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40 한계령~설악산~희운각

설악산 오색리~대청~중청~끝청~한계령삼거리~한계령 종주

안태수 2021. 9.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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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여름 산행은 물과의 전쟁이다

 

선자령 산행을 마치고 내일 대청봉을 오르기 위해 오색으로 간다. 대관령을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구비길을 돌아 강릉 IC에서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진하다가 양양 IC에서 빠져나와 설악로를 이용하여 오색에 도착했다. 오색은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어 길이 눈에 익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아 오색지구도 불 꺼진 업소들이 많다. 식당이고 모텔이고 골라 잡을 지경이다. 먼저 식당부터 정하고 느긋하게 숙소를 잡았다. 호사한 관광이 아니고 땀내음 풍기고 돌아다니는 등산이기 때문에 숙박요금이 우선이고  넷이서 한 방에 들어갈 수 있는 방이면 충분하다. 딱 그런 모텔을 골라 숙소로 정했다.     

 

 

(05:00) 오색 남설악탐방지원센터(440m)

제주도 오르미 오름팀 3명과 여름휴가차 2박 3일 강원도 일원 선자령, 대청, 점봉산 순으로 등산 일정을 잡고진행 중 그 이튿날이다. 제주도 가면 늘 폐를 끼치는 사이라 항상 각별하게 생각하며 김포공항부터 산행 일정이 시작되고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와 김포공항까지 배웅하면 끝난다.

 

        

새벽 5시에 오색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여 한계령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 코스는 대청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인 반면 경사는 제일 심하고 10 시간 정도 걸어야 하며 보통 산의 깔딱고개 세 곳은 넘어야 한다. 여름 장거리 산행은 물과의 전쟁이다. 마침 숙소에서 대형 냉장고를 이용할 수 있어 1,8L짜리 생수를 얼려 각자 배낭에 담았다. 점심은 식당에서 준비한 주먹밥과 라면을 중청대피소에서 끓여 먹기로 했다. 버너와 코펠은 내가 준비해 왔다.

 

       

자기 전에 배낭을 다 꾸려 놓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바로 출발하면 된다. 자명종도 필요 없다. 누군가가자명종 보다 더 정확하게 일어날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니깐. 숙소에서 탐방지원센터까지 약 500m 오르막 길이다. 새벽부터 힘을 아끼기 위해 입구 갓길에 세울 작정으로 차를 가지고 갔다. 웬걸 갓길을 도로 차단봉을 막아 놓았다. 잔머리 굴리다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다시 차를 숙소에 옮겨 놓고 올라오다가 빈 차를 만나 짧은 신세를 졌다.

 

 

길은 외줄기 첫 이정표다. 대청봉 4,8km↔오색 공원 입구 0,2km이다. 출발 고도 440m, 대청봉 1,708m, 고도차 1,268m 난이도 최상이다.  소요시간은 시간당 1km 이동하면 5 시간 걸리고  또는 시간당 300m 고도를 오르면 4 시간이 걸린다. 

 

      

(05:55) 너설 삐죽삐죽 솟은 바위틈에서 첫 휴식을 가졌다. 바나나 1 개, 팥빵 1/4 조각 아침으로 공급하다.

 

 

오색 제1쉼터(859m) 구조표시목

 

 

추월자

 

 

설악폭포 계곡이다. 폭포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나다닐 때마다 궁금했지만 가는 길이 하도 멀고 힘들어 계곡을 울리는 물소리로만 가늠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맨들바위다. 등산로 중앙에 떡 버티고 있어 피해 갈 방법이 없다. 바로 옆이 계곡이라 바위는  늘 물기에 젖어 있다. 만만하게 보고 그냥 올라섰다간 미끄러지기 십상 옆에 밧줄을 잡고 통과해야 한다.

 

  

독주골은 길이 없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골짜기다.

 

 

설악폭포교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등성이다. 너덜 지형인 급경사 깔딱고개로 항상 산사태가 도사리고 있는 위험지역이다. 조심해서 통과하다.

 

 

나무계단

 

 

흙, 자갈밭

 

 

(08:15) 오색 제2쉼터(1,262m)는 업그레이드 중으로 통과

 

 

소나무의 사투

 

 

등산로 양쪽 가장자리에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섰는 반가운 소나무 형제문 대청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이며 힘든 역경이 끝나간다는 징표다.

 

 

대청봉 0,5km 남은 지점이다. 이제부터 꽃도 보이고 바위도 보이고 먼 산도 보이고 푸른 하늘도 보인다. 

 

 

쥐손이풀과>쥐손이풀속>이질풀

 

 

마지막 너덜길 큰 바위는 아래로 구르고 작은 바위만 남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가목, 주목, 고사목 즐비.

 

 

콩목>콩과>나비나물속>나비나물

 

 

구름에 가린 남설악 점봉산, 오대산 산릉

 

 

마지막 돌계단

 

 

(09:35) 대청봉 도착

대청은 겨울 산행을 빼고 7 차례 등정 그리고 법정코스는 완답을 했다.  그때마다 감회가 달랐다. 구름을 수시로 이고 살아 맑고 쾌청한 날은 몇 날이 안 된다. 단풍철 정상에 사람들로 가득 차 인증 사진 차례를 기다기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 적도 있다. 설악산 하면 바위다. 고생대 후기 기반암인 편마암으로 화강암이 뚫고 올라온 산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강암 산으로 화강암의 아름다움이 곳곳에 배어 난다.  공룡 등짝을 닮은 공룡능선, 용의 이빨 같은 날카로운 리지 용아장성릉, 바위 소굴 울산바위, 천불동계곡, 십이선녀탕, 오색 만물상. 귀때기청 너덜겅,  다들 화강암이 만들어낸 암릉미의 극치를 이루는 곳들이다.

 

   

대청봉(大靑峰 1,708m) 정상석

 

 

제주 오르미들과 대청봉 기념촬영

 

 

제주 오르미들 대청봉 기념촬영

 

 

대청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대청봉 이정표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지구) 5,0km, 중청대피소 0,6km, 비선대(천불동계곡 경유) 8,0km, 백담사(봉정암 경유) 12,5km, 한계령이 빠졌는데 8,3km이다. 대청에서 보면 오색이 가장 가깝고 백담사가 가장 멀다. 그리고 대청을 가장 짧은 시간에 오르내리는 방법은 오색↔한계령 종주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오색, 한계령 어느 쪽을 들머리로 잡느냐가 중요하다. 오색에서 등산 초반에 힘 있을 때 빡시게 치고 올랐다가 후반에 한계령으로 느긋하게 내려오는 것이 좋다. 

 

    

미나리아재비과>바람꽃속>홀아비바람꽃

 

 

대청에서 중청대피소로 내려가는 바윗길

 

 

구름속 중청과 중청대피소 전경

 

 

(10:00)중청대피소 도착

한참 벅적 꺼릴 시간인데 코로나 19로 대피소 폐쇄 조치가 내려져 있어 한산했다. 대피소 바깥 데크에서 준비해 간 버너로 컵라면 끓이고 오색 식당에서 구입한 주먹밥을 라면 국물에 말아 점심으로 먹었다. 매일 30도가 웃도는 불볕더위에 시달리다가 이곳의 서늘함에 놀라운 기분이었다. 고도차에 따른 기온 변화는 100m 당 0,6도씩 내려간다고 하니 10도 정도 낮다고 봐야 한다.

 

     

중청대피소를 떠나기 전 대청봉 전망

 

 

(10:40)중청대피소 출발이다. 고도를 계속 낮추며 끝청까지 흙길로 이어지다가 끝청부터 한계령 삼거리까지 너덜겅과 암릉 벼랑을 지난다. 중청부터 한계령 삼거리까지 서북능선이고 한계령까지는 백두대간이다.

 

 

중청대피소에서 소청대피소 전망 용아장성릉은 구름 속에

 

 

중청 이정표 (한계령 7,7km, 소청봉 0,6km, 설악동탐방지원센터 10,4km, 백담사 12,3km)

 

 

장미과>조팝나무아과>조팝나무속>참조팝나무

 

 

노박덩굴과>미역줄나무속>미역줄나물

 

 

물레나물

 

 

석죽과>동자꽃속>동자꽃

 

 

지금까지 흙 길을 잘 달려왔다. 바위 틈새를 비집고 올라서니

 

 

벼랑에 암릉에다 너덜겅이 올라앉았다.

 

 

(11:20) 끝청봉(1,609,6m)도착

 

 

끝청봉에서 내설악 귀때기청 북쪽 사면, 용아장성릉, 공룡능선 전망

 

 

못난 자식이 고향에 남아 산소를 지키듯 못생긴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

 

 

못생긴 신갈나무도 마찬가지

 

 

미나리아제비과>꿩의다리속>산꿩의다리

 

 

범의귀과>노루오줌속>노루오줌

 

 

백합과>백합솟>말나리

 

 

기암괴석

 

 

벼랑끝 너덜길

 

 

산비탈 너덜겅

 

 

산비탈 너덜지대

빙하기 이후 산물이다. 지각의 노출된 암벽이 물, 열, 식물의 뿌리 등 풍화를 받아 절리에 따라 파쇄되어 기저부에 쌓인 암설사면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곳이 설악 황철봉, 귀떼기청봉, 무등산 지공너덜 등이며 소규모 너덜은 전국 산지에 분포되어 있으며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들도 많다.

 

 

대청 4,2km↔한계령 4,1km 중간지점 통과

 

 

미나리아제비과>으아리속>개버무리

 

 

국립공원 '안전길잡이'

 

 

장미아과>양지꽃속>돌양지꽃

 

 

벼랑 안전데크

 

 

오르미들 한계령 삼거리인 줄 알고 휴식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등산 중 수분이 부족하면 체온이 상승하여 쉽게 지친다. 등산 중 발생하는 에너지는 대부분(80%) 열로 변한다. 여름철 등산은 탈수로 과열을 초래하여 피로, 경련, 열사병, 등이 발생한다. 물은 몸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물을 어느 정도 마실까? 등산 중 탈수량은 보통사람 기준 1 시간당, 체중 1 kg당, 탈수 5g이다. 오늘 나의 경우 탈수량을 계산해보면

8시간X68kgX5g=2,720g 즉 2,7L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얘기다. 작년 이맘때 이 코스에서 물 좀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을 빈 손으로 돌려세울 때 심정을 회상하며 정리해 본다.

        

너덜길

 

 

(13:25) 내 앞에 가던 한 선생이 너덜길을 통과하다 미끄러져 '앗'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바위틈으로 실족했다. 가슴이 철렁 큰일 났구나! 한 길 정도 깊이의 바위 틈새에 끼었다. 구조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움직이지 말고 본인 스스로 사지를 점검해보라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빠져나왔다. 사지 멀쩡하며 즉시 쾌차하여 신의 은총이 있었다고 위로를 했다, 한 선생은 제주 某교회 장로이다. 

 

 

주목

 

 

무명 침봉을 기준으로 한계령이 가까이 왔음을 안다.

 

 

 (14:30) 한계령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90도 꺾어 한계령으로 진행한다.

 

 

가파르고 긴 나무계단 내려서기

 

 

한계령에서도 보이는 기암괴석

 

 

기암괴석의 갈라진 틈에 서식하는 소나무의 기구한 생명력

 

 

백두대간과 서북능선이 동시에 지나는 한계령삼거리↔끝청 구간 암벽과 너덜겅의 연속 전망

 

 

고사목

 

 

한계령 0,5km 남은 돌계단

 

 

데크 이동

 

 

한계령 뒷산 기암괴석은 남설악에서는 이디서나 보인다.

 

 

석문이라고 하자

 

 

출입통제소 통과

 

 

(16:20)한계령탐방지원센터와 위령비

위령비는 1973년 준공한 한계령 도로공사 중 희생된 108명의 군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108계단과 위령비, 설악루를 세웠다.

 

 

108계단과 雪嶽樓

 

 

한계령(오색령)

 

 

(16:20) 한계령에서 등선대와 칠형제봉 전망

중간에 아찔한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한 산행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제일 먼저 편의점으로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빼다 물었다. 차고 달짝지근한 게 끌리는 시각이다. 한계령 전망대는 남설악을 관장한다. 탐방을 거부하는 점봉산을 위시해 백두대간에서 제일 위험하다는 점봉산 북릉, 이를 지켜보는 오색 등선대, 산줄기 전체가 온통 바위로 빛나는 칠형제봉, 그아래 오색천이 만물상과 폭포 골짜기를 를 끼고 켜켜이 흐른다. 

 

     

 

 

 

 

 

 

2021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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