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40 한계령~설악산~희운각

백두대간 한계령~서북릉삼거리~끝청~중청대피소~대청~소청~희운각

안태수 2015. 9. 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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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내 어찌 너를 잊어버리겠나?


9월은 원래부터 일기가 불순한 달이다. 6, 7월 장마 7, 8월 태풍이 시기를 놓치며 9월에 몰려다니면서

교차를 크게 하여 사람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8월 내내 장마와 태풍에 시달리면서 산행 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 장기 일기예보를 근거로 비를 피해 8월 25일 설악산 희운각 대피소

에 예약을 마쳤다. 출발 예정일 하루 전 고니태풍이 동해를 지나면서 5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천불

동 계곡에는 암석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등산로 일부가 훼손되어 전체 구간의 안전 점검을 위해 등산로

폐쇄 조처가 내려지고 대피소 숙박도 일괄 취소가 되었다. 8월 29일로 다시 예약했다. 이번에는 산행 이튿

날 하루종일 비 소식이 걸쳐 있어 예약 취소 없이 이행 불가 통보를 했다. 드디어 이틀간 해와 구름이 반씩

섞여 있는 일기예보 그림을 보고 대피소 예약을 하고 동서울에서 새벽 6시 30분 첫차를 타고 한계령에 도착했다.       


(09:00) 한계령(1,003.6m) 출발

한계령 정상에는 양양군에서 설치한 오색령 표지석이 있다. 한 지명을 두고 인제군과 양양군이 다툼을 하

모양이다. 어떤 명칭을 쓰던 나완 무관하지만, 귀에 익은 한계령이 더 친숙한 기분이 든다. 높은 고개에

올라서니 더위도 한풀 꺾인 양상이다. 긴소매 옷을 입고 온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서울서 출발하면서

산행에 필요한 물자를 배낭에 담아왔기 때문에 한계령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끝내고 전번 점봉

산 북릉 조난 시 대원들과 함께 하산한 지점은 다음 기회에 차로 둘러보기로 하고 바로 산행에 들어간다. 


한계령 휴게소


백두대간 한계령 기점


108계단부터 시작한다. 등산 초입부터 시작하는 시멘트로 만든 108계단은 설악루 입구에서 끝난다. 일일

이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폭과 높이가 일정한 것을 보니 꽤나 정성스럽게 쌓았다는 인상을 준다. 한계령 고

개를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지방을 잇는 고개를 군사 작전도로로 만들면서 군 장병이 투입되어 공사중 사망

한 108명의 군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죽은 숫자 만큼 계단을 설치했다고 하는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설악루


한계령 위령비와 탐방지원센터

남설악과의 경계를 짓고 인제 북면과 양양 서면을 잇는 44번 국도는 군인들이 투입되어 개설한 도로로 

공사중 사망(108명)한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새운 비석.  


이곳 출입 통제문만 막으면 한계령을 통한 설악산 입산은 불가능할 것 같다. 당일치기로 설악산 등반 행위

를 마치려면 하절기는 오전 3시부터 12시까지, 동절기는 오전 3시부터 10시까지 입산을 마쳐야 한다. 대

피소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예약하려면 국립공원관리공단 회원으로 가입되어야

한다. 오래전에 지리산 주하면서 가입한 사실이 있어 그 근거로 쉽게 예악을 했다.  


계단구간

한계령에서 서북릉 능선과 만나는 삼거리까지는 등산로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형편

에 맞게 설치하여 등산로를 잘 꾸며 놓았다. 흔히 산에서 만나는 깔딱고개가 연속으로 이어지지만, 초반

페이스를 잘 지키며 오른다면 주능선부터는 지구력과의 한판이다.  


한계령 0.5km 지점 이정표

한계령에서 서북릉 능선과 만나는 삼거리까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산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간 크게 큰

산을 목표로 다녔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높은 곳부터 정복해 두자는 심산이었다. 소백산이 먼저고 그다음

이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순이었다. 설악산은 단풍이 한창인 가을이었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새벽 2시경

한계령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몰려온 버스들이 넓은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가는 상태 인솔자는 7시 대청, 9시 무너미고개에서 통과 확인을 받고 오후 3시 소공원 버

스주차장에 집결하라고 하며 오후 4시 인정사정없이 서울로 출발한다고 고지한다. 지금 생각하니 참 순진했다.


한밤중이라 경사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기억에 없고 발 앞만 겨우 비치는 해드랜턴을 끼고 25L 배낭에

물 한 병, 시락, 간식을 조금 담고 앞사람의 꽁무니를 쫓아 가면서 한계령부터 시작한 불빛이 능선을

따라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이어지던 모습이 생각난다. 단풍은커녕 땅바닥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09:50) 1,307봉 통과

한계령에서 1km 통과한 지점이 1시간 소요됐다. 시속 1km의 속도라면 경사도가 보통 등산로의 2배 정도

에 해당한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가 다르지만, 보통의 산에서 잘 걷는 사람은 시속 3km, 보통은 2km 내외,

나는 2km 정도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8km 경사도를 감안하면 6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투구꽃


안전 길잡이 표시물

전국 등산로를 관리하는 자치단체에서 고유 안전 길라잡이를 개발해서 산에 부착했으면 좋겠다.

안전산행의 첫번째는 길 표시다. 


폭우 시 위험 지역을 건너는 다리 


가파른 계단


금강초롱

도둑바위골은 한계령 쪽으로 경사를 이루고 있다.


기암


(11:00)서북릉 삼거리 도착

한계령 쪽에서 보면 서북릉 삼거리, 서북능선에서 보면 한계령 삼거리가 된다. 서북능선은 안산, 대승령,

귀떼기청, 한계령 삼거리, 끝청, 중청, 대청까지 약 18km 설악산에서 가장 긴 종주 능선을 말하며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청까지는 백두대간 서북능선과 겹치기도 한다. 설악산에서 등정과 하산 거리를 포함하면 가

장 길고 힘든 구간이다.  


주목

남한에서는 돌이 제일 많은 산이다. 잠말란이란 가죽 등산화를 새로 사 신고 왔는데 가죽이 돌부리에 채여

하얗게 벗겨졌다. 서북릉 삼거리에서 대청봉까지 약 6km를 400m 고도를 높여야 한다. 그 사이 약간의 평

탄길도 있지만, 대부분 너덜같은 돌과 뾰족한 바위로 된 오르막을 계속 걸어야 하니 가쁜 숨이 끝날 줄 모른다.


귀떼기청 북측 사면과 용아장성의 암릉과 암봉들

지나온 능선


진행할 능선


여름 산행은 금방 지친다. 땀이 많이 나며 호흡도 빨라진다. 물을 마시기 위해서 자주 멈추며 평상시 속도

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숲이 하늘을 가려 바람과 전망을 막아 지루함을 가져다줘 짜증도 난다.

여름 산행은 이런 것들과 시름 하는데 의미가 있다.   

고목


바위가 많은 산이라 전망처가 많다. 대청으로 진행하면서 내설악의 심장부가 오롯이 드러나 있다.

주목 사이로 보이는 귀떼기청을 중심으로 하는 서북능선 북쪽 사면과 백담계곡을 빗은 용아장성, 내외

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이 그림 같다.


(11:30) 1,401봉 한계령 3,3km 통과한 지점


귀떼기청은 하루종일 구름을 이고 있고


진행 방향 잡목 사이로 너덜이 드러난다. 경사면에 걸쳐있고 등로와는 떨어져 있어 통과하지는 않는다.

서북능 귀떼기청 오르막에서 긴 너덜을 걸어 봤는데 움직이는 돌에 넘어질까 봐 조심하느라 진행속도

가 무척 느렸던 생각이 난다. 내일 황철봉 너덜은 돌의 크기도 다양하고 구간도 길고 여러 군데 분포되어

있다고 하니 벌써 신경이 쓰인다.

    

비교적 작은 돌로 된 너덜



(12:30) 1,456봉 통과 한계령 4.1km 지나온 지점


비박 장소


진범


(13:10) 1,461봉 통과


(13:50) 끝청(1,610m) 도착

설악은 높이가 말해주듯 대청까지 오르려면 하루 산행길이다. 가장 가까운 길이 오색에서 5km, 한계령

에서 8km, 소공원에서 비선대 천불동계곡 11km, 백담사 봉정암 13km 거리가 짧을수록 경사가 심해 속

도는 더 늦어진다. 해가 짧아지면 안전 산행을 위해 산중에서 1박을 하는 게 좋다. 나는 두 번 모두 밤중

이곳을 통과하여 끝청이 이렇게 조망이 훌륭한 줄 몰랐다. 점봉산을 포함한 남설악권, 귀떼기청을 중

심으로 한 서북능선, 백담계곡, 용아장성, 대청, 공룡능선, 울산바위 등 내설악을 꿰뚫어 본다. 


끝청과 기념촬영


8월 8일 조침령을 출발하여 단목령, 점봉산, 북릉 통과 시 길을 잃고 8시간 동안 조난하여 인제 119와 설

악산 관리공단이 합동으로 구조작전을 펼친 끝에 새벽 1시 30분에 무사히 구조됐다. 끝청에서 조난지점이

확인된다.


구절초


중청(좌)과 대청(우)이 나란히 보이는 지점 여기까지 오면 큰 고생은 끝난다. 지금부터는 사방이 탁 트인

능선이 시작되며 길도 고속도로처럼 평탄하고 손에 잡힐듯한 정상을 바라보면 없던 힘이 솟는다. 


대청


대청이 점점 가까워지고


드디어 중청대피소가 나타난다. 대피소는 중청과 대청의 안부에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다.


(14:45)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며 대청에 오를 준비를 한다. 그동안 낑낑대며 매고 오던

배낭을 대피소에 좀 맡기려고 하니 감시카메라가 잘 보이는 곳에 벗어두고 가라고 한다. 하기야 아무 데나

내려놓아도 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겠나? 귀중품이란 게 없고 산에서 먹고 자고 하는 일상품이 전부

인데 괜한 세상 의만 잠시 했다. 


(15:25) 대청봉 도착

10kg이 넘는 배낭을 벗어두고 대청을 오르니 하늘을 날 것 같다. 0.6km 거리를 가뿐하게 오른다. 하늘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뭉게구름도 피어나고 금방 비를 몰고 올 것 같은 비구름대가 북녘에 진을 치고

있으며 운무가 정상 주변을 바람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10%의 파란 하늘이 이따금 햇빛을 통과시킨다.   


대청봉(1,708m) 백두대간 태백산맥 최고의 峰, 사계절 아름다운 산, 제2 금강산,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

어지지 않는 산, 기암, 괴석, 암릉, 암봉, 계곡, 폭포 등 없는 게 없는 산. 남한 제1의 산이다. 


대청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천불동 계곡을 중심으로 공룡능선과 천화대능선, 화채봉능선 사이로 솟아난 돌들의 향연은 지구 심장부

를 끓고있는 마그마를 들여다보는 듯 황홀함과 혼란스러움이 소용돌이친다.

 

화채봉 속초 동해 방향


오색방향


대청 이정표는 오색 5km, 비선대 8km, 백담사 12.5km


대청에서 다시 중청으로 내려서면 대피소와 중청의 기상대와 군사시설물 그리고 뒤로 소청이 빼꼼히 보인다.

 

중청 대피소 기념촬영


구절초 군락지


소청삼거리에서 소청까지 0.7km


소청 가는 길에 공룡능선, 마등봉, 황철봉을 본다.


소청


(16:10) 소청 이정표 통과 희운각 대피소 1.3km 


희운각 대피소 내려가는 길

지금부터 희운각 대피소까지 약 1.3km를 이런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통해 무릎이 아플 정도로 내려가야

한다. 공용능선을 비롯한 내 외설악의 비경을 마주하면서 하산하는 길은 더위도 잊고 힘든 생각도 잊게

한다.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아름다운 풍광은 높이와 각도를 달리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희운각에서 대청 오르는 구간은 고도 약 600m를 거의 수직으로 올라야 하니 서둘지 말고 주위

풍광을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올라야 지치지 않는다.    


공룡능선의 첫 번째 봉 신선대

 

공룡능선의 이름난 봉들 신선대, 1,275봉, 범봉, 큰 새봉, 나한봉, 천화대 최고의 바위들이다.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17:25) 희운각 대피소 도착에 도착했다. 대피소 정원은 30명 잠자리를 배정받고 잠시 쉰다.

산행 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분들과 반갑게 인사 나눈다. 대부분 1박 2일로 설악을 종주하는 사람들이다.

천불동 계곡이 통제되면서 공룡능선을 넘어 오세암 백담사로 가는 분과 마등령 삼거리에서 비선대 소공원

으로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일 동행이 있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했더니 황철봉 미시령으로 백두대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대피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1인용 코펠과 버너 그리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조리가 되는 간편식을 준비해 왔다. 식당은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북쪽에 몰려있던 비구름이 드디어

소나기를 퍼붓는다. 비를 흠뻑 맞으며 대피소를 들어서는 사람도 있다. 저녁 8시 소등시간에 맞춰 식사를

일찍 마치고 잠을 청한다.   







                                                        2015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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