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영남알프스 신불·재약·가지·운문

영남알프스③ 배내고개~석남고개~가지산~아랫재~운문산~석골사

안태수 2014. 11. 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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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우리 명산 100 중  두 곳을 오르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산에 갔다 옵니까.?"

"예"

"케이블카 타고 사자평 갔다 왔겠네 예.?"

"언지 예 사자평은 어제 배내고개에서 갔다왔고 오늘은 가지산, 운문산 종주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 높은 산을 하루에 두 개씩이나 예 대단하십니다."

밀양 시내 목간탕(상호) 아주머니와의 대화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갑자기 밀양이 좋아진다. 영남알프스 종주 셋째 날 일기예보는 하루종일 구름이고 오후 12시부터 약간의 비가 온다고 한다. 휴게소 주인도 황금 휴가 시작하는 금요일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주말에는 많은 비를 내리게 할 거라는 일기예보에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며 아예 방송을 일기예보 주파수에 고정해 놓고 있다. 나도 걱정이다. 오랫동안 벼르다가 나선 길인데 비 때문에 남은 일정을 접으려니 마음이 찹찹하다. 옆에 사람들은 듣기 좋은 소리로 '산은 어디 안 가고 그대로 있을 거니깐 좋은 날 다시 오이소'라 하는데 내게는 전혀 위로가 안 된다. 강수량이 20mm 以內면 출발한다. 내일 아침에 산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셋째 날」

(07:10) 배내고개 출발

비가 내리는 모양을 보니 전날 일기예보가 달라졌다. 바뀐 일기예보는 하루종일 비가 오며 오후부터는 바람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올 거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제대로 된 비옷만 입는다면 걷기에 딱 좋은 기온이며 비는 가을 운치만 더 할 뿐이다. 우산은 미리 준비했고 비옷은 무거워(500g) 빼놓고 왔다, 일회용 비옷을 사 입고 휴게소 주인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하며 출발한다.

 

 

(07:50) 능동산 삼거리 통과

친구 중에 의사 박사가 있다. 天氣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다. 특히 야외활동을 할 때 날씨를 두고 미리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했다가는 천기를 건드렸다고 난리가 난다. 하늘의 처사에 순응하며 일기에 대비하여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마음속으로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의 운세는 구름 위를 걷다로 가정(假定)을  한다.

  

 

능동산 삼거리에서 순하게 뻗은 능선이 석남 터널을 지나면서 가지산까지 좌로 크게 휘며 솟구치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런 소나무 길 표시하는 데 중요한 역활을 한다.

 

 

(08:30) 격산(떡봉 813.2m)은 나무줄기에 매달려 있고

 

 

입석봉은 돌무더기 위에 놓여 있다.

 

 

빗줄기를 피해 소나무 아래 잠시 멈춘다. 배내고개를 출발한 지 1시간 반이 경과한 지점이다. 따뜻한 차로 몸도 데우고 옷매무새도 추스른다.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은 벌써 가지산 정상에 가 있지만, 육신은 진탕 디딜 자리를 는 발 위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가지산 안내도를 보면 현재 사진의 위치가 석남 터널 바로 위 지점이다. 사진을 보고있자니 산세가 머리에 쏙 들어온다. 

 

 

(09:00) 석남고개 삼거리는 석남 터널 안내도가 있는 지점의 바로 옆이다. 가지산으로 향한 능선이 몇 차례 구불거리지만 거의 직선으로 올려다보이며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안을 것처럼 보인다. 

 

 

전망처는 대부분 바위가 튀어나온 곳이다. 바위 사이로 소나무라도 한 그루 있다면 명당자리다. 맞은편에는 영남알프스 종주 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고현산이 있고 또 가지산 오르는 운문령, 석남사 코스가 있다. 

 

 

지나온 능선(능동산)과 석남터널을 통과하는 울산~밀양간 24번 국도

 

 

(09:30) 간이매점이 있고 철쭉 군락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가지산 철쭉나무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46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가지산 정상부 일원과 능선 약 300,000평 규모에 약 220,000그루의 철쭉이 자생하고 있으며 철쭉 고목 수령 100~450년, 높이 3.5~6.5m. 둘레 6~10m 크기의 노거수가 40여 그루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철쭉군락지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간이매점(1.4km)

 

 

595개의 나무계단을 오르면 몇 미터나 올라온 것일까? 참고로 통상 건물의 계단 높이를 16cm라고 보면 16×595=9,520cm

그런데 산에 나무계단은 이보다 높은 약 20cm 정도로 보면 20×595=11,900cm 약 10분에 걸쳐 쉬지 않고 올라왔다.

 

 

(10:15) 중봉(1,139m) 도착

계단이 끝나는 능선에 세워진 이정표상 가지산 남은 거리표시를 보고 지금쯤은 정상 부근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힘을 쏟는다. 위를 쳐다보니 바위뿐이다. gps도 정상을 알리는 신호음을 울린다. 바위에 올라서 정상석을 찾아보니 없고 뒤로 산 하나가 더 있다.  

 

 

중봉에서 본 가지산 정상 모습

 

 

쌀바위봉 조망

 

 

또 정상인 줄 착각한 암봉

 

  

쌀바위봉, 상운산, 운문령 능선

 

 

지금은 비오는 중이다. 가지산 능선 뒤로 중앙에 폭 커진 백운산, 그 뒤로 천황산, 재약산 모습  

 

 

(10:50~11:25) 가지산 정상 도착

비바람이 막힘 없이 하늘을 휘젓는다. 바람은 어디서 어디로 부는지 비옷은 사방으로 펄럭이고 비를 막아 줄 아무것도 없어 금세 옷이 다 젖는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몸 가누기조차 어려워 정상 아래 파란 지붕의 대피소로 몸을 피한다.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간이매점(1.4km)→중봉(0.5km)→가지산(1.1km)

 

 

가지산 대피소

대피소는 TV에 소개된 적이 있다. 마침 산지기가 갑자기 들이닥친 나를 보고 불청객처럼 놀란다. 간단히 소개를 마치고 라면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랜다. 산지기는 묻는 말에 대답 정도며 스스로 지어내는 말은 없다. TV에서 본 누렁이가 주인 대신 핥고 비비고 꼬리 치며 친절을 베푼다. 식사를 마치고 비 온다고 계속 있을 수도 없는 처지 떠나기 전에 산지기한테 비바람 불어 미안하지만, 정상 인증 사진을 부탁한다.

 

 

가지산(迦智山 1,241m) 정상석과 기념촬영했다. 마침 가지산 명물 누렁이가 따라 나와 뜻밖에 좋은 사진이 되었다.

♣우리 명산 100

 

 

가지산 운문산 이정표

이정표는 다음 주요 지점까지 소요시간을 표시해 놓았다. 거리와 시간 어느 것이 도움될까? 시간은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니깐 참고 사항이고 거리는 확실한 지표가 된다. 거리를 두고 몇 시간이 걸리겠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다 알아서 계산한다. 대피소 주인이 만든 모양이다.

 

 

운문산 가다가 뒤 돌아 본 가지산

 

 

백운산 갈림길(1,100m)에서 아랫재(820m)까지는 한마디로 낭떠러지 수준이다. 아랫재까지 300m 고도를 낮추니 까맣게 보인다. 엉덩방아를 찧고 길게 미끄러지다가 뾰족이 튀어나온 나무뿌리 같은 것에 똥침을 맞고 멈춰 한동안 정신을 잃을 뻔하고, 스틱도 소용없을 정도로 비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고, 희미한 등산로를 재차 확인해가면서 어렵게 내려왔다. 이 모두가 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다.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가지산 쉼터(1.4km)→중봉(0.5km)→가지산(1.1km)→백운산 갈림길(2.6km)

 

 

(13:00) 아랫재 도착 남명리 상양마을(2.9km)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가지산 쉼터(1.4km)→중봉(0.5km)→가지산(1.1km)→백운산 갈림길(2.6km)→아랫재(1.3km)

 

 

아랫재 환경감시초소

처마 밑이 겨우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만 막아준다. 따뜻한 음료는 있는데로 다 마시고 남은 음식도 다 먹어 치워 배낭을 가볍게 한다.

 

 

운문사 방향 (사리암~운문사) 자연휴식년제 시행 중

 

 

운문산으로 향한다.

 

 

산죽밭은 언제나 좋다.

 

 

정상 직전 암봉은 올라가기를 생략한다. 구름이 낮게 깔려 가시 거리가 안 나오고 비 바람에 바위도 미끄럽다.

 

 

 

운문산 정상 모습은 순탄하게 보인다. 

 

 

마지막 나무계단 오르기

 

 

대한산악연맹에서 설치한 정상석이 먼저 반기고

 

 

(14:30) 운문산(1,188m) 정상석과 기념촬영부터 먼저한다. 셀프 촬영을 위해 먼저 배낭을 주변의 돌을 주워 움지이지 않게 고이고 그 위에 카메라를 얹는다. 수평과 높낮이 조절은 수건을 겹겹이 접었다 풀었다 한다. 오늘처럼 비바람이 부는 날은 이마저 힘든다. 운문산을 경계로 경북과 경남으로 나누어지며 경계상에 있는 청도 ,경주와, 울산 ,밀양은 대구와 부산으로 생활권달라진다. 

♣우리 명산 100

 

 

운문산 정상 이정표에서 억산, 석골사 방향으로 하산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가지산 쉼터(1.4km)→중봉(0.5km)→가지산(1.1km)→백운산 갈림길(2.6km)→아랫재(1.3km)→운문산(1.5km)

 

 

석골사, 상운암과 억산, 딱밭재 갈림길

석골사는 계곡 길이고 딱밭재는 능선 길이다. 계곡에는 물도 있고 폭포도 있고 괴상한 바위가 많아 심심한 줄 모르는데 능선은 걷기 편한 대신에 지루하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니깐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 줄 모르겠다. 낙엽, 나무뿌리, 잔돌, 흙탕, 너덜, 바위 하나같이 조심해야 할 것들이다. 이런 날은 산을 오르는 속도와 하산 속도가 맞먹는다. 

  

 

상운암

 

 

상운암 계곡

 

 

계곡 물을 건너고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석골

산이 모두 돌산이니 계곡에는 돌 천지라 석골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허준이가 스승을 해부한 장소로 알려진 바위동굴이 상운암 부근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만추(晩秋)

 

 

기암절벽

 

 

딱밭재 갈림길

계곡이 싫은 사람은 딱밭재로(계곡보다 쉬움) 운문산을 가장 쉽게 오르는 기점은 어딜까? 운문사(7km), 석골사(4.3km), 남양리 상양(4.4km) 세 곳 다 기점 (200m 수준)이 낮아서 내공이 있어야 한다. 

 

 

밀양시 구조표시목

 

 

억산 운문산 등산 안내도

 

 

석골사 후문

 

 

석골사(石骨寺) 극락전

773년 신라 혜공왕 때 법조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16:50) 석골폭포

석골폭포는 석골사 바로 아래에 있다. 가지산 운문산 거쳐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 구경 못 했다. 버스정류장까지는 약 2km 걸어가야 한다. 비가 오고 있으니 마을에도 사람 하나 안 보이고 집집마다 늦은 품종의 사과만 주렁주렁 열려 있다. 멀리 24번 국도가 지나는 차도를 목표로 걷는다. 석골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하천과 만나고 마을회관을 지나 강변에 다다르니 오토캠핑장에 편의점이 있다. 밀양까지는 3~40km 국도 옆 구도로에 원서마을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한다. 부지런히 걸어 도로에 얼굴을 내미는 순간 버스가 온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버스에 올라 기사한테 오늘 최고의 행운은 산행 일정을 다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를 탄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기사도 나처럼 좋아하며 밀양 시내에 들어와 목욕탕 앞에 세워준다.

배내고개→석남터널 갈림길(1.1km)→석남고개(3.1km)→가지산 쉼터(1.4km)→중봉(0.5km)→가지산(1.1km)→백운산 갈림길(2.6km)→아랫재(1.3km)→운문산(1.5km)→석골사(4.3km)→석골 시내버스 정류장(1.8km)=18.7km

 

 

 

 

 

2014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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