

 

키다리 소나무

 

 

(06:15)바위듬이다. 누구할 것 없이 엉덩이 붙일 만한 바위를 골라 앉았다. 점봉산을 오르다니 감개무량한 표정이다.

  

 

(06:55) 백두대간 조침령↔한계령 오색삼거리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점봉산까지 2,1km 백두대간을 걷는다. 돌이켜보면 2015년 8월 8일 나 홀로 백두대간을 진행하며 새벽 조침령을 출발하여 한계령까지 23,1km를 달리다가 망대암산에서 폭우를 만나 지체하는 바람에 길까지 잃어 인제 119와 국립공원 구조팀까지 출동했다.

 

 

오색삼거리(단목령 4,1km, 오색리 3,0km, 점봉산 2,1km)에서 점봉산까지 능선은 평지 같은 오르막이다. 산체가 워낙 커 평편하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정상까지 꾸준한 오르막이다.

 

   

구조표시목 점봉산(2,1km)↔오색삼거리↔단목령(4,1km)

 

 

토사 유출로 나무뿌리가 드러나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동물은 괜찮고 사람은 다니지 못하게 하면 그 누구한테 이 사실을 알린단 말인가? 차라리 다른 곳으로 탐방로를 만들어 놓으면 자연이 알아서 복원할 터인데...

 

   

바람에 줄기가 부러진 신갈나무

 

 

등고선을 따라 죽은 신갈나무

 

 

수피가 다 떨어져 나가 해체 중인 나무

 

 

줄기 목부는 화상을 입은 듯 썪어문드러 지고 수피와 사부조직은 살아서 뿌리와 줄기 그리고 잎을 생산하고 있다.

 

 

(07:30) 너른이골 갈림길에서 두 번째 휴식이다. 이정표가 너른이골(5,4km) 방향으로 가리키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도 없고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다. 백두대간 하는 양반들아 오색삼거리가 확실한 탈출로이다. 

 

 

너른이골 이정표(점봉산 1,0km, 오색삼거리 1,1km, 너른이골 5,4km)

 

 

은초롱꽃

 

 

말나리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누워 천 년 사는 주목

 

 

정상에 올라서니 교목한계선에 들어선 것 같다. 교목은 사라지고 관목과 초화의 차지다.

 

 

점봉산 주변은 야생화 천국이다. 산은 크고 흙산에 순하게 생겼다. 할머니들도 곰배령은 쉬이 넘었다고 하니 아직 미답인 곰배령(1,164m)이 그렇고 작은점봉산도 이럴 게다. 점봉산에서 바라보면 작은점봉산과 곰배령은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08:30)점봉산(點鳳山 1,426m) 도착

 

 

제주 오름 오르미들과 기념촬영

 

 

우리 명산 100 점봉산 정복

 

 

제주 오르미들 기념촬영

 

 

오늘의 주인공은 한 선생이다. 산림청 우리 명산 100 중에 유일하게 미답봉이다. 점봉산은 공식적으로 2026년까지 비탐방 지역으로 묶여 있어 법을 어기지 않고는 도저히 입산할 수가 없다. 그전에 몇 차례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하곤 하다가 이번 여름을 도저히 넘길 수가 없어 나에게 앞장서 주길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적발 시 벌과금 30만 원 각오하고 오른 것이다.

 

        

이 선생과 기념촬영

 

 

강 선생과 기념촬영

 

 

한 선생은 산림청 우리 명산 100 도전 중에 있으며 아울러 블랙야크 100 산도 같이 도전하고 있다. 우리 명산 100 중 제주도는 한라산이 유일하다. 나머지 99개는 육지로 나와야 하는 이유 때문에 매번 비행기 요금과 하루가 더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같은 우리 명산 100 완등일지라도 제주도인은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축하의 말로 해주었다.

 

   

이 선생

 

 

강 선생

 

 

요산이 점봉산에서 길을 잃다

2015년 8월 8일 18시 46분 1,157봉 한계령 2,1km 남겨둔 지점에서 조난당한 것을 인지하고 인제 119에 신고했다. 출입금지 구역이라 이동통신 설비도 안 갖추어진 상태에서 통화는 불능이고 간신히 문자로 조난 지점과 건강상태를 확인해 주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급속도로 방전되어 30분마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하는 식으로 교신했다. 21시 15분 119 대원 4명과 국립공원 구조대 2명이 한계령에서 출발한다는 문자가 왔다. 22시 59분 한계령에서 1km 지점 진입했다는 문자를 확인하고 호루라기, 랜턴 점멸신호, 야호를 5분 간격으로 보냈다. 23시 12분 구조대의 응답 소리를 듣고 23시 30분 구조대와 만났다. 간단하게 조사를 받고 그들의 안내로 한계령까지 무사히 내려오게 되었다. 그들을 고생시킨 게 죄스러웠지만 백두대간 최고의 험지를 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통과하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다.

 

   

 

점봉산 정상에서 사방을 전망하고 갖은 야생화를 보며 30 여분 즐겼다. 

 

 

아침과 점심 사이 (바나나 1 개, 팥빵 1/4 개, 카스테라)

 

 

설악산 서북능선 연봉

 

 

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 안산, 귀떼기청봉, 만물상, 망대암산 전망 

 

 

서북능선 귀떼기청봉, 끝청봉, 중청봉, 대청봉 전망

 

 

귀떼기청봉, 만물상 중심으로 남설악 전망

 

 

작은점봉산 ,곰배령 그리고 오대산 연봉 전망

 

 

(09:05) 하산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내려간다. 올라 올때 접하지 못한 풍경을 내려 갈 때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너른이골

 

 

(09:50)다시 오색삼거리

 

 

주목

 

 

枯死木 주목

 

 

만장봉, 만물상, 칠형제봉, 여심폭포, 등선폭포, 망경대, 오색약수 등 오색의 비경을 담아 볼 수 있는 주전골이다.

 

 

바위듬에서 다정하게 마지막 휴식

 

 

등산 개시와 동시 계곡 출입금지 지점에서 30분간 알바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온 장소다. 현수막에서 우측 능선 길이 등산로이다.

 

 

울타리 타 넘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안내판이 서 있는 울타리

 

 

임도 끝집

 

 

(11:25) 민박마을 앞 도로이다. 개미새끼 한 마리 얼짱 거리지 않는 쥐 죽은 듯 정막이 흐르는 한 낮에 좌측으로 오색천이 흐르는 골짜기,  물소리만 요란하다, 올라갈 때와 달리 활기차게 내려온다. 점봉산 하산을 끝으로 2박 3일 설악산 여름 휴가를 뜻깊게 마친 환희의 모습이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 체크 아웃하고 같은 단지 내에 있는 오색 그린호텔 사우나로 이동했다. 목욕한 후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김포공항에서 세 분을 배웅하면 끝난다. 오늘의 주인공 한 선생께서 점심 턱을 내겠다 하여 박수로 환영하고 축하를 해주었다. 

 

 

 

 

 

 

 

 

2021년 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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