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수안보 온천 벚꽃 여행
서울 온 지도 어언 5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서울서 모여 살던 가족 중에 내가 벌써 상 노인이 다 되었다. 내 위로는 구순을 바라보는 고모 두 분과 고모부 그리고 장모가 유일하다. 고모들은 다산하여 직계만 가지고도 내가 끼어들지 않더라도 대, 소 큰일은 잘 처리하고 있다. 요즘에는 집안에 길, 흉사 때나 뵙는다. 우리 젊었을 때만 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찾아뵙고 전화도 종종 하고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우리 형제 7남매도 직계가족을 벗어나면 남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처가 쪽도 벌족이고 장모가 제일 손 위다. 그 많은 후손은 장모가 돌아가실 때나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장모를 가깝게 모시고 산다. 이제 같이 늙어가면서 서로 외롭지 않도록 의지하는 처지가 되었다. 올해도 같이 벚꽃 여행을 떠난다.
◇청남대
메다세콰이아
청남대 입구에서 정문 매표소까지 대청호 호안 따라 조성한 진입로 5km는 환상적인 자동차 코스이다. 숲이 울창하고 가로수가 길을 덮고 숲 사이로 간간이 푸른 물결이 흐른다. 개나리, 벚꽃, 매화, 진달래 봄꽃이 경쟁하듯 피고 진다.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답게 경비도 삼엄하고 시설물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별한 느낌은 각종 조경수가 눈에 띄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청남대 (충청북도 청원군 문의면 청남대길 646)
승용차로 청남대 주차장까지 진입하려면 청남대 홈페이지나 휴대폰(043-257-5080)으로 예약 해야 하며 예약 입장은 1일 500대 한정 선착순으로 받는다. 그 외 미 예약자는 문의면 청남대 문의매표소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모녀지간
반송
피자두나무 뒤는 목련
금송
청남대 본관
1983년 대한민국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사용하다가 2003년 4월 부터 대통령 기념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다.
본관 전면
석류나무(수령 226년)
오각정 가는 길
청남대 경내에는 전두환 대통령(1.5km), 노태우 대통령(2km), 김영삼 대통령(1km), 김대중 대통령(2.5km), 노무현 대통령(1km), 이명박 대통령(3.1km)까지 7분의 이름을 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한 바퀴 돌려면 10.1km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각정
높은 나무 그늘에서 호수와 산 달과 별을 바라보는 장소
◇육영수 생가
장모님과 집사람은 초행이다. 육영수 여사는 명색이 우리 시대 국모였으며 김일성 수하의 총탄을 맞고 죽은 비극의 여인이 아니던가? 두 분 다 궁금증이 가득한 마음으로 따라나선다. 청남대에서 남으로 가장 짧은 거리를 선택하여 고속도로를 버리고 대청호와 금강의 물길 따라 핀 꽃길을 쫓아 아름다운 길을 달려왔다.
육영수 생가(충청북도 기념물 123호)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119(교동리 313번지)
사랑채
연지와 연당
솟을대문
◇수안보 온천
여행 일정을 잡을 때 온천을 끼우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옥천 육영수 생가에서 수안보까지 약 100km 거리이다. 내비게이션에서 수안보를 최종 목적지로 선정하면 고속도로를 연결하여 길 안내를 한다. 30km 정도 우회한다. 그럴 때는 구간을 짧게 끊어서 검색한다. 예를 들면 옥천에서 보은, 보은에서 괴산, 괴산에서 수안보 하는 식으로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하며 난생처음 달려보는 길을 가게 된다.
수안보 상록호텔
단골이라기보다 수안보에 오면 시내 초입에 있고 주차하기 편하고 원탕에 가까운 수질을 자랑하고 무엇보다도 공공기관(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운영한다는 점에 신뢰심이 간다. 교육공무원인 처제가 예약을 해줘 온천 2회와 하룻밤을 보냈다.
월악산 국립공원 사문리 탐방지원센타 (마패봉 등산로)
수안보에서 충주 미륵리사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좋다. 수안보에서 출발한 벚꽃길이 백두대간 마패봉 자락과 포함산을 바라다보며 미릅재를 넘는다. 사문리 탐방지원센터에 차를 세우고 탐방로 산책 구간을 걷는 마누라에게 저 것이 백두대간 길이라고 무용담을 들려준다.
미륵리 삼충석탑
충주 미륵리사지 석불입상은 가림막을 치고 새단장 중이라 면회 불가하고
대신 미륵사지 뒤쪽에 있는 대광사를 멀찌감치 떨어져 감상했다.
미륵사지 주차장과 대광사 입구 계곡으로 하늘재가 시작한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잇고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하여 '하늘재'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이다. 계곡이라기보다 개울에 가까운 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지금에야 많은 사람이 찾아와 길이 반들반들하지만, 백두대간 해거름 시간에 혼자 터벅터벅 내려올 때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마누라를 끌어들여 같이 추억하려고 애쓴다.
하늘재 산책로
하늘재 산책로
하늘재 산책로 월악산 배경
송계 월악산 영봉 등산로 초입에서
충주댐 호안에서 충주호 봄나들이 벚꽃 행사가 열린다. 충주호, 청평호 일주도로의 벚꽃은 다른 곳보다 붉다. 미륵리를 출발하여 만수, 덕주, 송계 지나 제천시 한수면 탄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충주 시내를 거쳐 충주댐으로 간다. 충주호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충주댐 호반길 벚꽃 축제 현장
충주댐
충주댐 우안공원 주차장
충주나루(선착장)
민들레 카페
충주댐 상류 깊숙한 외진 곳에 웬 카페? 차가 많이 주차하고 있어 유명세를 타는 집이구나 하며 커피라도 한잔 마실까 하고 도로변에 주차했다. 주인장의 미적 감각이 돋보였고 손님마다 마시는 음료수 종류도 다양했다. 프로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울보다 더 비싸다고 마누라가 놀란다.
서운리 삼거리
내비게이션을 믿지 못한 게 화를 불렀다. 도로표지판은 직진 차로는 길 없음이고 좌회전은 미라실로(지동리)가는 차로다. 1차선에 콘크리도 포장도로이다. 언덕에 올라서니 잡풀이 풍성하게 길을 덮어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임도처럼 보였다.
차량보험사고
되돌아가기로 하고 차를 돌리다가 배수로에 바퀴가 빠지고 말았다. 나이가 드니 예전 같지 않아 판단력이 많이 떨어진다. 빠져나오려고 무진 애를 써 봤지만, 헛수고였다. 보험회사에 신고하여 1시간 여 후 도움을 받았다. 지동리로 가는 길이 있으며 특히 조심해서 넘어가라고 한다.
주봉산 임도변
고갯마루에 '수리재'라고 표지석이 있고
충주호 서운리~지동리 순환 임도을 알리는 표지판도 만났다.
충주시 동량면 지동리
임도가 끝나고 동네 길을 접속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주봉산은 해발 643m 그리 높지 않으며 '수리재'는 해발 450m 정도로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닌데 차를 가지고 넘다 보니 혼비백산을 한 것이다. 접싯물에 빠져 죽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사람이 위험함을 느끼는 것은 상황에 따른다. 산을 다 내려오니 충주댐이 뒤로 물러서 있다. 동충주 IC로 진입하여 서울로 돌아왔다.
2017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