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3 저수령~도솔봉~죽령

백두대간 저수령~솔봉~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

안태수 2014. 6. 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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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이 넘는 봉우리가 즐비한 마루금

 

 

지도를 꺼내 놓고 출발지인 저수령에서 도착지인 죽령까지 등고선과 봉우리 숫자를 확인해 보니 겁이

덜컹난다.전체 거리 19.71km에 1,000m에서 1,300m를 넘나드는 봉우리가 지도상에 표기된 숫자만 17개, 

평균 1km마다 봉우리 한개씩을 넘어야 하며 재는 4개를 지나야 한다. 재는 능선상 낮은 안부에 주로 나 있

으며 재 양쪽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마을을 잇어주는 통로 역활을 한다. 자연히 산 마루금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재를 만난다면 심한 경사면을 오르내릴 일이 상상되는데 무려 4군데나 도사리고 있다니 

속으로 죽었구나 복창하고 각오를 다진다. 

 

 

(05:30) 저수령 황장산 쉼터를 나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평소 먹지 않던 아침을 챙겨 먹는다. 콩나물국에 고추가루 조금 타서 밥을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하루종일 산행을 하려며는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중간중간(약 2시간마다)음식물을 먹어야

하는데 아직 마땅한 음식물을 정하지 못해 이것저것 실험 중이다. 

지인이 추천한 미수가루, 물에 미숫가루와 설탕을 타서 600mL 물병에 담아 허기가 올 때마다 조금씩 마셨

더니 속이 참 편했다.  

 

(06:00) 저수령(848m) 출발

황장산 쉼터(민박) 주인이 이곳까지 차로 태워 주었다.

전날 일기예보는 오전에는 구름이 많고 오후에는 약간의 비가 올 것이라 한다.

높은 구름이 하늘을 다 가려 해 볼 일은 없고 구름이 높아 하늘이 비었으니 바람은 천방지축으로 분다. 

산행하기 좋은 날! 

 

경북 예천군에서 세운 백두대간 저수령 표지석 뒤로 대간 길은 시작된다.

 

(06:30) 촛대봉(1,080m)

저수령에서 촛대봉까지는 한꺼번에 고도를 250m 정도 올리는 급경사 구간이다.

일단 촛대봉까지 오르고 나면 배재 싸리재까지는 크게 오르내림이 없는 평탄한 길을 걷는다.

 

(06:50) 투구봉

파란 하늘이 잠시 구름을 밀어내는 사이 햇빛은 짙은 녹음을 비집고 어둑한 산속을 밟게 비춘다.

바람은 산 마루를 거침없이 쏘다니며 초록은 사방에서 춤추듯 펄렁인다.

시야가 청명하니 마음 또한 맑아지고 갈 길을 재촉하던 삶도 저만치 그늘에 앉아서 쉰다.   

 

(07:10) 시루봉(1,110m)

백두대간 하루 평균 걷는 거리는 20km 전후, 이 나이(68)에 기본 체력이라는 것이 아직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탁구, 테니스, 골프, 등 작은공 운동을 지속해서 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산행 전반에는 평균 시속 2,5km를 유지하다가 후반에는 2km 이하로 떨어진다. 경사가 심하면 시속 1km에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산행 중 휴식시간은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약 2시간 정도, 평균 10시간을 걷는다고

보면 된다.

 

잣나무 조림지

이런 길을 만나면 신이 나지!

 

(07:45) 1,084봉 통과

 

잣나무가 촘촘히 산길을 만들고 철쭉은 길에 누워 꽃잎을 뿌린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진달래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여기까지 쫒아 올 女子 아직도 못 만났다. 

 

(08:00) 배재(960m)

촛대봉에서 배재까지 약 3km를 1시간 동안 고도를 100m 정도 유지하면서 낮추는 것은 힘 안드는 길이다.    

 

(08:30) 유두봉(1,059m)

유두가 함몰된 것처럼 보이는 지점을 두고 스스로 판단하고 작명하다. 

 

(08:50) 싸리재(925m)는 죽령까지 가면서 제일 낮은 재.

 

싸리목에서 흙목정상까지 또 한차례 오르막이다. 정상 직전에 좋은 길 만나 화가 좀 풀린다. 

 

(09:40) 흙목정상(1,070m) 통과

 

돌탑 부근

 

송전탑을 지나면서 잘 발달한 능선길을 만난다,

철탑 공사를 위해 가까운 마을에서 건설물자와 인부가 올라 오려며는 길 만들기가 우선인 것이다. 덕분에

좋은 길을 한참 걷는다. 

  

 

(10:20) 뱀재 뒷편에 헬기장 있음

 

바위가 귀한 산이다.

 

(11:20) 솔봉(1,102.8m)

솔봉까지도 능선길이 길게 잘 나 있어 힘든 줄 모르고 도착했다.

저수령에서 죽령까지 솔봉은 그 중간쯤에 있고 지나온 봉우리 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아직 정상석도 못 얻는 것을 보면 주변 경관도 막히고 앉아 쉴만한 곳도 협소하다.

어떤 산악회에서 제작한 간판이 나무에 걸려 있는데 산 높이(1,021m) 표기도 틀리고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느낌이다.솔봉을 지나면서 묘적령까지도 평지나 다름없는 순탄한 길이다.

산이 있으면 골이 있고 골이 깊으면 봉우리도 높다는데 이런 순탄한 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내심 불안하다.

 

모시골 정상

 

(11:50) 1,011봉

 

1,110봉에 벤치가 두 개 나란히 놓여 있다.

점심때도 됐고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장소를 만나기도 어려울 것 같아 밥 먹기로 한다.

산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라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그런 맛을 한 번도 못 느끼니 어디가 크게 잘못되었는

모양이다.

황장산 쉼터 아주머니가 싸준 밥과 찬을 펼쳐보니 역시 구미가 당기질 않는다. 밤에 찬물을 부어 만다.

입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위로 그냥 쑤셔 넣는 거다.   

 

1,027봉에도 벤치가 두 개 놓여져 있다.

 

(13:00) 묘적령(1,025m)은 영주시 봉현면 두산리 옥녀봉자연휴양림을 지나 풍기로 나가고, 단양군 대강면

절골 사동유원지(3.7km)를 지나 단양과도 연결된다.

도솔봉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죽령에서 출발하여 정상에 올랐다가 묘적봉 거쳐 묘적령에서 하산 길을 정하

거나 그 반대로 하면 된다. 번잡은 곳이다.

 

묘적령까지 편하게 오던 걸음이 오르막을 만나 한없이 더디게 움직인다.

묘적봉 1km, 도솔봉까지 3km는 계속 오르막이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멀리 소백산이 손이 잡힐듯하다.

 

(13:40) 묘적봉(1,148m)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국립공원 소백산 최남단에 위치

묘적봉 뒤로 도솔산

묘적봉부터 국립공원 소백산 관활구역으로 들어간다.

 

대간은 묘적봉을 지나 다음 도솔봉을 오르기 위한 숨고르기라도 하듯 잠시 계단 아래로 급강하를 한다.

 

단체 산행팀이 쉬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묘적봉을 오르기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김천에서 왔고 단체는 남녀 40여 명이라 한다.

모처럼 사람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화이팅이 생겨 스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 주고  받는다.

 

도솔봉 암릉 구간에 솟은 큰 바위봉

 

바위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지나온 묘적봉

바위를 감고 도는 계단을 지날 때 가는 비가 섞인 강풍이 불어와 모자며 복장이며 단단히 점검하고 조심조심

올라간다.

 

지나온 백두대간 묘적봉. 솔봉

 

 

도솔봉 헬기장

 

(15:00~15:20) 도솔봉(1,314.2m)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와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걸쳐 있는 산으로 국립공원 소백산 남쪽 자락에 위치

하며 암산으로 되어 소백산 남쪽 구간 최고의 전망처로 이름나다. 명산 100에서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

같은 山群의 비로봉에 양보한 것인가?

 

도솔봉 정상에서 삼형제봉 조망 소백산 주능선은 눈에는 보이는데 디카는 못 읽는다.

 

도솔봉 정상에서 죽령으로 뻗어가는 대간

 

도솔봉을 뒤로 하고 삼형제봉을 향해서 암릉 지대를 헤쳐나간다.

 

삼형제봉 조망

 

삼형제봉 오르는 계단

 

삼형제봉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 못했다. 멀리서 산 전체 모습이 조망될 때는 저기가 삼형제봉이구나 하다가

막상 현장에 도착하여 표시물이 없으면 당황한다. gps는 이 부근에서 신호음을 울린 상태다.

 

(16:20) 삼형제봉(1,290m)

고도계도 이곳에서 삼형제봉과 비슷한 고도를 가르킨다. 더 오를 곳도 없고 약간의 공터에 사람들이 쉬어간

흔적이 있다.

 

(17:00) 흰봉산 갈림길(1,288m)

흰봉산은 좌측 봉우리를 넘어가고 죽령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부터 우측으로 넓게 분포된 산죽밭 사이로

난 경사면을 따라간다.

 

가다가 산죽밭에 서 있는 "가슴이 큰 여자" 형상의 나무도 만나고

 

 

만개한 철쭉이 반기고

 

흰봉산 갈림길부터 죽령까지 3.3km는 내리막 길로 별 힘들이지 않고 내려설 수 있다고 했는데 경사가 심해

무릅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

 

죽령샘 

 

죽령샘을 지나 경사진 잣나무 조림지를 통과할 때는 잣나무 사이를 이어 놓은 밧줄이 슬립을 방지하고 있다.

 

죽령 고개 주변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려서 그런지 길도 반질반질하고 나무들도 가지치기한 것처럼 단정하다.

 

(18:20) 드디어 죽령에 도착한다.

 

죽령주막

죽령휴게소는 좌측으로 고개 정상에 있으며 여러번 다녀갔기 때문에 별 감회는 없다. 

여기서 배낭을 정리하고 내려갈 곳을 정하는데 딱히 정할 곳이 없어 비용이 적게 드는 곳으로 하산 하기로 

한다.주막집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대중교통은 끝났고 풍기 택시를 부르면 30,000원 단양도 비슷하다고 

하며 풍기로 가시려면 죽령 옛길로 희방사역(소백산역)까지 2.8km 걸어서 1시간이면 간다고 한다. 해도

지려면 멀었고 기운도 좀 남아 있고 길 욕심도 나고 걸을 작정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젊은 친구가

 "어르신 풍기까지 테워드릴께요" 친구와 주막집에서 동동주 한잔 하고 있는데 들어오셔서 술 한잔 하고 같이

출발하자고 한다. 동동주 한잔과 빈대떡 한 조각에 산 얘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다.

덕분에 풍기온천에 잘 도착했다. 

 

 

 

 

 

                                                          2014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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