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이 빗은 천혜의 땅 무주
큰아들이 장가를 가고 나니 집이 텅 빈 것 같다. 40년 같이 살면서 일 때문에 잠시 떨어져 있을 때는 있었
지만, 그건 같이 지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소지품이 언제나 방 하나 가득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회사와 학교 가깝게 수원 광교지구에 아파트 전세를 얻어 살림을 차렸다. 짐은 언제 다 옮기며 언제
쯤 집으로 초대하느냐고 하면 회사 일, 학교 일이 바쁘다면서 차일 피 미룬다. 그러면서 필요한 것은 조금씩
실어 나른다. 텅 빈 집 마누라와 살갑게 살아간다.
◈ 무주 덕유산리조트
웰컴센터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태풍과 폭염에 잠시 미루어 두었던 가족여행을 떠난다. 가족이래 봐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마누라와 올해 86세 장모가 전부이다. 큰아들은 신혼이라 우리가 끼어들고 싶지 않고 둘째
는 매년 여름, 겨울 방학에는 일본 처가에 가서 지낸다. 나는 산에 미쳐 사는 사람이니깐 일년에 3분지 1은
배낭을 싸고 푸는 일로 지새우니 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일상일 뿐이다.
가족호텔 해바리기동(골드타입)
처제가 백수 형부를 위해 무주 덕유산리조트에 예약을 해준다.
무주리조트에는 3가지 유형의 숙박시설이 있다. 특급호텔급인 '티롤' 콘도급인 '가족호텔' 가족호텔에도
규모에 따라 실버(19평형), 골드(28평형), 로열(38평형)로 나누고 유스호텔급인 '국민호텔'이 있다.
가족호텔 전경
건물을 넓디넓은 덕유산 설천봉 자락에 남향으로 배치하여 한폭의 서양화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모처럼 호강한다. 혼자 다니면 민박, 여관, 모텔 순으로 숙소를 잡고 방을 미리 보고 숙소로 정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첫눈에 띄는 집으로 무조건 정해버린다. 복걸 복이지요.
스키 슬로프, 곤도라, 설천봉, 가족호텔
◈ 적상호수
적상댐 물막이 석축 장면
해발 800여 미터 지점에 거대한 댐 석축이 계곡을 막고 버티고 있다. 무주 IC에서도 보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건설사업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무주읍 적상면 북창리 안국사 입구에서 적상산 북쪽 사면을 따
라 댐 건설을 하기 위해 개설한 도로가 안국사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덕유산국립공원적상분소, 머루와인
동굴, 적상터널, 적상호, 적성산사고지 장장 8km 산악길은 차로 드라이브하는 길로는 명품 코스다. 적상산
이 왜 단풍으로 유명한지 이곳을 보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적상호수
적상산 해발 860m 넓은 고지대에 댐을 건설하여 호수(둘레 약 2km)를 만들어 적상호라 부른다.
댐의 건설로 양수발전소를 만들어 심야 잉여전기를 이용하여 무주호(하부댐)의 물을 끌어 올려 적상호(상
부댐)에 담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낙차를 반복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가평, 무주, 삼랑진, 밀양, 예천, 청송, 산청에 있다.
◈ 적성산사고지 赤裳山史庫址
적상산 사고지史庫址
사고史庫는 조선 왕조의 역사 기록물, 왕실의 족보 등 중요한 서적을 보관하던 곳으로 이곳 적상산 사고
史庫는 묘향산 사고에 보관하던 실록을 광해군 6년(1614)에 적상산에 옮겨 보존하였다. 1910년 일제에
의해 실록은 서울 규장각으로 옮겨지고 폐쇄되었다.
사각史閣(실록각과 선원각)
조선시대 5대 사고史庫는 서울 창덕궁 춘추관, 강화 전등사 정족산 사고, 무주 안국사 적상산 사고, 봉화
각화사 태백산 사고, 평창 월정사 오대산 사고가 있다. 사고지가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이유는 임진왜란 때
사고지가 소실되는 일이 발생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산속 사찰 가까이에 두고 사찰에 수호 임무를 맡겼다.
◈ 적상호 전망대
적상호 중심으로 전망대, 산책로, 쉼터 등을 만들어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태풍이 지나고 맑은 하늘을 예상하며 부푼 마음으로 적상호를 찾았는데 비구름이 산 정상에 머물고 있어
視界는 제로 상태 식구 중에 누가 천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적상전망대및 조압수조調壓水燥(발전기 급 정지 時 수로內 수압 조절) 장치
赤裳展望臺
아무것도 안 보이니 전망대 올라가는 계단이나 세고(98계단, 15m) 가자
◈ 안국사
안국사 일주문 (전면 : 赤裳山安國寺, 후면 : 國中第一靜土道場)
안국사 이정표 안렴대 0.5km, 향로봉 1km
적상산 주요 등산 코스는 북창코스, 서창코스, 치목코스 3개 코스가 있는데 서창코스는 금년 3월 초 향로
봉까지 답사를 마쳤다. 당시 북창코스로 답사키로 하였다가 안국사 입구에서 절까지 약 8km 구간 중 머루
와인 동굴을 지나면서 도로가 결빙되어 북창(적상분소)에서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때 미루었던
안국사, 적상호, 안렴대를 이번 기회에 답사한다.
청하루淸霞樓
극락전極樂殿
아미타부처님을 주존불로 모시고 협시불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모시고 있다.
극락전
천불전千佛殿
현겁의 천불을 모신 법당
삼성각三聖閣
지장전地藏殿
안국사 전경
고려 1277년(충렬왕 3)에 월인月印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지금 절이 있는 자리는 옛날 호국사가 있던 자리인데 1989년 안국사가 적상호 수몰지구로 편입
되는 바람에 현 호국사지로 이전했다.
안국사 평화의 불
장모님은 기독교 원리주의자 성경책을 돌돌 외우는 실력이지만 사위가 어려운지 그저 땅만 보고 주변만
맴돈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날씨만 청명했더라면 금상첨화일 텐데 아쉬움을 간직한체 하직을 한다.
집을 나서면 항상 먹는 일이 큰일이다.
마누라는 모처럼 부엌에서 해방되니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읍시다"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다닌다. '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이름난 관광지일수록 더 심하다. 무주는 여러 번 여행와서 무주 주변 길
을 다 외울 정도인데도 음식 잘하는 집은 한 군데도 아는 곳이 없다. 들은풍월로 덕유산 맑은 물 금강에서
잡히는 빠가사리로 요리한 메운탕과 어죽, 산채비빔밥과 정식, 표고버섯전골, 정도고 가격도 서울이나 마
찬가지다. 점심은 무주읍 내도리 '섬진강'에서 어죽으로 먹고 저녁은 리조트 입구 '맛고을 식당에서 한우
등심으로 먹었다. 둘 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참고로 비수기 평일은 90%가 쉬는 것 같았다.
◈ 곤도라 타고 향적봉 가다.
오전 10시부터 곤도라 운행을 한다.
시간 맞쳐 웰컴센터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설천하우스 곤도라 탑승장에 도착했다.
곤도라는 설천하우스부터 설천봉까지 선로길이 2,659m를 약 20분 만에 주파한다. 요금은 대인 왕복
14,000원이고 경로는 30% 활인하여 왕복 9,800원이다.
곤도라탑승장, 스키 슬로프, 설천봉 배경
母女
설천하우스 전경
곤도라탑승장 회랑
등산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8인승 곤도라 103基 운행
협곡에 설치하다.
공사할 때 얼마간의 자연 훼손이 발생하겠지만, 자연의 복원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선로 지주가 놓인 지점을 살펴보니 숲이 우거져 짐승도 다니기 힘들 정도다. 국내 유명한 산 케이블카 설
치에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의 명분이 얼마나 허약한지 잘 보여 준다. '케이블카 설치하여 온 국민 자유롭
게 산을 오르게 하자'
설천봉 곤도라탑승장
설천봉하우스
상제루上帝樓(기념품가계, 전망대)
(10:35) 덕유산 설천이동탐방지원센터 출발 향적봉까지 0,6km 20소요.
탐방로는 600여 미터 산에 있는 것은 다 있다. 금년 86세인 장모님께서 무사히 왕복하실 지 속으로 걱정
이 되었지만, 조심만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여행 출발 여러 날 전부터 덕유산 향적봉 등정을 고지를 했다.
장모님은 식욕이 떨어져 음식물 섭취에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출발 전까지 고
기도 많이 드시고 체력 보강에 힘쓰라고 부추겨 놓았다. 장모님은 원래 산을 좋아하셨다. 80세 되든 해 나
와 같이 관악산 연주대에 오른 경력도 갖고 계신다. 탐방센터에서 다짐을 받는다. "올라가실 수 있습니까"
"한 번 해보지 뭐" 장모님은 말수가 없으신 편이라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안 간다. 만약에 걸을 수 없으면
내가 업기로 약속하고 천천히 걷게 한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대단하신 분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
정상 직전
(11:15~30) 향적봉(무주 33경1,614m) 도착.
향적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누워 천년 주목
(12:10) 향적봉 왕복 성공 세레머니
설천봉 주변 오이풀 군락지
디카 기댈만한 곳만 보이면 셀프촬영 시도
설천봉 정상 모습
산 아래는 햇빛이 쨍쨍
설천하우스 주차장
◈ 무주 구천동 33경
무주 33경 중 차로 답사할 수 있는 곳은 라제통문(1경)에서 구천동 삼공리 삼거리 세심대(13경)까지 약
13km 구간이다. 차가 진행하는 방향 오른쪽으로 계곡이 있었서 시야 확보, 주차 문제 등으로 13경부터
거꾸로 답사하는 것이 편하다. 세심대(13경)는 도로변 상점 사이로 간판이 보여 그냥 지나치고 이어 수심
대(12경), 파회(11)는 나란히 붙어 있고 주차 시설까지 마련되어 있어 넉넉하게 구경했다.
현수교
수심대(12경)
파회(11경)
파회부터 라제통문까지는 주차시설이 없어 안내판만 보며 지나간다. 그리고 차도와 계곡과 벼랑을 이루어
쉽게 접근 할 수도 없다. 무주군에서 둘레길을 만들고 있다니 그때까지 기다리자.
(14:25) 라제통문 로터리 주차장 도착
덕유정
라제통문 전경
이 석굴이 무주군 설천면에서 무풍면으로 가는 길목이며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이루던 관문이라고 한다.
무풍은 신라에 예속되었던 관계로 석굴을 사이에 두고 말씨가 서로 다르다고 하며 경남 거창이 무주보다
번성하여 설천 사람들은 큰 장 볼 일이 생기면 거창으로 갔다고 한다.
차량 통과 중
라제통문(1경)
(15:00) 라제통문을 끝으로 무주관광을 마친다. 요즘 태권도 공원, 반디랜드(곤충박물관, 별 천문과학관),
머루와인 동굴 등 새로운 볼거리가 많이 생겼지만, 우리와는 무관하고 고을마다 벌이는 축제 행사는 매달
있는 것 같다. 하나 빠진 게 있다면 삼공리에서 백련사까지 구천동 계곡의 진면목을 한 번 더 못 본 게 아쉽다.
◈ 도고온천 파라다이스 스파
온천을 잘해야 여행을 잘 마무리 짓는 일이다.
오랜만에 가는 도고온천, 이 온천 동네도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옛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건영콘도, 로얄호텔, 도고온천장, 박대통령기념물 전시관 등이 기억난다.
2015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