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경 산행지로 유명한 횡성 평창 영월 白德山
매주 토요일 태극기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온갖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내가 직접 보거나 이해 당사
자로부터 직접들은 얘기는 하나도 없다. 신문을 구독 정지한 지도 꽤 오래됐고 방송도 꾸미려고 손이 많이
간 연속극, 오락, 뉴스 등은 안 본 지 오래됐으니 자연스럽게 세상 물정에 어둡게 사는 편이다. 그래도 사
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작금의 탄핵정국은 나라가 소용돌이 속에 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모든 잘 잘못은 법으로 심판하면 될 일을 정치적으로 처리하려는 국회, 언론, 검찰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어느 시점에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끝이 안 보인다. 정부가 손 놓고 있으면 국민이 일어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진정 보수다. 시류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생태적 자유인으로 태어났다. 머리로 판
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판단한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09:20)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흥원사 주차장(유료)
최저 영하 3도, 최고 영상 2도 날씨 오전은 흐리고 바람이 강하며 오후부터 갠다고 한다. 지금은 구름이 산
전체를 덮고 있고 가는 눈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겨울철 일기예보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왜 그런지
잘 모르지만, 찬 대륙성 고기압은 이동 경로가 비교적 한정되어 있어서 예측하기 쉬운 모양이다. 영하 10
도 이하로 떨어지면 산행을 자제해야 한다.
아주머니가 화가 잔뜩 나 있다. 어제 일요일 등산 하고 가는 사람들이 쓰레기 불법 투기 금지 현수막이 걸
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함부로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그 쓰레기봉투를 길고양이들이 죄다 뜯어 놔 주변은
난장판이다. "대한민국 선진국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괜히 나 들어라고 하는 소리 같아 공감한다는 시
늉을 하고 물러섰다. 아주머니 덕에 백덕산 등산로 확실히 숙지하고 출발한다. 문재나 당재 방향으로 가지
말라는 얘기다.
흥원사(관음사)
부근에 유명한 5대 적멸보궁이 있는 법흥사가 있어 寺勢가 위축돼 보인다.
삽사리가 절을 지키고 있다. 등산 차림을 한 사람을 수 없이 봤을 건데 사납게 짖는다. 스님들 수행 정진하
는데 방해가 되겠구나.
개울 이름이 법흥천이다. 사자산과 백덕산에서 발원한 물이 흐르는 곳이다.
계곡과 나란히 가는 임도 여기는 늦 가을 정경이다.
(09:40) 밧줄 난간
계곡을 이탈하고 능선으로 올라서기 위해
산등성이를 지그재그로 굽이굽이 올라간다.
설통바위 (벌통을 놓기 좋게 생긴 바위)
(09:50) 삼거리 능선 시작 (정상 3km)
당재, 백덕산 정상 갈림길이다. 아주머니가 신신당부하던 지점이다. 당재로는 길을 막아 놓았으니 절대 가
지 말고 서릉으로 직등 한 후 정상 찍고 신성봉으로 하산하든지 아니면 갔던 길로 되돌아오라고 한다. 명쾌
하게 일러줘서 머리에 쏙 남아있다.
(10:40) 전망대
겨울 산행지를 놓고 많이 망설였다. 한겨울에 70 나이에 혼자서 산에 간다는 것을 발설하기란 쉽지 않았
다. 아무 산이나 무턱대고 갈 순 없는 일 우리 명산 100중 남은 산 중에서 골랐다. 평창 영월 백화산, 영월
태화산, 울진 응봉산을 연속으로 답사하기로 하고 순서를 정하는데 고심했다. 결국, 서울서 가면서 제일 먼
저 닿는 곳을 선두로 거리순으로 정했다.
셋 중 백화산이 제일 높고 험한 산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눈 산행지로 꼽여 있고 산릉에는 날카로운
바윗길이 많아 주의를 많이 필료로 하는 산이다. 자연 산행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운행해야 한다.
산죽 밭
의자바위
설빙 구간
아이젠을 착용한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눈이 없는 구간을 지나왔는데 앞으로는 주로 북동쪽 사면으로 길이
나 있어 눈이 쌓이고 녹고 얼고를 반복한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밧줄 구간
소원바위
낙타바위
암봉 우회로
능선에 커다란 바위 군상이 길을 막고 있으면 하는 수 없이 돌아가야 하고 길을 터주면 암릉이 된다. 백덕
산은 동쪽 사면은 가파르고 서쪽 사면은 그나마 완만한 편인데 바위 위로 길을 내준 경우는 한 번도 없는
까탈진 산릉이다.
(11:50) 정상 1km 남은 지점
갈림길이 없으면 이정표보다 거리 표시판을 설치하면 좋겠다.
오늘 백덕산 앞선 등반자는 고라니 눈 위 고라니 발자국이 선명하다. 고라니도 나처럼 혼자 흔들림 없이 길
을 간다. 요즘 산 짐승들도 험한 길 마다하고 사람이 만든 길을 간다. 어디선가 까만 눈망울이 나를 지켜본다.
용바위
상고대(눈꽃)
사자산 산릉
설경雪景 속으로
정상 직전
(12:20) 정상 도착
운교리에서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나보고 깜짝 놀란다. "혼자 오셨어요.?" 정상은 열댓 평 정도의 넓이로
좁은 봉우리에 해당하며 바위로 잠식되어 있다. "카메라 주세요. 사진 찍어드릴게" 정상 인증 사진의 도움
이 필요한 순간이다.
백덕산(白德山 1,350m) 정상석과 기념촬영
♣우리 명산 100
서쪽 사자산, 치악산 산릉과
맑은 날이면 북으로 평창군의 수많은 고봉과 멀리 가리산 방태산 오대산까지 동으로 가리왕산 두타산 남으
로는 태화산 소백산까지 이름 높은 산들이 줄줄이 조망된다. 명산의 첫째 조건인 조망권이 뛰어난 것이다.
백덕산 이정표
정상 신선봉 관음사(4.1km)로 하산한다, 참고로 관음사 정상은 (4.2km)
1,345봉 조망
정상에서 신선봉쪽으로 바로 보이는 봉우리를 신선봉을 착각하기 쉽다. 신선봉은 앞 선 봉우리에 올라가야
나타난다. 그리고 신선바위봉은 신선봉에서 볼 수 있다.
1,345봉
신선봉으로 간다.
(13:15) 신선봉 도착
안내판 뒤로 신선바위봉 가는 능선 길은 막아 놓고 있다.
신선봉에서 우측을 크게 꺾어 조금만 내려가면 능선이 잘려나가고
촛대바위
곧 바로 촛대바위가 능선 벼랑에 걸쳐 있다. 바위 우측으로 급하게 내려뻗은 경사는 곧장 짧은 능선을 이루
면서 계곡(괸돌골)까지 이어진다.
촛대바위에서 북사면으로 내려서는 사면은 경사가 심하여 눈도 잘 녹지 않는 곳으로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능선을 따라 하산하다 보면 좀처럼 시야가 트이지를 않아 정상 방향으로 눈길을 자주 돌리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눈 덮인 백덕산(左)과 신선봉(右)이 나타난다. 마치 히말라야에서 만년 설산을 보는 듯 반가웠다.
(13:50) 능선이 끝나는 양지 바른 곳에
옛 화전민 터가 있고
계곡(괸돌골)과 만나 법흥천으로 흘러간다.
황량한 겨울 계곡 을씨년스럽다.
(14:30) 고인돌
고인돌 내부에 움막을 치고 누가 기거하는 모양이다.
마지막 개울을 건넌다.
아침에 올라가던 임도 같은 길을 다시 만나서 오늘 산행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전에 염려했던 거보다
난이도가 낮아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종료할 수가 있었다. 7부 능선 위로는 눈이 얼어붙어 아이젠을 꼭 착
용해야 하며 특별한 산행(종주) 목적이 아닌 단순한 설산 산행이라면 개방된 코스라도 목적을 이루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14:50) 아침에 출발한 관음사로 다시 돌아왔다.
절 구경은 사양한다. 내려오면서 먼발치로 내려다보니 판에 박힌 듯한 절집과 뻔한 가람 배치가 발길을 붙
잡지 못한다. 관음사와 흥원사가 헷갈렸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흥원사로 改名을 했다고 한다.
흥원사 주차장 주변
서울서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 한 줄과 떡, 바나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뜨거운 물과 커피, 늘 배낭에 넣고
다니는 각종 단맛이 나는 사탕, 초콜릿, 과자 종류, 추운 산속에서는 거창한 식단을 금물이다. 식탐에 억지
로 먹다 보면 체하기 십상이다. 산행 중간에 두 번 서서 먹다가 남은 거 차에서 다 먹어 치운다. 저녁 맛있
게 먹는 거로 상상하면서 지금까지 한 끼 식사로 버틴다.
2017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