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7 버리미기재~희양산~산성터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장성봉~구왕봉~희양산~산성터

안태수 2013. 11. 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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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에 험난한 구간 서둘러 마치자!

 

백두대간 버리미기재에서 이화령까지 구간을 3박 4일간 좋은 날씨에 치루기 위해 현지 날씨정보를 열심히

챙긴다. 늘재 이화령 구간은 백두대간 상 험난한 지형으로 소문 난 곳이다. 봉우리마다 험상궂은 바위가 무

리를 지어 솟아 있고 능선에는 구르다가 만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곳도 많고 뾰쪽한 칼바위 능선

도 도처에 널려 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구간 거리를 짧게 책정한 안내서를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늘재~이화령/44km/5구간)   

첫날은 가은 둔덕산 산장에서 1박하고 새벽 버리미기재를 출발하여 산성터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여 은티

산장에서 1박하고 이튿날은 산성터까지 다시 올라가 성터에서 이화령까지 간다. 다행히 해가 있을 때 이화

령에 도착한다면 서울로 돌아갈 수 있지만 늦으면 문경에서 1박을 해야 한다.

겨울 옷은 부피도 크고 무거우며 식량도 두 배로 챙겨야 하니 1박 하고 3박은 배낭 무게가 달라진다.

 

 

(7:10) 버리미기재 출발

6시에 준비를 마치고 인기척이 나기를 기다리는 데 깜깜무소식이다.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불이 다 꺼

져 있는 상태,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을 챙겨야 하므로 주인을 깨웠다.

넓은 산장에 혼자 지낸다. 식구들은 청주에 나가 있고 주말에 손님이 있을 때 와서 돕고 바쁠 때는 알바 형

식으로 사람을 구해서 쓴다고 한다. 평일에는 주변 산을 다니면서 송이, 버섯, 나물 등을 채취해 짭짤한 수

익을 올리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 눈이 시작하면 금방 길이 끊기게 되 집을 비우고 청주로 피신 간다고

한다. 요즈음 도시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내려와 시골 일손을 돕고 있다고도 한다.      

 

日出

산장에서 출발하는데 산장지기가 용추 청주가든에서 젊은 아가씨가 혼자 백두대간을 한다면서 불란치재

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보다 2km 정도 뒤에서 출발하니 따라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산장지기는 버리미기재 철책 담장 뚫린 곳까지 데려다 주며 잘 가시라고 한다.  

  

산장지기가 가르쳐준 데로 산을 오른다. 바위를 이리저리 피하며 암릉에 올라서니 곰넘이봉, 촛대봉 등 지

나온 대간 능선이 아침 해에 황금빛을 發하며 반긴다.

 

암릉 구간을 좌우로 돌아서 전진하면

 

커다란 죽은 소나무 길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다.

 

대야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간의 장엄한 모습을 가는 길 능선 곳곳에 있는 암릉에 올라 願없이 감상한다.

 

백두대간 북진 방향으로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 백화산이 하늘 아래 그어진 긴 금에 머리를 내밀고

 

(8:10) 905봉을 오르지 않고 무심코 길 따라가면 애기암봉으로 빠져버린다. 905봉에서 우측 능선이 애기

암봉 가는 길이며 장성봉은 905봉을 넘어 바로 다음 봉으로 잘 보인다.  

 

(8:20) 장성봉(915.3m)은 동쪽으로 애기암봉과 서쪽으로 막장봉과 능선을 맞대고 있어 등산로의 요충지

역활을 하고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지만 괴산 관평리 쪽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절말에서 올라오는 쌍

곡계곡 길은 사계절 소문 난 길이다.    

 

막장봉 갈림길에서는 막장봉, 투구봉, 절말 쌍곡계곡으로 빠진다.  

 

막장봉 갈림길에서 백두대간 들어서는 입구에 '출입금지판' 서 있고

 

장성봉에서 827봉 직전 안부까지 크게 고도를 낮추어 악휘봉 삼거리까지는 언덕 같은 봉우리 몇 개를 수

월하게 타 넘으면서 걷는 재미에 푹 빠진다. 양지바른 사면과 음지 사면을 바꾸어 가며 땀을 흘렸다가 말

렸다가를 반복하면서 낙엽이 발목까지 차는 푹신한 길을 오랫동안 걷는다.   

  

마당바위 주변으로 일부러 심은 듯한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대간은 악휘봉까지 부드러운 능선미를 보여준다.

 

지도에 나타나 있는 봉우리(787봉)들을 빠짐없이 확인해야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 가를 알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가 길 표시를 한다.

  

쌍곡계곡으로 내려가는 사거리 안부 직전 헬기장에서 잡목들에 가린 악휘봉이 보인다. 

 

억새가 바쁜 길손을 붙들고

 

(10:50~11:15)드디어 악휘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조그만한 돌 무덤에 악휘봉과 입석리 방향이 표시된이

정표가 고작이다.

 

악휘봉 갈림길에서 길 안내가 명확지 않아 잠시 우왕좌왕한다. 지도에는 계속 북진해 오다가 악휘봉 갈림

길에서 급하게 U턴해서 동진 한다고 했는데 일반 산악회가 악희봉 가는 길에 리본을 집중적으로 매달아 놓

은 바람에 악휘봉이 잘 보이는 곳까지 갔다 와서야 안심한다.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놓고 먹기를 시도한다. 사과를 깎아 입안에 넣었더니 단맛은 금방 사라지고 푸석푸

석한 마른 건초를 씹는 기분, 침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먹어두기 위해 에너지바, 소시지 등을 이

온음료와 함께 입안에서 버물러 삼켜버린다. 먹는 일이 큰일이다.

    

악휘봉 갈림길에서 은티고개까지는 계속 내리막 길로 철계단 구간도 있고

 

전망이 훌륭한 722봉에 오르면

 

악휘봉(우측 끝)이 제대로 보이고, 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지금까지 걸어 온 대간 길이다.

 

멀리 월악산, 조령산도 조망되고

 

밧줄이 놓여 있는 암반 길에 도착하면 구왕봉, 희양산이 가림없이 눈 앞에 나타난다.

 

몇 차례 밧줄을 바꾸어 가며 

 

암반을 다 내려서

 

(12:30) 은티고개에 도착하면 은티마을과 연결하는 등산로가 나 있다. (약 3km/1시간 정도)

시간상으로 점심 식사 때가 되었고 장소로는 은티고개 같은 곳이 적당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도시락을 꺼

내려다가 도무지 먹을 자신이 없어 도루 집어넣는다. 커피와 물과 빵으로 대신한다.

 

은티고개부터 봉암사가 통제하는 지역이 나타나며 능선을 따라 울타리를 쳐 사찰 사유재산임과 동시 스님

들의 수행공간이란 팻말로 중생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중생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스님들 무슨 일을 하나?

구제할 중생과 부처님에게 바치는 공양물은 또 어디서 나오나? 일 년에 한 번 사월 초 파일에 사찰을 개방

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미어진다고 한다. 저렇게 큰 땅을 몇몇 스님이 차지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

는데 전두환 대통령 때 문경시가 사찰 내 경지로 고시해 주었다고 한다. 전두환법에 의해 희양산을 다시 국

민의 품으로 돌려줄 방법은 없는지?    

 

주치봉(683m)은 은티고개부터 호리골재까지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 해 정상이 어딘지 구분이 안되고 또

분명한 등로도 없어 제일 높은 곳을 향하여 아무렇게나 올라왔다가 반대로 내려서면 호리골재다.  

 

(13:15) 호리골재에서도 은티마을은 50분 거리라고 한다.

 

호리골재에서 구왕봉까지는 1시간 거리, 구왕봉 서쪽 사면은 흙으로 덮여 있고 가끔 바위들이 튀어나와 있

는 평범한 등산로다. 흙길을 한참 오르고 나면 바위를 만나는데 우측으로 돌아 바위에 낀 소나무를 붙잡고

바위를 기어오르면

 

구왕봉이 코 앞에 불쑥 나타나고 정상부에서 은티마을 쪽으로 뻗은 단애(斷崖:절벽)가 잘 보인다.

 

계곡 아래 은티마을도 보인다

 

넓은 마당바위 통과하면 바로 

 

(14:20) 구왕봉(879m)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평평하며 흡사 사다리 위에 올라앉은 듯하다. 올라온 쪽

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깊은 벼랑이다. 희양산 서쪽 사면이 시야에 꽉 찬다. 흰 화강암 바위 덩어리가 눈부

시게 빛나며 희양산의 장엄함이 유감없이 펼쳐진다. 구왕봉은 희양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 가

지고도 명산 100에 끼지 못한 아쉬움은 떨쳐버리겠다. 구왕봉도 바위산이다.

 

 

희양산을 제일 까까이서 보는 곳에서

 

봉암계곡과 봉암사는 내려다 보이고

 

계속되는 암벽을 20여분 밧줄과 나무가지 등을 붙잡으면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15:00) 지름티재에 도착한다. 지름티재에서도 은티마을로 하산 할 수 있다. 다른 재에서는 이정표만 달랑

세워 놓아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 미심 쩍었는데 여기는 이정표도 등산로도 분명하게 해 놓았다. 구왕봉, 희

양산 주 등산로인 모양이다.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갈림길까지 730m를 45분이나 걸렸다면 얼마나 가파르고 험한 길인지 경사면에는 너

덜 잔돌이 깔려 길까지 헷갈리게 한다.

 

대간꾼들이 직벽을 오르기 직전 이곳에서 마음을 다지면서 메 단 리본이 뭉텅이로 달려있다.

 

15분간 50m 되는 직벽을 로프와 나뭇가지 바위를 붙잡고 죽을 힘을 다했다. 마지막엔 힘이 달려 팔이 부

들부들 떨렸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

 

(16:00) 희양산 갈림길에서 희양산까지는 왕복 30분이 소요된다. 갈림길에서 남쪽 능선을 오르면 이내 잡

목이 거두어지고 흰 화강석 암반이 정산부를 차지하고 있는 하늘 아래 제일 높은 단상에 서 있는 기분이다.  

 

(16:15) 희양산(998m)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과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정상이 경북에 속해 있

으니 엄밀히 말해서 충북의 산이 아니다. 가은 쪽 등로는 봉암사가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으며 괴산은 은

티마을을 중심으로 여러갈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대부분의 산행은 은티마을을 기점으로 시작한다.

정상은 항상 실망감을 안겨준다. 밑에서 보던 장엄함은 어디에도 없고 너저분한 반석, 흔한 바윗돌 위에 작

은 돌이 올려져 있다. 정상석이 없는 이유를 알아봤더니 봉암사 사유지로 절에서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희양산 정상에서 대간 길을 보면 시루봉에서 東으로 크게 휘면서 이만봉, 평전치, 981봉(뇌정산갈림길), 백

화산을 낳았다가 백화산에서 다시 北으로 뻗어 이화령으로 달린다.

 

희양산 갈림길로 되돌아오면서 화강암 반석 길을 특별한 감정으로 걷는다. 나도 언제 저 바윗덩어리에 올

라설 수 있을까? 정상에 서는 날을 기대하면서 사고 없이 묵묵히 걸어온 대간 길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희양산에서 구왕봉은 발 아래 보이고

 

(16:40) 산성터에서 오늘의 대간 길을 마감하고 은티마을로 하산한다.

성터에서 구간 최종지로 선택한 것은 이화령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악휘봉을 지

나오면서 은티고개, 호리골재, 지름티재, 성터는 상황에 따라 은티마을로 내려설 수 있는 탈출로가 된다.

각 지점마다 은티마을까지는 대충 3km 부지런히 걸으면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18:00) 은티마을 도착한다.

'주막집'이라는 곳이 대간 산꾼들에게 이름이 제법 알려진 집이라 그 집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마을 쪽으

로 내려가는데 마을 어귀에 잘 지은 한옥 한 채와 두 칸짜리 별채가 딸린 집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 보

니 '백두대간 은티산장' 명함을 받고 보니 동국대 여행작가 성서영의 집.

"저녁도 먹어야 하고 하룻밤 잠도 잤으면 합니다." "예약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곤란한데요" "아무 데

나 재워 주세요." "잠시 기다려 보세요." 배낭을 벗어 놓고 천근만근이나 되는 다리를 쉬게 한다. 별채는 나

보다 30분 전에 도착한 아가씨가 예약한 방, 아가씨를 안채로 모시고 별채를 나에게 내어 준다. 겨울에 군

불을 지펴서 난방하는 관계로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오래간만에 구들장이 깔린 온돌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이부자리도 청결하고 황토벽에 반쯤 바른 창호벽지

도 이채롭다. 저녁으로 나온 청국장이 심심해서 밥 말아 먹어도 좋다. 간단히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드니 잠

은 뒤척일 시간도 주지 않고 깊이 빠져든다.   

 

 

 

 

 

                                                         201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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