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노랫말 따라 산길을 가다.
인간의 육신이란 정신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게으를 수도 있고 부지런할 수도 있다. 겨우내 집 주변을
맴돌면서 바깥출입을 자제했더니 따뜻한 실내에 인이 박여 훌훌 털고 일어나기가 여간 망설여지지 않는다.
올해는 우리 명산 100 답사를 마치는 해다. 남은 17개 산 중에 충청남도에 남아 있는 칠갑산과 서대산을 시발점
으로 장기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마침 마누라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며칠 집을 비우는 사이 덩달아 집을 나섰
다. 경부고속도로와 눈에 익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 공주를 지나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까지 160여 km를 2시간
여 만에 달려왔다. 이제 추위는 완전히 물러갔다. 길가 개나리가 노랗게 줄을 섰고 산기슭엔 벚꽃이 하얀 수를 놓
는다. 해마다 달라지는 산천 풍경은 나라가 점점 융성해짐을 나타내고 지방마다 마을 가꾸기 경쟁은 아름다운 국
토를 만들고 있다.
(11:50) 칠갑산도립공원
칠갑산은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 칠갑산도립공원 중심 산이다. 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정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은 능선으로 그 출발점이 한치고개 칠갑광장(北), 칠갑저수지 자연휴양림(북서), 장곡리 장
곡사(서), 지천리 까치네유원지(南), 천장호 출렁다리(東) 등이 중요 등산로 입구가 된다. 산세는 우리나라에 흔
히 있는 지형으로 야트막한 산의 능선이 만든 계곡은 발달이 미미하여 웅장한 멋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
곳에서든 정상까지 시름시름 올라도 좋을 만한 3km 안팎의 거리에 바닥은 흙이고 소나무가 주요 수종을 이루고
있어 산속은 항상 피톤치드가 넘쳐나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칠갑산장곡사七甲山長谷寺 일주문
차를 몰고 일주문을 지나 절 앞 주차장까지 갔다가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 다시 차를 되돌려 입구 주차장 부근
식당에 식사하는 조건으로 차를 맡기고 걸어서 일주문을 통과한다. 일주문을 걸어서 통과하는 것은 속세와 선계
의 구분을 느껴보고자 함이다.
장곡사 주차장
일주문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장곡사에 도달한다. 절은 작은 계곡을 막고 서 있다. 야트막한 산 능선이 절집
위를 지나간다. 평일이라 한적하며 골짜기 조차 소슬하기만 하다.
산지사찰을 층층이 오르내리며 절간 구경을 마치고 절 뒤로 난 경사면을 따라 설치된 나무계단을 올라 주 등산로
와 만난다.
능선에 도착해서 뒤돌아보면 장곡사 절집 지붕 말랭이가 나뭇가지 사이로 거뭇거뭇 보이고
산에는 온통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소월의 약산 진달래, 주왕산 주방천에 주왕의 수달래는 핏빛으로 물들었는데
요즘 진달래는 맥없는 헤진 분홍이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는 길은 오르막, 숨이 턱턱 막혀 하얀 진달래로만 보인다.
거북바위 유래에 대한 설명
우리나라 산지에 많이 산재한 암석으로 유사한 형상이 많다. 서울 국립현충원 달마산에는 바위는 다 거북상을 하
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달마산 명칭보다 거북산이 더 어울리는 산이다. 칠갑산도립공원 관계자들에게
답사를 권하며 안내문에는 거북이는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열심히 기도하면 오래 산다는 전설을 전하고 있다.
자연휴양림 갈림길
봄철 산불 조심(12월 1일~5월 15일) 기간에 탐방로 폐쇄
이 기간에 칠갑산 산행을 계획하고 있으면 칠갑산 등산로 7개 코스 중 개방 여부를 확인하고 출발할 것.
참고로 칠갑산 등산코스를 소개하면 ①한치고개 출발 산장로, ②칠갑호 자연휴양림 출발 휴양림로, ③장곡리 장
곡사 출발 사찰로, ④장곡리 장곡주차장 출발 장곡로, ⑤지천리 까치내유원지 출발 지천로, ⑥도림리 도림저수지
출발 도림로, ⑦천창호 출렁다리 출발 천장로 등 계곡 코스는 전무하고 능선길로만 이루어져 있다.
국가지정번호판
요즘 산에 가끔 보이는 이 표지판은 도로명 주소가 없는 지역으로 산, 해안, 들판 등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중
심으로 조난및 안전사고를 대비한 구조표시판으로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2016년 1월 부터 실시하고 있다.
나무 줄기가 두 개로 나누어지면서 서로 휘휘 감고 위로 자라는 모습
장곡산장은 장곡사 입구에 있으며 등산로는 장곡사 앞 주차장 우측 능선 길
등산로 훼손이 심한 구간
봉우리 우회 구간 데크 설치물이 우악스럽게 보인다.
드디어 정상 0.9km 전
485봉에 올라서야 주변의 경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정상이 그 모습을 나타내고 정상 못 미쳐서 갈라지는 장곡로 능선 위의 삼형제봉도 작은 칠갑산 답게
정상과 키를 나란히 한다.
정상 직전
(13:30) 칠갑산(561m) 정상 도착
정상에 올라서니 별천지 세상이 펼쳐진다. 사방으로 가리는 게 없어 한마디로 일망무제 풍광이다. 높이가 고작
561미터 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이곳 청양군 일원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北으로 예산 천안이 있고 東으로
는 공주 계룡산까지 눈 아래로 이어진다, 남으로 부여 논산은 구릉지나 다름없고 맑은 날이면 서해가 보인다니 울
화통이 치밀면 여기 한 번 올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상 100여 평 정도 되는 평편한 땅에는 마대가 깔렸고 헬기
장도 마련되어 있다. 가장자리에는 빙 둘러 의자가 놓여 한껏 쉬게 한다. 정상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칠갑산이 우
리 명산 100에 든 이유를 알 것 같다.
♣산림청 지정 우리명산 100
계룡산 방향
장곡로 삼형제봉 조망
(13:50) 정상에서 250미터 정도 후진하여 삼형제봉 갈림길에서 장곡로로 들어선다.
국가지정번호판으로 교채 되어야 할 이정목
청양군 이정표
고추 모양을 한 빨간색 표지판이 너무 요란스럽다. 산행 중 갈림길과 중간중간 잦은 설치로 빨간색의 강렬한 잔상
이 머릿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산에 온 기분은커녕 밭을 매고 있는 기분이다. 설치 수를 크게 줄였으면 좋겠다.
(14:10) 삼형제봉(544m)
삼형제봉에서 정상 조망
지천리 지천로 갈림길
올망졸망 세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선 삼형제봉 조망
삼형제봉을 내려서면 급경사 구간으로 고도 100여 미터 차이가 난다.
(14:40) 금두산(226m)
새로 산 배낭 몽벨 30L 39,000원 오케이아웃도어 쇼핑몰
10년 전 등산을 처음 시작하면서 백화점에서 산 피닉스 제품 25L 배낭을 가까운 근교 산행 때는 항상 매고 다녔
다. 멜빵이 해지고 박음질 한 곳이 풀릴 때마다 직접 보수해 왔으나 이젠 너덜너덜해지고 자크까지 고장이 나 교
체가 불가피한 상태, 마침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크게 세일 하는 바람에 횡재한 기분으로 쌌다.
진달래와 소나무 군락
(15:15) 백리산(215m) 통과
까치네유원지 2,5km 갈림길
고도 200여 미터를 오르내리는 계단 구간으로 장곡로 초입 장곡주차장이다.
장곡리집단시설지구 칠갑산관리사무소 ,장승공원, 주차장, 식당, 숙박시설 등이 있다.
장곡로 입구에서 백리산 정상까지 약 200여 미터의 해발고도를 단숨에 오르내리려면 숨길도 가다듬어야 하고 무
릎도 달래야 한다.
장승공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장승을 총망라하여 현재 300여 基를 재현해 놓았고.
장승공원 전경
대표 장승 「天下大將軍」 「地下女將軍」
미국 캐나다 멕시코 장승 3점 전시
소원성취 장승
주병선의 칠갑산 노랫말과 함께 「뽕밭 매는 아낙네상」이 여기 말고도 몇 개 더 있는 모양이다. 흔하면 귀하지
않는 法
천장호 입구 주차장
천장호 팔각정
천장호 안내판
천장호출렁다리 길이 207m, 폭, 1,5m
천장호출렁다리 기념촬영
수선화
청양 칠갑산에 와서 정상을 주 능선으로 올랐다. 점심 먹고 11시 30분에 일주문을 출발하여 장곡주차장으로 하
산하면서 9.2km 거리에 4시간이 걸렸다. 칠갑산국립공원은 차로 한 바퀴 돌았다. 고추밭도 없고 뽕밭도 사라졌
다. 고추 조형물, 장승, 콩밭 매는 아낙네 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실제는 온실과 박물관에서 만난다. 소문난 잔
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조형물에 많은 투자를 한 것에 허상을 본듯하여 실소를 지었다. 많은 여행객은 바람처럼
스쳐 간다. 향긋한 꽃향기나 싱그러운 풀 내음 푸른 하늘이 더 그리울 것이다.
2016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