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阿且山) 그 끝이 수락산이구나!
광장동 사거리 광나루역에서 버스를 내렸다. 정오의 눈부심 가을을 상징하는 태양과 파란 하늘 뜬구름과 바람
이다. 천호대교와 북단 넓은 사거리만 알 것 같고 주변은 너무나 달라져 잠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가늠이
안 돼 바보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잃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 세운다. 워커힐 뒤로 남북으로 길게 늘어
선 푸른 숲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차산이다. 산을 먼저 확인하고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사거리 모퉁이 눈
에 익은 '신선설농탕' 집을 발견 반갑게 들어갔다. 관악산 서울대입구역의 체인점을 알아 설농탕 보통으로 시켰다.
(12:00)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
천호대로 광장동 아차산 입구
서울 둘레길 아차산, 용마산 입구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좀 더 상세하게 기술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서울
둘레길 2구간 광나루역에서 양원역까지는 8.45km이다.
동네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골목길을 기웃거려야 하며 등산복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묻고 또 묻는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은 등산에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마지막 골목을 빠져나와 산과 마을의 경계를 따라
산으로 들어간다.
자연학습장 텃밭을 지나
워커힐路를 횡단하여
아차산 생태공원 습지를 지나
만남의 광장 주차장을 관통하여 아차산 입구 표지석이 덩그러니 서 있는 탐방로를 지난다. 길옆으로 각종 상징
물, 안내판, 이정표, 현수막 등이 산만하게 붙어 산이 주는 호젓한 정서는 사라지고 놀이공원을 찾은 기분이다,
오늘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많은 사람이 이곳 아차산을 찾았다.
길 하나를 두고 문화생태탐방로, 고구려정길, 해맞이길, 아차산정상길, 아차산성길, 서울둘레길과 같은 여러 명
칭이 붙어있다. 과연 아차산 정상은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래도 하나 마나 한 질문을 던진다. 산성은 능선을
따라 축조하고 정상은 능선 위의 최고봉이다. 번잡함을 피해 아차산성길로 진행한다.
야자매트의 진화
야자매트를 접어 또 접어 계단처럼 만들어 오르막에 깔았구나!
나무(침목) 계단
낙타고개 입구
소나무 숲
능선을 걷는 일이 힘이 든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사람이 현저하게 줄어 조용하게 올라왔다.
(12:50) 고구려정
고구려정 전망
대성암 갈림길
너럭바위
해맞이 전망대
전망은 기가막히게 훌륭하다. 城의 자리는 원래부터 전망이 좋아야 적의 칩입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아차산성은 삼국시대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으로 부터 현재 하남 위례의 백제 왕성을 지키기 위해 한강 북
단에 한강을 향하여 세운 城이라고 한다.
롯데월드타워, 청계산, 어린이대공원, 관악산 조망
천마산, 한강 미사리, 예봉산, 검단산 조망
예봉산, 검단산, 대모산, 구룡산 조망
야자매트가 깔린 길은 1보루 올라가는 길이고 아래 쪽은 우회로이다. 번번이 위쪽과 아래쪽 길의 용도를 확인하
고 진행한다. 잘못하다간 삼천포로 빠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차산1보루
보루(堡壘)는 적을 막기 위한 작은 城으로 흙이나 돌로 쌓은 구축몰을 말한다. 용마산 보루는 고구려가 쌓았다
고 안내판에 적혀 있고 아차산 보루는 백제의 것이라고 한다. 지척에 있는 두 곳다 돌무더기만 모아 놓고 니것
내것 따지는 건 신뢰가 가지 않는 역사 이야기이다.
아차산5보루 가는 능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는지 탐방로가 반질반질하다 못해 윤이 난다. 거기다가 각종 시설과 넘쳐나는 안내물을
읽어내느라 짜증이 난다. 산을 타는 게 아니라 놀이터에 와 있는 기분이다.
아차산5보루 입구 안내판
아차산5보루
아차산3보루 입구 안내판
아차산3보루는 아차산 6개소 보루 중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장대(將臺)지휘소 같은 곳으로 추정하며 아차
산 최고봉이 자리 잡고 있다.
(13:20) 아차산3보루 도착
아차산(阿且山 295.7m) 정상석과 기념촬영
아차산4보루 쉼터
아차산4보루 치성(雉城)
4보루는 산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어 여러 가지 군사용(훈련장)으로 사용한 것 같다. 城의 잔해는 돌과 흙을 혼
합하여 쌓은 흔적과 수구터, 동, 서, 남 門址가 남아 있다고 한다. 관심 사항에서 벗어난 것들이라 건성으로 지
나친다.
4보루 억새밭
저수조址
4보루 명품 소나무
4보루 내려서는 계단
(13:35) 긴고랑 갈림길
나무계단 구간
해발고도 500m가 안 되면 산이라기보다 구릉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저 산지 국가로 평균고도가 482m이다.
이는 절대고도를 말하며 상대고도는 300m 이상을 산이라 한다. 구릉지는 별다른 안전시설은 필요 없다고 생각
하는 사람이다. 탐방 혹은 산책 루트를 만들 때 국립공원처럼 500m마다 이정표를 세우고 갈림길이 있는 경우
거리와 상관없이 이정표를 세운다. 이정표에 거리 표시는 필수항목이다. 위험지역이라고 판단되면 탐방로 개설
을 하면 안 된다. 이런 야산에 왜 계단을 놓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산을 오를 때 안전사고는 완전히 본인의 몫이다.
(13:35) 용마산 갈림길 통과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을 당일로 종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용마산 갈림에서 욤마산까지가 왔다 갔다
중복되는 구간이라 이를 피하려고 용마산은 따로 코스를 잡아 폭포공원 용마봉 긴고랑 갈림길로 하산하고 아차
산 망우산 종주는 광나루까지는 버스로 이동하여 서울둘레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헬기장 (용마산 5보루)
570계단 깔딱고개 상단
570계단 깔딱고개 하단
계단 평균 높이 15cm × 계단수 570 ÷ 100 = 85,,5m (고도차)
깔딱고개를 다 내려서니 양 갈래 길이 나온다. 쉼터가 마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산책로 같은 길을 버리고 능선을 향한다. 지금까지 능선을 줄기차게 고집하며 진행해 왔다. 그래야지 망우산 정
상에 오를 수가 있지...
용마산 6보루 통과
야재매트
산불감시초소
비좁은 사거리 이정표에 덕지덕지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중요한 지점인 모양이다. 구리둘레길이 나오
고 시루봉, 관룡탑 등 생소한 지명들이 등장한다. 망우공원묘지와 동락정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14:40) 동락정에서 망우산 순환산책로 접속한다 (순환도로라는 것을 망우묘지 삼거리에 도착해서 알게 됨).
동락정에 가려 보일까 말까한 등산로가 산속(공동묘지 기점)으로 이어진다. 망우리공동묘지 '사잇길'의 시작이
자 끝나는 지점인 것이다. 공동묘지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망우산을 찾아간다.
'사잇길' 에는 사색의 숲, 생명의 숲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어휘로 숲을 명시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공동묘지
가 망자와 산자의 경계를 허무는 인문학의 산실로 환생한 것이다. 망우산2,3보루 가는 길이다.
공동묘지 '사잇길'
망자의 거처를 허락없이 게재하는 것도 초상권 침해이다.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다. 갑자기 위에서 튀어나온 두 청춘 남녀의 물음에 답하느라 망우산 정상 목적지를
까먹고 말았다. 대뜸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요" 마침 구리둘레길로 지나가는 사람이 거든다. "약수터로
내려가면 관리사무소가 나옵니다" 내가 앞장을 서서 약수터로 내려간다.
솔밭약수터
공동묘지에 약수터라 목말라 죽기 전에는 안 마실거다.
망우산 순환산책로 진입
망우산 공동묘역을 한 바퀴 도는 4.7km 산책로 일명 '망우 사색의 길'로 命名.
이중섭 지묘 125m
서울둘레길 표지판 발견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힌 유명인사 49基 중 무식한 내가 아는 분을 소개한다. 방정환(方定煥 아동문학가), 안창
호(安昌浩 독립운동가), 한용운(萬海 韓龍雲 승려, 시인, 독립운동가), 차중락(車重樂 가수), 지석영(池錫永
의료인), 이중섭(李仲燮 화가), 조봉암(曺奉岩 정치인).
당시 풍습으로는 공동묘지에 묻힌다는 것은 명예스럽지 못하고 불행한 일로 취부할 때이다. 무슨 사연들이 있었
는지...
오작교(망우로 망우리고개)
산책로를 따라 망우묘지 삼거리까지 와 버렸다. 망우산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내려보고 있다. 밟은 발자국을 따
라 다시 가는 것은 죽어도 하기 싫다.
오작교 건너 망우리고개에서 서울둘레길 이정표 발견 오늘의 종점 양원역으로 진행'
돌아다보니 망우산이어라
중랑캠핑 숲 일대이다.
한 번 더 잘사는 나라임을 실감한다. 나도 그럭저럭 사는 축에 끼인다. 아픈 데 없고, 삼시 세끼 골라 먹고, 40
넘은 두 아들 부모 원조 없이 살고, 90 다 돼 가는 장모 후입선출 기억력 빼고는 건강하시고, 좋아하는 산 부
지런히 다닐 수 있어 더욱 좋다. 이 영광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죽을 고생하여 쟁취한 것임을 젊은이들이 알
아 주었으면 좋겠다.
(15:45) 중랑구 망우동 양원역(경의·중앙선)
용산역에 내려서 버스 한 번만 타면 집에 간다. 플랫폼에 도착하니 전광판에 전역을 출발했다는 신호가 뜬다.
좀 기다려도 되는데 별거 아닌 것 가지고도 기분이 좋다. 중앙선은 청량리에서 왕십리 구간만 지하로 다니고 나
머지는 지상을 달린다. 오늘따라 하늘도 푸르고 강물도 파랗다. 차창 밖 내 마음은 한강 물길 따라 강남 고층 건
물을 바라보며 물 흐르듯 흘러간다.
2018년 9월 26일
'315 조선일보 선정 산 > 서울 아차 용마 망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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