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도상거리 26.28km를 하루에 걸을 수 있을까
이 나이(67)에 체력을 시험하다니 동료들이 들었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뛸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대간 길 중에서 하루 구간으로는 제일 긴 경상북도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고치령부터 봉
화군 춘양면 서벽리까지 약 27km와 맞닥트렸다. 혹시 있을 야간 샨행에 대비하여 헤드랜턴도 챙기고 갑작
스러운 날씨 변화에 대비하여 비옷도 챙긴다. 어쩌면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한편의 두려움을 지우며 마
음 한구석에서 모락모락 일어난다. 일기예보는 산행 당일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1~6mm의 비를 예상한다.
고치령까지는 서울 센트럴시티 호남터미널에서 영주 가서 영주에서 단산면 좌석리(1일 3회) 가는 시내버스
를 타면 된다. 영주에서 5시 30분 좌석리 가는 막차를 타기 위해 逆으로 시간을 환산하여 집을 나선다.
영주 기독병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
오후 1시 10분에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3시 40에 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소백산 다니느라고
여러 번 와서 낯설지가 않다. 먼저 좌석리 가는 시내버스 정류장과 시간을 확인하고 2시간을 보낼 방법도
찾아야 했다. 초등학교 동창생 중에 영주에서 동물병원 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가까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
지만 무엇을 하고 사는지는 서로 안다. "영주 소백산 오거든 들려라." 가까운 애완 센타가 눈에 띄어 들어가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준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당사자는 상갓집에 문상 가고 없고 부인이 대신한다.
초등학교 서울 총무라고 소개하니 금방 알고 茶도 내놓는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마음에
뭉친 얘기를 서로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들어 줄 수 있는 아량을 가졌다면 말이다.
(17:30) 단산면 좌석리 막차 탑승 (버스 시간표)
(18:30) 단산면 좌석리 고칫재 민박집 도착
2008년 7월 30일 백두대간 연화봉~고치령 구간을 초등 실시하여 오후 6시 고치령으로 하산했다. 그때
있었던 일을 애써 기억해 봐도 6년이란 세월은 나를 기억 상실자로 만들어 버린다.
숲이 우거진 고갯길 비는 내리고 목은 타고 얼마나 가야 사람을 만날지 가늠도 못 하며 비를맞으며 추적
추적 내려올 때 우리를 뒤 쫓아 오는 봉고를 간신히 얻어 타고 즐거워하며 내려오던 길. 고치령 길.
민박집 마당 산수국이 여유롭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사람 소리가 안 나고 개만 짓는다.
현관문을 두드리니 아주머니가 나온다. 손님인데 접대가 영 신통찮다.
1박 3식을 하겠다니 "밥은 못 해 줍니다."라고 한다.
마당으로 물러서니 주인장이 마당 한쪽에서 기계를 고치며 집사람과 내가 나누는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조금 전에 한바탕 했다고 한다. 일할 사람은 부인이고 약속은 주인장이 했으니 낭패가 난 모양이다.
"저하고 차로 밥 먹으러 갑시다." 하고 털고 일어선다. "그럼 밥값은 내가 내지요." 나가면은 내일 아침 점심
까지 준비해올 작정이다. 그때 아주머니가 "밥 안치 놨는데 가기는 어딜 가요" 소리가 크다. 아주머니가 마음
을 푸신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러면 사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어야지요." 마음에 들 것 같은 얘기를 바로
한다. 한 성깔 하면서도 정 많은 여자 타입 금방 반색을 하며 웃으며 얘기한다.
(05:10) 고치령(760m) 출발
고치령은 충북 단양군 춘양면 의풍리와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를 있는 고개 민박집 주인이 여기까지
대려다 준다.
고치령 표지석과 사진도 찍어 주고
고치령 신령각
헬기장① 통과
고치령에서 산령각 뒤로 빤히 보이는 능선 첫 번째 봉우리를 10여 분 힘 들여 올라서면 헬기장이 있고
헬기장을 조금 지나면 국립공원 소백산 이정표와 구조표시목이 나란히 있다.
(05:50~08:50) 지독한 알바하다.
고치령에서 첫 번째 능선에 오르면 헬기장이 있고 바로 소백산국립공원 이정표와 안내표시목이 나온다.
500m 정도 전진하면 좌측 경사면과 950봉 (자개봉 갈림길)으로 올라서는 길로 나누어지는데 좌측이 대간
이고 봉우리는 대간으로 복귀하는 길 없이 자개봉으로 곧장 간다. 길은 대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1차 자개봉 갈림길에서 자개봉까지 왕복 4.0km. 2차 다시 자개봉 갈림길에서 자개봉 직전까지 왕복 3.8km
총 7.8km를 3시간 동안 알바를 하고 나니 의욕이 상실되고 길이 무서워진다.
한편으로는 길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다행으로 생각하며 의기소침했던 기분을 추스르기 위해 비 맞은
중놈처럼 중얼거리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 본다. 오늘 일정을 다 소화하기란 나한테 무리라는 암시로 받아들
이고 중간(늦은목이)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06:35) 자개봉 (858.7m)
트랭글 gps 70만 회원 가운데 자개봉 등정한 순위가 8위로 나온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네!
(09:00) 대간으로 순조롭게 복귀하다.
500m마다 있는 이정표를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 스스로 자문해 보지만 대간에 이정표가 제대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믿음이 없어서다. 대간 표식기도 보는 대로 걷어치우며 무슨 전리품이라도 챙긴 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간에서 종주자들이 매달아 놓은 표식기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싸리꽃, 싸리나무 군락지
877봉
(9:40) 미내치 (831m)
자개봉 갈림길(950봉)에서 미내치까지는 내리막, 1,096.6봉 1km 전까지 평탄을 유지하다가 1km 남겨
두고 200m 정도 고도를 올린다. 초장이라 견딜만 하다.
노루오줌
고치령 4.0km 마구령 4,0km 중간 이정표
맷돼지 흔적
(10:00) 855봉 헬기장②
(11:15) 1,096.9봉 헬기장③에서 부터 마구령까지는 쉬운 길
싸리나무가 탐방로를 가로수처럼 덮고 있다.
(12:00) 마구령 도착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남대리와 경북 영주시 부석면 임곡리를 잇는 고개 935번 지방도가 쌍방으로
연결되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라이딩하는 젊은 부부와 조우 대구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단산까지 와서 자전거로 단산~고치령~의풍~
마구령~부석~단산을 라이딩 한다고 한다. 사람 보니 반가워 갈 길을 붙잡는다.
점심 도시락을 펼쳐보니 짭질맞은 여인네 음식 솜씨가 묻어난다. 어린이용 작은 도시락 반찬 그릇에 김치.
고추 절임. 깻잎 절임, 멸치 볶음, 창난젓이 가지런히 담겨 있다.
마구령(827m) 표지석 기념촬영
(13:00) 마구령 출발
(13:20) 헬기장④(894봉)
(14:10) 헬기장⑤(1,058봉)에서 갈곶산까지는 편안한 숲 길이다.
934봉 이정표
그늘사초
탐방로에 쓰러진 나무를 비켜가고
온종일 잡목과 싸리나무 떡갈나무와 시름 하며 밋밋한 숲을 지겹도록 걸었다.
늦은목이가 가까워지니 하산을 결정해야 한다. 마음에 조그마한 여유가 생기면 욕심이 살아난다.
이것을 척결하는 일은 엄격함 밖에 없다. 정 할 때 신중히 생각해서 반듯이 실천에 옮기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갈곶산은 지나칠 뻔 했다.
정상석도 없고 이정표에 낙서처럼 갈겨 놓은 것을 보고 안다. 마침 gps도 확인해 준다.
(15:30) 갈곶산(966m)
이상한 바위
(16:00) 늦은목이(800m)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남대리와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를 잇는 고개 늦은목이에 도착한다.
고치령서 늦은목이까지 13.7km를 알바(대간 이탈 7.7km)하는 바람에 21.4km를 걸은 셈이다.
도래기재까지 나머지 12.58km를 해지기 전까지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알바만 하지 않았다면 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약간 분한 생각도 들었지만, 숲 속을 걸으면서 배우는 게 뭔가? 자연의
순리를 터득하는 일이 아닌가?
"니 힘으로는 도저히 어려운 길이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라."라는 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소백산 국립공원 안내판 (늦은목이) 여기까지가 소백산 관활지역
영월군 김삿갓면 외씨버선길 11,12,13길 구간 안내판 (늦은목이)
늦은목이 옹달샘
나무계단
늦은목이에서 용운사 입구까지 1km는 계곡. 용운사부터 차가 다닐 수 있는 포장도로 약 900m 정도 내려
가면 오전2리 마을 시작, 20km 더 가면 봉화읍.
계곡이 참 잘 가꾸어져 있다.
통나무계단, 돌계단, 나무계단, 바닥은 납작한 돌과 잣나무 잎으로 깔려 있다.
잣나무 숲
돌계단
길 위에 쓰러진 나무 가지가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고 그속으로 통과
주목산장 주인장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잣나무 숲
용운사 선달산(3km) 입구
용운사 (佛事 진행 중)
꽃산수국
키 큰 밤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여 나무 전체를 덮고 있다. 장관이다.
「주목산장」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2리 279 손상기 010-3783-8779)
대지 300평, 건평 3동(본채 2층 1동, 단체숙소 1동, 개인용 1동) 70평, 하천부지 200평 3억 7천에 매물
로 나와 있다. 산장 주인과 겸상으로 저녁을 차렸다. 식사하면서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주인장의 소개를
듣는다. 고향은 경북 성주, 74세로 경기도 부천에서 식품 사업을 하다가 월드컵이 열리든 해(2002년) 이곳
으로 이사 와서 아랫동네에서 전세로 8년간 살다가 이 집을 지어 이사 온 지 4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집을 너무 잘 가꾸어 놓았다. 한마디로 두 부부가 奇物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은 몸이 약간 불편해 보이며 부인은 자식들이 있는 서울이 그립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 더 하면서 즐거운 식사를 했다.
개인동 숙소
숙소 내부
50,000원에 1박 3식으로 정했다. 저녁 식사 때 주인장으로부터 마을 이야기를 들어 한결 정이 간다.
온수로 목욕하고 전기장판으로 침대를 데우니 집만 못할 이유가 없다.
통 창으로 바깥 풍경이 들어오니 산속에 있는 듯하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계곡이 많이 말랐지만, 상류
쪽이고 이 동네를 적실 정도의 양은 흐른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오늘 밤 잠이
올는지 모르겠다.
2014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