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천 년 고찰 금산사
늦은 오후 봄비는 그칠 기미도 없이 내린다. 산과 들 초록 식물들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나그네는 한숨짓는다. 배낭 위에 우의를 입고 우의 속으로 카메라를 감추고 카메라의 입출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사람들이 없어서 호젓이 절 구경을 한다. 관광단지를 벗어나면 바로 산문이 시작된다.
금산교를 지나면서 금산천 하천 정리 작업한 것이 눈에 거슬린다. 공사 전 모습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방
석축을 쌓으면서 시멘트 흔적을 여러 곳에 남겨 천 년 고찰의 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천 옆 산 경사면에 암벽이 있는데 흔한 인공 암벽처럼 보인다. 잔디공원과 야영장은 숲으로 가려져
멀리 지나치고 왕벚나무가 우거진 차도와 산책로는 나란히 금산사까지 이어진다.
홍예문
금산사 사찰 관문이라 하는데 마치 성문처럼 복원해 놓고 사람들을 우회시킨다. 손때 발때가 묻어야 빨리
고풍스러워지는데 아쉬운 대목이다.
시민의 휴식처 (모악산도립공원)
금산사는 미륵전을 중심 사찰로 하는 '용화종찰미륵성지'이다.
후백제왕 견훤이 왕위를 막내인 금강에 물려주려고 하자 장남인 신검이 반란을 일으켜 견훤을 폐위시키고
이곳 금산사에 유폐시킨다. 금산사를 탈출한 견훤이 왕건에게 투항하여 아들 신검을 응징하기 위해 고려군
의 좌선봉에 나선다는 부자지간의 전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찹찹한 심정은 견훤을 병들어 죽게
한다.
모악산금산사母岳山金山寺 일주문
일주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산책로와 차도가 나 있다. 저러면 일주문은 박제한 거나 다름없다.
해탈교를 지나면서 금산사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모악산 남쪽 자락 완만한 경사면에 터를 잡은 금산사는
절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김제들판처럼 넓어 가람 배치가 여유롭다.
금강문
천왕문
당간지주(보물 제28호)
8세기 통일신라 시대 작품
왕벚나무
고목이 된 왕벚나무는 그 위용을 다 하고 몇몇 잔챙이 가지만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 대추나무가 있었다. 대추가 얼마나 크고 단지 우리 집 대추 맛을 아는 사람은 지금도 그 대추를 그리
워한다. 어느 봄날 가지에 듬성듬성 쪼그라진 잎이 돋더니 고사병에 걸린 것이다. 지금 벚나무를 마주하고
있으니 대추나무가 생각이나 마냥 좋아할 형편은 못 되는 것 같다.
보제루普濟樓
법회, 강설, 대중 집회 장소로 사용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5여래(약사여래불, 노사나불,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아미타여래불) 6보살(월광,
일광, 문수, 보현, 관은 ,대세지)을 모신 전각
범종각
대장전 앞 왕벚나무
대장전 大藏殿(보물 제827호)
이 건물은 원래 목조탑으로 불경을 보관하던 곳이었는데 조선 인조 13년(1635) 다시 지으면서
석가모니와 제자 가섭, 아난의 상을 모셨다.
석등(보물 제828호)
고려시대 작품
명부전
노주露柱(보물 제22호)
육각다층석탑(보물 제27호)
고려시대 작품
미륵전彌勒殿(국보 제62호)
조선시대 건물
금산사는 백제 법왕 2년(600)에 창건된 절로 신라 혜공왕 2년(776)에 진표율사가 다시 지우면서 큰 사찰
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미륵전은 정유재란 때 불탄 것을 조선 인조 13년(1635)에 다시 지은 것임.
1층 현판 대자보전大慈寶殿, 2층 현판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 현판 미륵전彌勒殿
미륵전에 모신 미륵불상(높이 11.82m)과 대묘상보살 ,법화림보살(높이 8.79m)
석련대石蓮臺(보물 제23호)
석조연화대좌로 불상을 올려 놓는 받침대, 통일신라시대 작품
조사전, 삼성각, 나한전
적멸보궁
오층석탑(보물 제25호)
고려시대 작품
방등계단方等戒壇(보물 제26호)
종 모양의 석탑, 불사리를 모신 사리계단, 고려시대 작품
대적광전
미륵전, 대적광전
원통전
해탈교 건너 금강문 지나 천왕문을 나서면 보제루를 중심으로 하는 절 앞마당이 넓게 펼쳐진다.
어느 쪽으로 동선을 잡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당간지주를 시작으로 우에서 좌로 돌다가 성보박물관은 빼고
보제루 1층 계단을 통하여 대적광전 마당에 올라선다. 마당은 넓고 비까지 내려 시야가 흐릿하니 광야에
홀로 선 기분이다. 범종각을 시작으로 左에서 右로 관람을 마치고 원통전을 마지막으로 돌아본다.
홍예문을 나서다.
우선 절을 참 잘 가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질도 깨끗하게 하여 어느 한곳 눈길을 줘도 청명하다.
가람 터도 산 중에 평지로 흔치 않은 장소 그 크기에 놀랍기만 하다. 국내 이름난 사찰은 다 다녀보았지만,
이곳과 견줄만한 곳은 몇 곳 없을 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누구한테나 권할 수 있는 명소다.
2015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