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낙도 아직 올라가 보지 못한 정상
남원 장기 일기예보를 참고하여 원정 산행 날짜를 잡아도 하루 정도는 구름이 끼거나 비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높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비는 안 올 것 같아 산행 여건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 춘향데마파크가 있는 요천 변 산리지호텔을 출발하여 금지면에 있는 방촌리 고리봉 등산로 들머리까지 약 14km를 20여 분 달려 도착했다.
고리봉은 백두대간 지리산 성삼재 고기리 구간에 큰고리봉, 작은고리봉 두 곳이 있는데 다 고리봉으로 부르며 남원 금지면의 고리봉은 백두대간 영취산 분기점에서 갈라져 나온 장안산에서 금남호남정맥을 따라가다 진안 팔공산에서 서쪽으로 가지 친 섬진지맥의 끝으머리 섬진강 직전 곡성 너른 들 한가운데 성곽처럼 솟은 산이다.
(08:40) 고리봉 등산로 입구(전남 남원시 금지면 방촌리 513-2)
방촌마을 가장자리 끝 방촌교회 앞 넓은 공터에 차를 세웠다. 고리봉 연봉이 흐르는 가운데 중간에 툭 튀어나온 봉우리가 고리봉이다. 배를 메는 고리와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등산안내판과 이정표는 물론 산악회 리본 조차도 안 보인다. 혹시 등산로 입구를 잘못 찾았나 해서 밭 일을 하는 주민에게 물었다. 이장이라는 분이 나섰다. 고리봉 등산로 표시물이 전혀 없는 게 의아하다고 했더니 올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며 등산 중에 불편사항이 있으면 알려다라고 한다. 이장님이 가리키는 마을 뒷길로 빠져들어 갔다.
방촌교회와 느티나무
등산로 찾아들기
좌측 골짜기를 보면 둔치 같고 우측 산기슭을 보면 자드락 같은 길에 소나무와 잡목으로 덮여있다. 경운기가 다닌 길이다.
잡목 숲 사이를 한동안 헤쳐나간다.
원마도가 진 돌더미 제방 석축용으로 모아 놓은 건지?
(09:00)문덕봉~고리봉 등산 안내판
만학골 방촌리 방촌과 매촌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 이정표와 등산 안내판을 세운 것을 보니 만학골 고리봉 등산로 기점이다.
만학골 등산로 입구 이정표 (고리봉 2,9km, 그럭재 9,9km, 문덕봉 13,4km)
방촌리 고리봉→삿갓봉→두바리봉→그럭재→고정봉→문덕봉→도산리로 고리봉↔문덕봉 종주 산행할 예정이었으나 차량 회수 불편(남원 택시 콜)으로 고리봉 왕복 산행으로 변경하다.
암반계류①
곧바로 등산로는 사라진다. 암반이 계곡을 꽉 채우며 흘러간다. 계류에 떠밀려온 돌더미와 쓰러진 나무들이 암반 웅덩이를 메우고 양안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 트레일은 오리무중이다.
암반계류②
천연의 자연 환경이라고 할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풍화와 침식 운반 작용의 결과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암반계류③
일정하게 정해진 트레일이 없어 암반 계곡을 이리저리 이동하며 짐작으로 상류로 올라간다. 비가 오는 날에는 등산로가 폐쇄될 것 같다.
암반계류④
멀리서 보면 큰자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표면이 둥굴게 마모된 큰 돌들이 집중적으로 쌓였다. 이곳 기반암은 화강암이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동악산 도림사 계곡과 같은 지질을 갖고 있으며 함께 변화를 겪은 풍상이다.
암반계류⑤
흠(절리) 투성이 표면이 매끈하고 반질반질하게 깎여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할까?
암반계류⑥
계곡 양안 산과 경계지역에서 토사가 계속 유출되는 바람에 토목 공사장처럼 어수선하다.
암반계류⑦
고리봉 2,0km 남은 지점에서 첫 이정표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코스를 이탈하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내가 어디에 있는가 알고 나니 길 잃을 염려 없고 고리봉 가는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니 여유로워졌다.
암반계류⑧
나뭇가지에 산악회 리본도 나븟끼고
암반계류⑨
지도를 보니 삿갓봉 갈림길 같은데 아무런 표시가 없으니 짐작만 할 뿐이고 바닥이 드러난 것을 보면 산사태는 아니고 수마가 핥고 간 자국 같다.
암반계류⑩ 상류 이정표다.
방촌마을 1,05km 지나 고리봉 1,65km 남은 지점이다. 아직 계곡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약 1km가량의 암반 계곡은 벗어났다. 혹자는 이 계곡을 아흔아홉曲이라 하는데 곧은 협곡에 曲이 발달할 수가 없고 수계가 급류에 무방비한 상태여서 지저분한 환경을 면치 못할 형편이다. 결코 아름다운 경관은 후세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암괴류
암반 계류가 끝나고 여느 산 계곡처럼 바위더미가 내려앉아 돌강을 이루었다.
계류에 쓰러진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가 넘어지고 어떤 나무는 뿌리까지 뽑혔다. 인간이 이런 짓을 했다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을 텐데 자연의 소행엔 관대하다. 인간도 자연의 한 무리임을 잊고 산다. 높은 산에 올라 내려다보면 인간이나 개미나 다를 게 없는데.
방촌마을↔고리봉 딱 중간지점 이정표
암반 계류가 끝나고 평범한 산골짜기로 바뀐다. 만학골 상류이며 고리봉 밑둥 발치가 되는 곳이다.
만학골 탈출하기 위해 급경사면을 오른다.
(10:25) 거의 두 시간 만에 계곡을 완전히 벗어나 능선에 진입했다. 도중에 길을 헤맨 것도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길조심 하고 바위가 많이 매끄러워 더듬느라 지체됐다,
가파른 경사지에 로프 설치
고리봉 고리지점 정상까지 300m는 바위를 오르고 암벽을 피해 난 길을 이용한다.
암벽 로프 설치
급경사 구간 목제 안전난간에 로프 설치
암벽에 철제 안전난간및 로프, 홀드 설치
정상 직전 나무계단 설치
(11:05) 고리봉 도착
정상 중앙에 생뚱맞게 묘 한 基가 쓰여있다. 망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비스듬히 촬영했지만 봉분에 병풍석까지 갖추고 묘지 관리가 양호한 것을 보니 대단한 집안의 어른이고 후손들의 효심이 지극함을 엿볼 수가 있었다. 불교의 업보를 굳이 덜먹일 필요는 없지만 지극정성 온유한 사랑은 결코 害가 되지 않는다.
고리봉(708,1km) 정상석과 기념촬영
동쪽 방향은 지리산 100리 능선이고 섬진강은 발 아래로 흐르고 곡성은 넓은 들 중심에 자리 잡았고 남원은 휘뿌연 먼지에 가렸다.
어제께 오른 곡성 동악산 모습이다. 그 너머로 순천 조계산이라 하고 서남쪽으로 광주 무등산과 순창 강천산이라 하는데 나무가 가려 전망을 포기하다.
(11:50) 고리봉 정상 이정표
고리봉↔문덕봉 종주를 포기하고 나니 시간이 남아돈다. 모처럼 정상에서 점심 포함 1 시간 갸량 느긋하게 즐겼다. 혼자 어떻게 즐기느냐고 묻는다면 긴 종주산행을 산행을 할 때 무얼 생각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야지 초조, 불안, 망상, 악마가 접근하지 않는다. 화두를 주변 것들과 일치되게 하는 노력에 집중할 뿐이다.
다시 고리봉 발치 삼거리에서 만학골로 하산하니 여유로워
나무도 보이고 (쇠물푸레나무) 군락지
꽃도(병꽃나무) 보인다.
'요산의하루'
암반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찢은 후 진정 중이다.
암석공부
화강암에 푸른 띠를 지은 청석 응회암(퇴적암)이라고 하는데 녹니석이 주성분으로 녹니편암(변성암)이라고도 한다.
암석공부
화강암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1 년에 0,1m/m 깍여 나간다면 1억 년에는 10km가 된다. 지질의 역사를 100년짜리 인간이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암석공부
바위가 붉은색을 띠는 것은 철의 산화작용 때문이다.
위험 알리미
사유지 차밭 무단침입 훼손을 경고하는 방송
천지茶
天地茶 농원
차밭 사이로 난 등산로
땅비싸리
성돌
(13:55) 고리봉 전망
산을 벗어나 동네 마실길에서 아낙네와 마주쳤다. 고리봉 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하니 "혼자서요?" "서울서" "차로 새벽에 출발" '7학년 5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자기는 여기에 평생을 살았지만 고리봉까지는 못 가봤다고 햐며 나더라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다. 산에서는 보는 사람마다 나를 대단하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사람일까? 고리봉은 그렇게 험준한 산은 아닌데도 만학골은 협곡지형, 상시 산사태 발생 우려, 우기 시 암반의 굽류, 등이 사람의 손길을 마다하는 오래된 숲처럼 보였다.
2021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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