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절 이름을 지었나 절이 산 이름을 지었나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수덕사는 세 번째 방문이다.
이번은 수덕사행은 절을 보기 보다 절 뒷산 덕숭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덕숭산은 금북정맥 중심에 놓여 있는 산으로 北으로 가야산, 西로 서산, 태안, 팔봉산, 안면도, 서해바다,
南으로 보령 오서산, 東으로 아산, 천안 광덕산 등과 사방으로 이어진다.
감기가 걸렸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심하면 병원에 가고 드러눕기도 하겠는데 머리만 약각 띵하고 잔
끼침과 콧물이 조금 흘러내리는 것 외엔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고 버틴다.
모처럼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번뜩 생각나는 곳으로 배낭을 싸고 차를 몬다.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대전 고속도로, 고덕 IC, 40번 국도 쉬어 가며 2시간 만에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식당, 기념품 가계가 늘어선 곳을 지나면서 전번 식당이 기억나지 않아 의자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산채
더덕정식으로 점심을 한다.
선문(덕숭산 덕숭총림 수덕사)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다. 다 나이가 든 전국 곳곳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이다.
농한기가 시작되면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팔도유람이 시작되는 때 이기도 하다.
2011년 3월 방문했을 때는 禪門은 단청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말끔하게 단청이 칠해져 있다.
옛 멋을 잃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부도밭
禪門을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담장이 둘러친 곳이 부도전이다. 백제 때 세워진 절 치고는 근대 선승들의
부도가 일색이다.
초대방장 혜암 대선사탑(1884~1985)
2대방장 벽초 대선사탑 (1899~1986)
3대방장 원담 대선사탑(1926~2008)
원담 스님 부도는 부도전에도 있고 부도전과 지척에 근래에 세운 듯한 부도전이 또 있다. 이곳 부도는 어떤
불자가 개인적으로 불사한 모양이다.
수덕사 禪 미술관
산속에 현대식으로 미술관이 들어서고 옛것은 점점 초라해진다.
一柱門 (德崇山 修德寺)
일주문 좌측에 있는 수덕여관은 가림막을 치고 공사 중이다. 듣기로는 예산군에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새로
단장하는 모양인데, 옛것으로 보이려면 우리가 떠난 후겠지!
金岡門
四天王門
黃河精樓(성보미술관)
梵鐘閣
대웅전과 삼층석탑
예산 8경 중 가장 유명한 명승지는 덕숭산(580m) 중턱에 자리잡은 修德寺다.
修德寺는 백제 위덕왕(554~597) 때 창건된 고찰이며 고려 때 지은 大雄殿은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
지어진 것으로 현재까지 창건 연대를 아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法鼓閣
대웅전 마당 금강보탑
대웅전(국보 제49호)
대웅전과 삼층석탑
배홀림 기둥, 주심포
修德寺 대웅전은 柱心包집이다
집을 지으려면 기둥을 세운 뒤 이것을 연결해 고정해야 하는데
기둥과 기둥을 옆으로 잇는 것을 창방이라 하고, 앞뒤로 가로지르는 것을 들보라 한다.
기둥과 창방과 들보를 함께 연결하는 장치가 拱包다.
공포를 어떻게 역학적으로 효과 있게 그리고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짜느냐가 목조건물의 중요한 과제가
되는데 공포를 기둥 위에만 설치하는 집을 柱心包집, 기둥과 기둥 사이에 공포를 만들어 끼워 넣을 경우
多包집이 된다.
대웅전 좌측으로 덕숭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는 수덕사 관음전 담을 우측으로 끼고 계곡을 쫓아가는데 덕숭산에서는 제일 깊은 골짜기처럼 보인다.
돌계단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2대 방장을 지낸 벽초 경선 스님이 방장으로 주지하실
때 수덕사에서 정혜사까지 1,080 돌계단을 깔았다고 한다.
사면석불은 각 면에 약사불,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미륵불이 조각되어 있는데 귀하신 불상이 노천 등산로에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다.
벽초 스님의 1,080계단
구조표시목
소림초당
관음보살입상 (만공스님이 조성)
관음보살 입상 정면
해우소
만공탑
世界一花, 百艸是佛母 (세계를 하나로 보고, 백성을 부처님의 어머니로 모셔라) 만공스님의 행장과 법훈 친필.
정혜사 후문
스님들의 울력 장소
덕숭산 정상 직전
덕숭산 정상
정상답게 사방 조망은 시원하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 2.4km 도중에 특별히 땀을 흘려야 하는 구간도
없고 수덕사 야외 유물들을 감상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1시간 정도 오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덕숭산(495.2m)
덕숭산 정상서과 기념촬영
북쪽으로 가야산, 원효봉 조망
덕산온천지구
내포평야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하산 길에 정혜사 들리려면 능선 삼거리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만공탑에서
정혜사로 가야 하는데 우측 능선으로도 정혜사 가는 길이 있을 것 같아 출입을 막는 듯한 철조망을 무시하고
가버렸더니 좌측으로 정혜사는 보이는데 진입로가 없다. 계속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부근에 해태바위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못 찾고 대신 물개처럼 생긴 바위를 만난다.
정상 능선 조망
능선에는 곳곳에 암봉이 솟아 있어 바위에 오르면 사방 전망이 좋다.
집채만한 바위도 뒹굴고 있고
바위에 올라서면 덕숭산 기슭으로 수덕사와 주차장, 맞은편엔 홍동산, 용봉산이
내포 평야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나지막하게 솟아있다.
앞을 가로막는 큰 바위 앞에서 길은 좌우로 나누어져 바위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펴보니 좌측길이
집단시설지구 내 주차장을 향하여 길을 내며 간다.
도중에 짐승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다닐만한 길이 나와 열심히 쫓아간다.
해골바위 같은 거도 보고
사유지를 통과하니
사유지임을 알리는 간판(솔암 한만석의 朋堂)이 서 있다.
집단시설지구 내 상가 마지막 건물과 화장실 사이로 길이 연결된다.
선문을 다시 보니 덕숭산을 미니로 한 바퀴 돈 셈이다. 산은 능선을 걸어봐야 산세가 이해되고 주변 상황과
함께숙지 되면서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덕숭산이 왜 명산 100에 끼었을까?
예산 내포 평야를 지나는 금북정맥이 서해 안면도에서 바다로 사라지기 전에 산맥 한가운데서 우뚝 솟아
사방을 호령하는 자세 때문에 수덕사라는 名刹을 안았으며 명산의 선정 조건의 하나인 지역 안배 기준에 따라
선정된 산으로 여겨진다. 산행시간은 수덕사 경내 둘러보는 것까지 포함해서 왕복 5km, 3시간이면 충분하다.
서울서 산행을 포함한 하루 나들잇길. 정혜사 때문에 언제 다시 와야겠다. 가는 길에 덕산온천에 가서 온천
하고 올라간다.
2014년 10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