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길에 놓인 우리 명산 100 황장산
5월 일정표를 들여다보니 빈칸이 별로 없다.
종합소득세 신고. 건강진단, 그리고 어버이날, 지인과의 약속, 결혼식, 21세기 문학상 시상식, 등 만남과
국립묘지, 남이섬, 관악산, 도봉산, 국사봉, 설악산, 백두대간 등 도보와 산행 일정으로 빈틈이 없다.
그중 백두대간 3구간은 비 오는 날을 피하기 위해 매일 같이 일기예보를 들여다본다.
요즘 일기예보는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목적지는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 안산다리 마을(안생달) 백두대간 차갓재 아랫마을이다.
대중교통은 동로면에서 안산다리 마을까지 1`일 2회 오전 오후 두 편이다.
오후 편에 시간을 맞추어 逆으로 서울 출발시각을 정한다, 오후 3시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출발하여 5시10분
점촌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 바로 택시를 타고 문경시내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5시 40분에 동로면사무소
(종점)로 가는 버스(시내버스)를 탄다. 6시 20분 동로면사무소에 도착하면 안산마을까지 가는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다가 내리는 손님을 태우고 안생달 종점까지 간다. 종점에 도착하면 오후 6시 40분 정도가 된다.
전번 차갓재 하산길에 내가 타고 나온 버스가 역순으로 점촌까지간다.
문경시내터미널에서 동로행 버스 시간표를 보면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다. 처음부터 설명을 들을려
하지 말고 터미널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에게 목적지를 대고 차 시간을 묻는 편이 확실하다, "동로
면사무소까지 가는 차가 몇 시에 있습니까?" 하고
점촌시와 문경군이 합치면서 문경시로 지명이 바뀌었다, 그 지방 사람들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외지 사람들
은 한참 헷갈린다. 우리가 통상 문경이라면 문경새재와 이화령, 주흘산이 있는 문경읍을 말한다.
그런데 문경시청은 점촌에 있으며 점촌시는 점촌 1, 2동 하는 식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그쪽으로 여행
하는 사람은 버스표를 구매할 때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곳 사람들은 조그마한 市에 버스터미널이 세
곳이나 있다면서 자랑한다
황장산 민박 (010-8574-1779)
점촌에서 단양 가는 59번 국도를 타고 경천호를 지나 40여 분 달리면 동로면사무소에 도착한다. 기다리고
있던 마을버스로 20여 분 황장산 아랫마을 안생달에 도착한다. 점촌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차로 오전에 문경
시내서 볼일 보러 갔던 사람들, 학교를 파하고 귀가하는 학생들 신, 구세대를 차 안에 가득 싣고 시골 길을
익숙하게 달린다. 지금 세대야 모를 일이지만, 척박한 농토, 도로사정, 교통편을 상상하면 이곳도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빠지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인 것이다. 백두대간 상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은 1,000m를 넘나드는 산봉우리가 경쟁이나 하듯 대간과 대간 지맥에 수없이 솟아 있다.
민박집 아저씨가 반가이 맞이한다.
안생달 마을 뒷산으로 송전탑이 지나간다
1박 3식에 50,000원 저녁은 주인장과 겸상이다. 경북 왜관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치우고 무슨 바람이 불
었는지 이곳까지 흘러들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어느새 10년, 슬하에 3형제
를 키워 도시로 내 보내고 아주머니와 둘이서 오미자 농사와 백두대간꾼을 위한 민박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
다고 한다. 새벽 6시 민박집을 출발 눈여겨 봐 둔 송전탑을 따라 잣나무 향을 듬뿍 마시며 차갓재로 올라간다.
(6:35) 차갓재
백두대간 남한 구간 중간 지점에 있는 고개로서 실제 정중간 지점은 대미산 방향으로 차갓재와 927봉 사이
927봉에서 바로 내려서면 백두대간 중간표지석 (경기 평택 여산회)이 있다.
차갓재에 넘어지고 일으켜 세우기를 반복하는 장승 한 쌍 (白頭大將軍 智異女將軍)
(7:00) 헬기장이 있는 작은차갓재(715m)는 차갓재(780m)에서 816봉에 올라섰다가 내려서면 있다. 도중에
부부 대간 종주팀을 만났다. 작은차갓재에서 출발하여 하늘재까지 간다고 한다. 민박아주머니가 새벽에 산
으로 올라가는 사람을 봤다고 하는데 이들 부부를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다.
잣나무 조림지
조금전 안생달 마을과 송전탑이 보인다.
암릉이 시작되고
어느 바위를 멧등바위라 하는지? 가까이에서 보면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서로 크게 얽혀 있는 모양을 하며
황장산 직전까지 계속된다. 멀리서 보면 무덤처럼 보이나 보지.
멧등바위 주변으로 소나무를 제외하곤 다른 나무들은 없다. 바위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조망이 뛰어난다.
중앙 대미산을 중심으로 지나온 대간 길이 주마등처럼 아련하다.
집채만한 바위를 한 가닥 밧줄만 잡고 가슴으로 안아 돈다.
천길 벼랑끝을 지날 때는 아찔한 현기증이 난다.
(8:10) 황장산(黃腸山 1,077m)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제천시에 걸쳐 있는 산. 황장목이 많아 황장산이라 불렀으며 황장목으로 임금
님의 관을 제작하고 또 궁궐이나 배를 만드는데도 사용되었다 한다. 나라에서 나무 베기를 금지하고(封山)
직접 산을 가꾸고 관리했다고 한다.
멧등바위를 넘어 바위틈에 끼인듯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진풍경을 감상하면서 어느새 황장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은 잡목에 둘러싸여 전망도 없고 바닥은 흙에 반쯤 묻힌 암반으로 되어 있다.
감투봉에서 보는 황장산 정상 모습
칼날바위 능선
감투봉(1,037m)에서 밧줄을 잡고 급경사면을 내려서면
(9:00) 황장재(890m)
988봉까지 고도를 100m정도 급하게 높인다.
988봉에서 뒤로 감투봉과 황장산이 잘 보이고
남으로 공덕산 천주봉이 뚜렸하다.
암릉길은 다음 안부까지 계속 이어지며 벌재를 넘는 도로가 어렴풋이 보인다.
지나온 암릉을 뒤돌아 보면 험악한 절벽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황장산에서 1시간가량 지나오니 위험하게 통과한 암릉도 나무 숲에 가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치마바위 오르기 직전 잠시 바위틈에서 휴식
(10:10)치마바위(1,004m) 폭이 100m가 넘는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산 정상 부분에 하얀돌로 널려있는
모습이다.
치마바위 끝나고 바로 책바위 구간을 통과하면서 무심코 내려선 길이 대간 길을 이탈하고 말았다.
암릉에서는 사람이 다닌 발자국 흔적을 따라가면 되지만, 숲은 길이 분명하므로 계속 쫓아가면 된다.
왼쪽으로 잘 닦여진 경사면 길을 따라 한참 가는데 삼거리가 나오면서 갑자기 길이 불분명해진다.
진행 방향으로 보면 우측 사면 길인데 앞으로 조금 나가보니 너덜돌과 낙엽이 쌓여 길이 없어진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좌측으로 난 분명한 길을 가본다. 불길한 예감은 들었지만, 지금은 길을 잃은 위치
를 모르니 되돌아간들 그 위치를 찾는다는 확신도 없다. 괜한 힘을 빼고 산속만 헤맬 것 같아 하산을 결심한다.
(10:50)문안골 상류
40분에 걸쳐 경사면을 따라 400m 정도 고도를 낮추니 계곡과 합류하는 지점을 만난다. 방위를 측정해보니
계곡은 서북으로 뻗어 있고 가야 할 방향은 동북인데 출발지점에서부터 부채꼴 지형의 반대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도상으로는 "물안골"인데 현장에서는 물안골이라고 확인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리본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급히 달려가 본다.
계곡 상류는 바가 많이 오고난 후 모습이다. 돌, 낙엽, 부러진 나무들이 뒤섞여 도무지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계곡 가장자리를 맴돌다시피 하며 튼튼한 돌을 디딤돌로 하여 아래로아래로 내려온다. 돌탑을 만나니 사람
냄새 풍겨 오고
백두대간 표식기를 보니 나처럼 어느 바보가 가다가 어딘지도 모르고 달아 놓고 잠시 당황했을 것을 상상
하니 웃음이 난다.
길을 잃은 지점에서 보던 책바위보다 더 확실한 책바위가 계곡 한면을 장식하고 있다. 계곡 아래로 계속
내려가니 계곡의 폭은 넓어지면서 물웅덩이도 있고 고인 물을 끓어다 쓰는 고무호스도 보인다. 인가가 가
까워지나 보다.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도 있는 모양이다.
문안골이라고 확인되는 "석문"을 만나니 지도와 일치한다. 계곡쪽은 비워두고 산의 경사면과 연결지어 쌓은
석벽과 석문은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석문을 지나면서 길은 계곡과 나란히 분명하게 나 있다.
59번 국도를 따라가는 단양천
드디어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제작한 안내판을 만난다'
현재의 위치는 59번 국도상 벌재에서 제천방향으로 약 5km 떨어진 지점으로 문안골~황장재~황장산 등산
코스 문안골 입구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다.
(12:10) 59번 국도 방곡리에서 벌재까지 태워다 줄 차를 기다린다.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보지만, 가까이
와서는 속도를 더 낸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괜한 미련을 가지고 뭉그적거려 봤자 마음만 아파지고 걸어
서 벌재까지 가기로 작정하니 도사가 된 기분이다. 정오 뜨거운 뙤약빛, 포장도로에서 발산하는 열기, 숨이
턱턱 차오르지만, 산길 가파른 능선을 오를 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가끔 구름이 몰려와 가는 길을 덮어줄
때는 간사하게 시원한 바람도 기대한다.
(12:30)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방곡삼거리는 저자거리, 방곡전통도예촌도 있는 산 중 국도변치고는 제법
많은 가구가 들어서 있다. 편의점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주막집 마루에 배낭을 내려놓고 길도 묻고 교통편도
묻고 칼국수로 식사 주문도 한다. 벌재까지는 4km 포장길은 걷기가 싫다. 주인장보고 차비를 줄 테니 벌재
까지 태워달라고 사정을 한다. 충청도 골자기 아저씨는 대답이 없다. "식사나 마치시유" 태워준다는 건지
아닌 건지. 식사를 마치고 다그치자 옆에 있는 젊은 친구에게 "너 오토바이 있지 이분 벌재까지 모셔드리라." 5,000원에 흥정하고 젊은 친구는 오토바이를 가지러 갔다.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그 사람한테서
배낭 때문에 위험할 것 같아 포기한다는 전화기 왔다고 하니 주인이 짐 싣는 봉고차를 끌고 나온다. 5,000원
으로 흥정했지만, 10,000원 주고 벌재에 내린다.
(13:00) 벌재 (620m)
황장재 지나 치마바위 책바위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야 하는데 이 길을 보지 못했
으니 어쩌랴 폐백이재 벌재 구간은 숙제로 남길 수밖에
벌재 백두대간 입구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한다.
이정표 문복대 3.5km 이정표
지방자치단체는 부지런히 이정표를 설치하고,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돈을 들여 부지런히 이정표를 철거하며
산길을 지우느라 애를 쓰고, 무엇이 정답인지? 세월호 사건이 주는 교훈을 각자 맡은 자리에서 심사숙고
하길 바란다.
벌재에서 822봉까지 가파르게 올랐다가
노린재나무
들목재(750m)로 꺽인다. 다시 1,020까지 고개를 치켜들면 오늘의 목적지 저수령까지는 편이 간다.
잣나무 조림지
1,020봉에서 문복대까지는 10분 거리
(15:40) 문복대(門福臺 1,074m)
문복대(운수봉)는 경북 예천군과 문경시 충북 단양군과 경계를 이루를 이루며 백두대간 벌재 저수재 사이에
놓여있는 산이다. 문복대가 옛날에는 문복재로 불린 것을 보면 사람들의 통행이 잦았던 모양이다. 정상이
능선 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친다.
저수령 옛 고개길
(17:00) 저수령 해맞이 제단
경상북도 예천군 상리면 저수재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저수령
오후 5시 저수령에 무사히 도착했다. 경북 예천과 충북 단양을 경계 짓는 고갯마루다. 고개 주변으로 엄청난
공지가 조성되어 예천과 단양이 각기 다른 장소에 기념비와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단양 쪽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 수준으로 건설한 쉼터가 넓은 주차장을 끼고 한쪽으로 나가 앉은 분위기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찾는
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폐허만, 더 보태지는 것 같다. 저수령 황장산 쉼터(010-9366-8089)로 차갓재 황장산
민박 주인이 건넨 명함으로 날 좀 데려가라고 전화한다.
10분만 기다리세요.
2014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