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이보다 더한 오지가 있을까
오늘 산행 거리는 약 15km, 늦장을 부려도 좋고 걸음이 늦어도 괜찮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 때라 해 넘는 걱정은 말거라. 8시 산장 마님의 아침 식사 호출에 어제저녁
처럼 바깥양반과 겸상이다. 그새 안다고 반갑게 아침 인사 나누고 궁금한 얘기 물어본다.
이곳까지 들어오게 된 이유가 제일 궁금했다. 아주머니가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우선 아
주머니의 대답을 기다려본다. 주인장은 당시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으며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도시를 떠
나게 했고 전국 살만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봉화 골짜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고향이 성주인데 고향을 마다하고 봉화까지온 이유도 이곳 산수가 가야산보다 훨씬 다양해서 정착하게 되
었다고 한다. 주인장의 안목, 부지런함, 타고난 손재주, 안주인의 헌신적인 협조, 집을 가꾸는 취미 등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건강 문제로 이곳을 떠나야 하는 모양이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조용한 숲, 자연 속의 생활도 천명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주목산장 문패
「주목산장」 전경
등산객들의 똑같은 질문 "여기가 어딥니까?"에 답하기 귀찮아 자비로 제작한 '백두대간 봉화 선달산' 표지석
외씨버선길은 경상북도 북부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청송군(주왕산), 영양군(조지훈 문학관), 봉화
군(보부상 길)이 인접한 강원도 영월시 김삿갓면(관풍헌)과 연계하여 총 200km 거리를 13개 구간으로 나
누어 조성한 트레일을 말한다.
용운사에서 늦은목이까지 1km는 외씨버선길 열하나째길 마루금 길 구간에 속한 토막길이다.
이정표에 선달산 3km가 선명하다.
잣나무 숲
돌계단이 깔린 탐방로
늦은목이 직전 나무계단 구간
백두대간 접속로 중에 탐방로가 가장 잘 조성되었다고 감탄을 했다. 마을 사람들의 자작인가 아니면 군의
예산으로 지원된 숲 가꾸기 사업의 일환인지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도 아깝지가 않은 현장이다.
(09:40) 늦은목이에 도착하니 한 무리 산행팀들이 쉬고 있다. 서울에 주소를 둔 '자유인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의 고치령 박달령 구간을 진행하고 있는 후미 팀이라고 한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뒤 좇아 간다. 젊은
사람들이라힘이 좋아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다.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느린 걸음으로 진행
하는 사람축에 속할 것이다. 그래도 내 나이에 지구력 하나 가지고 단독으로 종주하는 사람도 흔치 않을 거다.
선달산↔늦은목이 구간 구조표시목
선달산 정상은 늦은목에서 등정하는 것이 제일 가깝다.
봉화에서 차로 용운사까지 오면 정상까지 3km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쓰러진 나무가 길을 덮치고 있다.
자유인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 후미 그룹
외씨버선길(마루금 길) 선달산 이정표
처음 오는 사람은 여기가 자칫 선달산 정상인 줄 착각하기 딱 좋겠다. 이정표를 보면 선달산이라고 쓰여있다.
그래서 부랴 사진도 찍었다. 선달산 정상도 서너 차례 능선을 돌아야 나타난다. 죽을 힘을 다하여 한 구비
올라설때마다 허탕을 칠 때 입에서 욕이 다 나온다.
(10:50) 선달산 정상에 도착하니 후미 그룹이 다 모여 가벼운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다.
누군가 내미는 종이컵에살얼음이 낀 막걸리, 頂上酒 한잔을 받아 마시고 취한다. 이 팀은 박달령에서 종주를
마치고 오전약수탕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작별 인사를 하고 무사를 기원 받는다. 오늘 날씨도 구름 많음에
오후 간간이 비 소식이 끼어 있다. 선달산 정상은 조망처로 이름났지만 주변 울창한 수목 때문에 20평 남짓
하늘만 빼꼼하다. 북으로 백운산, 태백산, 함백산, 남으로 소백산은 상상으로 만난다.
선달산 (1,236m) 정상석과 기념촬영
선달산 정상 박달령까지 5.0km 이정표
(11:00) 선달산 출발
백두대간 선달산 ↔ 박달령 고전적인 안내판
대간 길을 걸으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대간 마루금 수없이 많은 고개 중에서 한 곳을 골라 말년에
정착하면 어떨까? 대간을 걷는 사람들의 길잡이 노릇도 하고 편의시설(숙박과 음식)도 제공하고 안전대피
소 역할도 하는 산장 같은 거 말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현실은 등산옷
과 장비 산업만 날로발전을 하고 산 가꾸기 사업은 한없이 속도가 느리다. 산을 관리하는 일은 국가만의 몫
은 아니다. 산의 공공 부분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현재 무분별 자행되고 있는
약초, 산나물 체취와 무허가 산속 생활을 방송에서 미담으로 내 보는데 정작 산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산행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고갯마루에 있는 산림감시초소에
대피소 개념을 추가하여 산림 감시 체제와 등산객 편의시설로 확대 운영함이 어떤가?.
안전산행이 산을 가꾸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바위가 귀한 산이라 바위가 이정표 노릇을 하는구나!
1,221봉 의자가 있는 쉼터
1048봉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돌덩어리
싸리나무, 참나무,잡목으로 우거진 숲을 앞만 보고 지루하게 걷는다. 다행히 박달령까지 크게 오르막이 없이
내리막이라 힘 안 들이고 걷는다. 바닥으로 야생화군락지가 많다고 하는데 잡목에 가려 보기 힘든다.
(13:00) 박달령 도착
비포장 임도가 고개를 정점에서 남북으로 나 있다. 남쪽은 915번 지방도 주실령과 연결되고 북쪽은 88번
지방도도래기재와 연결된다.
박달령(985m) 표지석과 기념촬영
산신각
점심 먹을 마땅한 장소를 찾아보니 정자 안은 쓰레기 더미, 길가는 바람에 먼지가 날리고 햇빛을 피할만한
그늘도없다. 산신각 추녀 밑 콘크리트 바닥이 좋다. 극성스런 개미, 벌은 해충 퇴치제로 접근을 불허하고 점
심용으로 산장에서 싸준 술떡을 편다. 소고기 고추장볶음, 김치, 절인 고추, 창난젓, 술떡이 생각보다 맛났다.
(13:40) 박달령 출발
숲 안내
솔잎흑파리의 피해로 소나무(춘향목) 숲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참나무(신갈나무) 숲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상층부에는 소나무, 신갈나무, 중층부에는 층층나무, 팥배나무, 음나무, 하층부에는 노린재나무, 개옻
나무, 당단풍나무, 바닥에는 산나물, 야생화(노랑무늬붓꽃) 등이 자생하고 있다.
박달령↔옥돌봉 구조표시목
춘향목 집단 서식지
밧줄구간
987봉
주실령 갈림길
(15:20) 옥돌봉(1,244m)
옥돌봉도 조망이 뛰어나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
구룡산(북동쪽), 청옥산 각화산 (춘양), 문수산 (봉화), 학가산 (영주), 죽령, 소백산 (풍기), 선달산 등,
전망은 큰나무에 가려 형편없다. 정상 주변으로 나무를 잘라 사계절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어떨는지?
힘들여 정상에 올라온 수고를 보상받고 싶은 심정으로 나무 몇 그루 자른다고 산림훼손이라 욕할 수 있을까?
옥돌봉 「전망 안내판」
(15:30) 옥돌봉 출발 도래기재까지는 급한 내리막이다.
시간도 넉넉하고 서두를 일 없다. 내리막에서 오르막보다무릎에 부담이 더 많다고 하니깐 천천히 발을 내딛고
무릎이 안정된 상태에서 다음 발을 내딛는 순서를 반복하는 연습을 하면서 내려온다.
철쭉 군락지
550년 묵은 철쭉을 만나다. 꽃은 없지만 굵은 줄기와 사방으로 뻗은 가지, 높다란 키 무성한 잎은 꽃을 더욱
궁금케 한다.
◇보호수 (2006, 5, 25)
樹名 ; 철쭉나무
나이 : 550년
크기 : 높이 5m×둘레 105cm
소재지 :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 산 1-1
관리자 : 영주국유림관리소
멋진 대간 길!
숲 속에 거미줄 같이 얽혀 있는 나무와 나무가지 박쥐 거미 귀신이 사는 음숙한 지역.
봉화군 이정표
싸리나무 군락지
진달래 군락지
도래기재를 넘는 야생동물 이동 통로 철책을 따라가는 데크 로드를 조금 지나면 88번 지방도로로 내려서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에 걸터앉아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지나가는 차도 구경하고, 근처에 주차해 있는 봉고
트럭 기사와 장거리 대화도 하고 민박에 날 데려가 달라고 전화도 한다.
계단에 앉아서 나도 쉬고 배낭도 쉬고 잠시 망중한에 빠진다.
(16:40) 도래기재 영월에서 춘양 봉화 울진으로 가는 88번 지방도
고치령 도래기재 구간은 당일치기로 마치기에는 긴 거리다.
야간산행을 마다치 않고 꼭두새벽에 불을 밝히고 출발하여 당일로 마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백두대간을 여러 번 종주한 사람들의 행각이고 우리처럼 초짜들은 구간별로 시간을 넉넉히
배분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야지 안전한 산행을 담보할 수 있다. 여유가 있으니 서두르지 않게 되고 주변
경관과 숲을 나름대로 음미도 하고 산속을 걷는 의미도 되새기게 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민박주인이 도착했다. 백두산민박(054-672-4050)은 도래기재에서 춘양면 서벽으로 4km 떨어진 곳
식당을 같이 하고 있다.
2014년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