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유명한 선자령을 이제야 오르다.
대관령에서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고 횡계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목욕탕이 있느냐고 하니 찜질방
도 있고 사우나도 있다고 한다. 그럼 찜질방으로 갑시다. 찜질방은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목욕
탕 같지가 않고 황토집처럼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종업원이 내 복장을 보고 탕은 없고 샤워만 할 수
있다고 외친다. 한마디로 잘못 찾아왔다는 투다. 시내 목욕탕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후 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약 20분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욕탕은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어 숙소까지 정했다. 횡계는
대관령목장, 용평스키장 배후 도시로 상점, 음식점, 모텔, 택시 등 상업시설이 넘쳐나며 거리에는 관광객
들로 북적인다. 목욕을 마친 후 시간은 많고 마땅히 갈 곳은 없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 도심 한가
운데 있는 빵집에 들어갔다. 계산대에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저녁은 횡계 특산물인 황태, 소고기,
산나물 중 소고기 부산물인 소머리국밥으로 하고 내일 아침 점심으로 김밥과 샌드위치를 사서 해가 등천
에 떠 있는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 내일 진고개까지 25km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일찌감치 휴식, 숙면 모드
로 들어간다.
(04:50)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 숙소 대관령 호텔 출발
택시 예약을 하는데 서울서 미리 약속한 택시는 전화를 받지 않고 대관령에서 나를 태워준 기사는 아침에
집안일이 있다며 사양한다. 택시회사를 찾아갔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로터리 한쪽에 임시 건물을 지어 전
화 1대에 착발신 분리해 놓고 몇 대의 택시가 순서대로 응대하면서 손님을 모신다. 내일 새벽 5시 대관령
까지 꼴난 8,000원 받고 태워 줄 기사가 나서지 않는다. 내일 진고개에서 횡계까지 옵션으로 제시하여 예
약을 마쳤다.
(05:05) 대관령표지석과 기념촬영
아침 기온이 16도 제법 쌀쌀한 가운데 긴소매 재킷을 입었다. 대관령에 도착하니 바람이 차다. 막 일출이
시작돼는 시각 수평선 넘어 짙은 구름 위로 검붉은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른다. 새벽 등산길에 얼마나 자주
본 명장면인데 기사분한테 인증사진 부탁하고 곧장 돌아선다.
백두대간 대관령~선자령 등산 안내도
(05:10) 대관령 출발
계수대를 통과 산악 리본이 덕지덕지 매달린 등산로를 따라 오늘의 大장정을 시작한다. 10여 분 등산로가
잘 정비된 오솔길을 가다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 너른 마음으로 여유롭게 걷는다. 이 정도 길이라면 웬만
한 사람은 다 걸을 수 있겠다.
(05:30) KT 중계소 통과
국사성황당 갈림길
국사성황당에는 산신으로 김유신 장군과 성황신으로는 범일국사를 모시고 있다. 5월 단오제를 시발점으로
강릉지방의 번영과 안녕을 위한 각종 祭를 지내는 곳이다.
백두대간 능경봉, 고루포기산 조망
바람막이 나무숲 잣나무 조림지
사방으로 전망이 훌륭하다. 東으로 강릉 동해, 南으로 능경 고루포기 백두대간 마루금, 西로 대관령 목장
들과 풍력발전단지, 北으로 황병산 오대산 설악산이 놓여 한 곳도 버릴 수가 없다. 여기서 멈춰 선다 해도
願 없으리!
한국공항공사 강원항공무선지표소
통신사 기지국 통과
숲속으로 발길을 옮기면 야생화 공부가 시작되고
선자령 1.4km 남은 지점에서 작은 숲길을 완전히 벗어난다
(06:20) 선자령 산마루에 도착
2013년 1월 24일 70대 부부가 선자령 등산 도중 갑작스러운 강풍과 눈보라에 조난사고가 발생 저체온
증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선자령 정상 부근은 목초지 개활지역으로 바람, 눈, 비를 피할 곳이
없다. 이들은 또 방한복을 버스에 두고 내려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하다. 강풍 때문에 수색대원의 사고 현장
접근이 힘들었다고 한다. '접시물에 빠져 죽는다'라는 속담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40 여명
의 등산객들과 같이했다면 길을 잃고 헤맨다는 말은 이해가 잘 안 간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우측 봉우리 선자령이 시야에 들어온다.
병꽃나무는 밤새 꽃잎을 벌렸다가 해가 나면 오무리는 모양이다.
풍력발전기(53基)
선자령 조망
풍력발전단지, 목초지, 골프 코스, 산악스키 슬로프, 야영장 등 아무거나 갖다 붙여도 잘 어울리는 곳
백두대간 마루금은 목초지와 숲과 경계를 짓는 곳으로 계속 이어진다.
텐트 서너 동, 아침 햇빛을 등지고 책을 읽는 텐트, 개까지 데리고 와 나를 불청객으로 몰아붙이는 텐트.
아직도 한밤중인 텐트, 아침 준비를 하는 텐트 보기 좋으면 실제도 좋은가 아직 캠핑은 해 본 적이 없어
묘미를 잘 모른다. 아무래도 잠자리와 식사가 불편할 것 같다.
이정표에 가까스로 카메라를 올려놓고 자동 촬영
(06:50) 선자령 도착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대관령면을 잇는 백두대간 마루금 위에 있는 고개 대관령 길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이 동,서 통행로였다고 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고개를 넘는 것이 아니라 봄 야생화 구경, 여름 목
초지 시원한 바람 쐬기, 가을 억새 기행, 겨울 눈꽃 산행을 위해 사철 가리지 않고 몰려든다. 밟고 비비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먼지가 펄펄 날리고 적은 비에도 땅이 질퍽거릴 태세다.
당장 길을 좁히고 데크를 깔고 안전지대를 구획하여 선자령 보호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선자령仙子嶺(1,157,1m) 표지석과 기념촬영
아주머니 한 분이 뒤따라온다.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사진 부탁을 한다.
강릉 살며 반정에서 일출 보고 출발했다고 한다. 이른 새벽에 산에 올라올 정도면 등산 마니아로 생각되는
데 마라톤을 한다고 한다.
(07:20) 선자령 출발
에코그린캠퍼스(舊삼양목장)(주) 대관령목장이 산림청으로부터 목장 용지로 임차하여 사용 관리하므로
무단출입을 금하고 있다. 초지 조성을 하면서 백두대간 등산로도 같이 정비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있던
길을 터 주고 더 밣혀야 하지 않을까?
백두대간은 우측 능선따라 걷는다. 가끔 목장 도로와 겹치기도 하지만, 초지와 숲의 경계가 마루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정신줄 놓으면 편한 도로를 따라가기가 쉽다. 등산로는 가끔 숲 속으로 숨기도 한다.
선자령에서 내려서면 매봉 6.5km, 눈에 빤히 손에 잡힐 듯한데 넓은 초원은 거리 가늠을 어렵게 한다.
임도를 걷다가
우측 숲으로 들어간다. 임도 혹은 목장 관리도로는 숲과 붙었다가 떨어졌다 하면서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난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오솔길이다.
나즈목이 이정표는 땅에 나 뒹굴고
목초지와 풍령발전단지는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산군山群 하나가 통째로 초지로 조성된 것 같다.
철제로 만든 오래된 이정표 공신봉은 300m 전방
(08:10) 곤신봉(1,131m) 도착 정상석과 기념촬영
곤신봉 작은 그늘 햇볕에 몸을 숨긴다. 초지 위를 날라오는 바람 기가 막히게 시원하다. 웃옷을 벗어 던지
고 하얀 속살을 드러내 바람에 맡긴다. 노란 민들레는 진노랑색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초록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바쁜 나그네는 시간 가는 줄 모르네
멋진 백두대간 마루금을 배경으로 야생화 촬영 나온 젊은 친구들에게 부탁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
대관령 초원을 배경으로 영화(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드라마(가을동화) 등 알게 모르게 많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목책로
바람의 언덕 목책로
웬 버스! 대관령 삼양목장 內 도로를 셔틀버스가 2~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대관령에는 크고 작은 목장이 여럿 있다.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있는 목장은 삼양식품에서 운영하는 '대관령
삼양목장(에코그린캠퍼스)'과 한일시멘트에서 운영하는 '대관령 하늘목장', 그리고 양떼목장 등이 있다.
(09:00) 동해 일출전망대(1,140m)
대관령 삼양목장은 잡목으로 덮인 숲을 제거하고 지금과 같은 초지를 일구는데 4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초지로 조성된 목장 전체면적 600만 평은 여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놀라운 것은 목장에
기르고 있는 소의 두수頭數가 젓소 육우 합쳐서 900頭라고 한다. 하루종일 목초지를 걸었지만, 소는 보이
지 않고 관광 온 사람만 보인다. 이제 목장은 단순히 소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목초지를 조성하면서 각종
구경하고 놀꺼리를 만들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셔틀버스가 약 20분 간격으로 목장 내 도
로를 달리면서 사람을 태워 나른다. 입장료 수입만 해도 엄청날 것 같다.
우측 끝 봉우리가 매봉이다, 숲을 끼고 가다가 그늘에서 쉬고 있는 백두대간 남진하는 사람과 만나 한바탕
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백두대간 3번째 종주 중이며 나보고 몇 번째냐고 묻는다, 처음이자 마지
막이며 3년 전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 번으로 충분하다.
(09:45) 매봉(1,173.4m)
잡목을 헤집고 나오니 공터에 큰 돌 하나 세워 놓고 막대기에 매봉 표지판을 걸어 놓았다. 사방으로 꽉 막
혀 바람 한 점 안 통하고 날 벌레가 극성을 부린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어 바로 숲을 빠져나온다.
(10:30) 매봉에서 급히 내려서니 목책이 길을 가로막는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쇠기둥에 감시카메라,
전광판, 스피커가 달려있다. 감지기가 사람을 인식하고 안내 방송을 한다. 오대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서는 매봉~소황병산~노인봉 구간을 야생 동, 식물 서식지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2017년 2월 28일(10년)
까지 출입을 금한다고 한다. 돌아가십시오. 여기까지 와서 어디로 돌아가란 말인가 황당하다, 노인봉까지
8.3km 남았는데 대관령까지는 11.8km 돌아가야 한다. 과태료 30만 원을 무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 간다.
카메라에 사진이 찍혔으니 붙들리면 꼼짝없다.
황병산과 고사목
소수小數 간 큰 백두대간 하는 사람만이 몰래 다니는 구간이라 너무나 한적하다. 텐트라도 가져와 하루
지내고 싶다.
목초지와 숲의 경계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기준으로 숲은 국유림이고 초지는 삼양목장 사유지다.
잘 생긴 덕분에 살아 남은 소나무
전방을 살펴보면 숲 경계지를 계속 따라가면 소황병산 황병산과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이쯤에서 초지와 작별하고 뚫린 목책 아래로 기어나가 본격적인 종주 산행 기분을 낸다.
지금까지는 목적지를 빤히 보고 왔기 때문에 지루할지언정 힘들지는 않았다.
출입금지 표시판이 세워진 곳부터 길 안내판, 대간 종주팀들의 리본이 사라진다. 길이 선명하게 난 곳도
있고 계곡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나뭇가지에 흰 종이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꼽혀있다. 단체로 이동
하면서 후미를 위해 길 표시를 하며 지나간 것이다. 나도 열심히 쫓아간다.
(11:25) 제현봉(1,172m) 통과
양 갈래 길이 나온다. 계곡으로 목책이 놓여 있고 길도 선명하다 오던 길은 희미하게 좌측 능선으로 빠진다.
숲 속에 갇힌 형국이라 지형지물을 확인할 수가 없어 잠시 망설이다가 옳거니 대간 길은 못 가게 목책으로
막아 놓았구나 이건 담치기를 하라는 것이다.
나무가지에 걸린 흰 종이 발견
(12:20) 소황병산(1,328m)
1시간 조금 넘게 숲 속을 불안한 마음으로 헤집고 다니다가 개명 천지로 빠져나오니 천국에 떨어진 기분
이다. 정신없이 목초지 한가운데까지 달려 나왔다. 여기가 소황병산이다. 황병산은 천문대 같은 건물을
이고 있고 사방으로는 푸른 들판이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표지석은 안 보인다.
작은 숲 덩쿨 뒤로 내가 빠져나온 숲이 보이고
산불감시초소에 근무자가 없다. 이번에는 목책에 신식 철조망이 쳐 있다. 신발, 바지를 물고 늘어져 간신히
넘는다.
소황병산을 벗어나 노인봉 가는 길에 처음 마주친 백두대간 종주팀의 리본 반갑다.
노인봉 조망
(13:50)노인봉대피소 이정표 소금강 분소까지 9.2km, 왕복 18.4km 보통 사람은 하루에 힘들고 교통편
을 준비하고 소금강 분소를 출발하여 노인봉 찍고 진고개로 넘어가면 가능 하겠다.
노인봉대피소(무인대피소)는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이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노인봉삼거리
(14:00)노인봉 도착
정상 바로 밑 큰 나무 그늘에 쉬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배낭을 벗어 맡겨 놓고 맨몸으로 올라간다. 노인봉은
정상답게 바위들로 꽉 차 있다. 심마니가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에 흰 노인이 나타나 산삼이 있는 곳을 가
리켜 주었다는 전설로 노인봉이라고 한다. 나보다 더 산에 미친 사람을 만났다. 어제 아침 일찍 백담사 주차
장을 출발하여 수렴동 계곡, 봉정암, 소청, 중청, 대청, 희운각 산장, 공룡능선, 마등령, 오세암, 백담사로 원
점 회귀하고 오늘은 소금강 청학동을 출발하여 노인봉 찍고 다시 청학동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노인봉(1,338m) 정상석과 기념촬영
지나온 소황병산, 황병산이 잘 가라 손짓하고
멀리 설악산 능선은 하늘과 맞닿았다.
東으로는 청학동 계곡이 소금강을 감추고 바다와 접한다.
(14:40) 오대산국립공원 구조표시목 다시 노인봉 삼거리로 돌아와 진고개로 간다.
진고개 2.6km 지점
안전쉼터
계단구간 시작
500m 넘는 긴 계단 경사구간 끝
진고개탐방지원센터 0.9km 남음
진고개 고위평탄지역
(16:00) 진고개(960m) 도착
진고개는 6번 국도가 지나고 고개 양쪽으로 노인봉과 동대산이 마주보고 있다.
진고개 휴게소
오대산국립공원 진고개 탐방지원센터
탐방센타 직원의 협조를 받아 기념촬영 완료하다.
트랭글gps를 종료시키니 이동 거리가 25.7km로 찍히고 걷는 시간은 9시간 정도, 평균 시속이 약 3km
나타난다. 대관령 진고개 구간이 생각보다 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겨울철 동계훈련을 열심히 한 덕
분으로 체력이 향상 되었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3일간 무사히 백두대간 산행을 마쳤다. 횡계 택시를 불렀다.
오늘이 초파일이라 월정사 부근에서 교통체증이 예상되어 좀 늦을 수도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일찍 차가
왔다. 차가 잘 빠졌다고 한다. 왜 미리 걱정하셨느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 한다. 횡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하니 요금이 25,000원 나온다. 남서울로 가는 버스를 매표하고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 것만 같다. 목욕탕 아저씨가 소개하는 보신탕집에서 탕 한 그릇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2015년 5월 25일
'백두대간 > 36 대관령~선자령~황병산~노인봉~진고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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