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대구 비슬산

대구 비슬산 (유가사~대견봉~청룡산~앞산) 종주

안태수 2013. 10. 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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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성묘길에 고향 앞산 찾다

 

벼르고 벼르던 일 드디어 날을 정했다.

아무 때나 나서면 되는 일이지만, 가깝다는 이유로 가족을 홀대하는 것처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

다는 생각으로 차일 피 미루다가 낭패를 본 일이 어디 한두 번인가?

비용도 줄일 겸 추석 대구 큰집 제사와 고향 성묘길에 배낭을 짊어지고 간다.

추석 명절날 등산 차림으로 배낭 메고 기차, 지하철, 버스를 타며 곳곳을 활보하고 다녔으니 조상도 없고

가정도 없는 형편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대구 큰 형님도 예전 같았으면 야단을 쳤을 건데 나이가 나이니만큼 별말 없이 맞아 준다.

대구서 제사를 지내고 칠곡 천평과 구미 인동 선산에 다녀오니 오후 4시, 큰형님도 처음에는 따라나설 듯

하다가 종주코스에 부담을 느낀 건지 포기를 한다.

신천동 형님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타고 40여 분 만에 종점인 대곡역에 내린다.     

 

(06:00) 알람보다 언제나 일찍 일어난다. 잠이 깨면 누워 있지 못하고 일어나야 한다. 잠자기 전에 풀어헤

쳐 놓은 짐을 다시 꾸린다. 주인아주머니가 오늘 점심으로 햅쌀로 지어 준 밥은 밤새 쉴까 봐 창가에 두었

고, 투명 봉지에 담은 미나리와 쌈장도 같이 나란히 두었다. 아주머니는 산에서는 쌈장 맛이 최고라면서 저

녁에 작별 인사를 한다. 산행 중에 먹는 음식은 맛을 모르고 먹는다. 산행을 하면 에너지가 소비되고 적당

한 시간에 음식물을 먹어주어야지 체력을 유지할 수가 있어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억지로 먹는 것이다.

새벽에 조용히 산장을 빠져나온다.

한가위 보름달이 서산을 넘어가다가 나한테 딱 걸렸다.     

 

쌍계천 계곡

대구 대곡에서 출발한 버스는 시내요금(1,100원/교통신용카드)으로 월배, 화원, 논공단지, 현풍, 유가사 주

차장까지 1시간여 만에 도착한다, 논공단지를 지나면서는 손님이라곤 달랑 나 한 사람, 죄진 것처럼 안절

부절했다. 현풍과 비슬산 사이 넓은 자락은 '대구테크노폴리스지구'를 야심 차게 조성 중이다. 산이 가까

워 지면서 산이 높으니 계곡도 깊음을 본다. 굿밭골 쉼터에서 유가사까지 약 2km 길가에는 음식점, 펜션,

모텔 등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다. 여름에는 한바탕 몸살할 것으로 보인다. 

 

(06:30) 비슬산 등산 안내도

절에서 제일 가깝고 유가사 주차장과 붙어있는 집으로 우선 들어가 본다. 여러 번 주인장을 부른 후 나타

난다. 하룻밤 숙식을 부탁한다. 오늘이 추석이라 대구 다 나가고 이 주변에 영업하는 집은 없을 겁니다.

'아저씨는 추석도 안 세요?' 딱해 보였는지 전화번호를 주며 여기서 한 20분 내려가면 와우산장이 있는데

그 집에 부탁해 보라고 한다. 비빔밥과 잠자리가 된다. 어둑한 길을 열심히 내려와 '와우산장' 도착, 처음

에는 경계하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얘기를 하게 되고 덤으로 제사 음식과 과일까지 얻어 먹는다.

  

비슬산유가사(琵瑟山瑜伽寺) 일주문

 

'비슬산 종주 등산로' 이정표 비슬산(대견봉) 정상 3.5km/2시간

 

유가사 전경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도성국사가 창건한 절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하기 위해 비슬산 유가사 일원에서 35년간 머뭄

108 번뇌를 끊기 위해 최근 쌓았다는 '유가사 108 돌탑'

 

(07:00) 절 오른쪽 뒤 계곡과 나란히 등산로가 열린다.

유난히 석물들이 많다. 절 주변으로 깎아 세운 돌에 법구경, 시구, 등 좋은 글들이 새겨져 있고  벽돌 만한

돌로 쌓은 석탑(108기)이 헤아릴 수없이 많다.

나도 한마디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런 石物을 말한다.

대견봉 정상 일원과 조화봉 서쪽 능선 사이에 어른 키 만한 참꽃군락지가 있다고 하던데 그것을 알리려는

지 素月의 진달래꽃을 바위에 새겨 두었다.

  

대견사지 3km

 

병풍듬은 비슬산 정상이 암석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말한다. 

 

대견봉 급경사 1.4km, 완만한 1.7km 중 선택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릴려면 코를 쳐박고 올라가는 급경사면은 피해야 한다. 볼것도 없고 힘만 낭비하고

그렇다고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다. 가까우니 시간이 덜 걸리겠지하는 막연한 심리. 

 

소나무 군락지

 

암괴류는 큰 자갈, 바위 크기의 암석 덩어리가 집단으로 산 사면이나 골짜기에 쌓인 모습을 말한다.

비슬산 암괴류는 자연휴양림에서 조화봉 사이 능선 남쪽 사면에 길이 2km, 폭 80m의 규모로 천년기념물

(제 435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그만한 암괴류에 목이 달아 난 좌불상이 나딩굴고 있다. 주위에 불상을 조각한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위

에서 굴러 내린 모양이다. 아래 유가사 스님들 보기가 흉하니 딴 곳으로 옮겨 주십시요 

 

병풍듬 아래 능선에 도착하다.

 

억새꽃이 피기 시작한다.

 

비슬산 정상은 1000m 이상 고지답게 주위의 山群들을 멀리 내치고 있다. 정상답게 적당하게 암석도 솟아

있고 넓은 평전도 갖추고 있다. 정상은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니 큰 나무들이 꼬리를 감추고 진달

래와 같은 관목과 억새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억새는 가을꽃. 진달래는 봄꽃. 겨울에는 설원 비슬산이 왜

명산인지 정상에 올라서 봐야 안다.  

 

억새 군락지

 

조화봉 (강우관측소), 월광봉 조망

 

비슬산자연휴양림 조망

  

유가사 조망

 

비슬산 대견봉 (1083.6m)

대구가 고향이면서 비슬산이 현풍 유가면에 있는 산이라는 것을 산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우리 어

릴 때 대구 남쪽을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산을 앞산이라 불렀는데 비슬산이라고 하는 사람은 유식해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 산 가운데 앞산이라는 지명을 가진 산은 대구밖에 없다고 한다. 비슬

산도 거슬러 올라가면 태백산맥에서 뻗어나 와 대구 북에서 팔공산을 일으키고, 남으로 간 지맥은 현풍에

서 비슬산으로 솟구친다. 비슬산은 다시 북으로 향하여 옥포 화원에서 청룡산을 일으키고 대구에 와서 지

맥을 병풍처럼 펼쳐 고산골 산성산, 대명동 앞산, 성당동 대덕산, 소위 앞산을 낳는다. 이 모두가 비슬산 자

락에 불과한 것이다.   

 

앞산 16km

 

비슬산 대견봉에서 앞산 쪽으로 내려서면

 

이렇게 예쁜 이정표가 나타난다,.

 

못생겼기 때문에 생명을 오래 부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지금은 아름다운 고목으로 주위의 시선을 끈다. 

 

옥포 3.3km, 가창 6km

 

잠깐 쉬고 있는데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자세히 보니 사슴 얼굴 모양을 한 고사목이다.

영락없는 사슴 얼굴상이다.

사진으로 담아 와 집에 보여주니 단번에 사슴을 닮았다고 한다. 

 

헬기장 주변 소나무 숲

 

용연사 주변 안내도

 

가창 정대리 초곡 2.5km

 

비슬산 대견봉과 청룡산 중간 지점 이정표

 

옥포 용문사 1.5 km

 

(12:50) 삼필봉 삼거리에서 점심

형수가 도시락 반찬으로 돔배기, 소고기 산적, 김치를, 산장 아주머니가 비닐봉지에 미나리와 쌈장을 넣어

주었다. 미나리에 밥을 얹어 쌈장을 올려놓기에는 불편했지만 미나리는 입안에서 특유의 향기를 내며 목

구멍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나머지 제사 음식은 나무뿌리를 씹는 맛이었다.

계절에 맞춰 어떤 음식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아직도 정한 게 없다.

  

지금까지 계속 따라오던 '비슬산 종주등산로(1-17)' 이정표는 앞산이 8~9km 남았는데 끝나고 청룡산을 안

내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나타난다. 종전 이정표는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새 이정표는 보기에 답답

할 정도로 복잡하다. 전국 산을 돌아다니지만 이렇게 복잡한 이정표는 처음 본다. 

 

수밭고개 대곡동 수밭마을 3km

여기서 청룡산까지 1.7km는 계속 오르막으로 앞산 종주 구간 중 제일 힘든 구간으로 보인다. 정상까지 죽

을 힘을 다해 숨을 몰아쉰다.

 

청룡산 직전 봉우리에서 조망

 

비슬산 대견봉 조망

 

(14:25) 청룡산 도착

 

靑龍山 (794.1m)

 

달비고개

 

달비고개 부근 소나무 쉼터

 

비슬산 종주 능선이 청룡산 지나 드디어 앞산 능선에 닿는다.

  

산성산(653.4m) 항공무선표시소

정상 표시석은 없고 내가서 있는 자리에 큰 나무가 한구루 있고 사방으로 빙둘러 잡풀이 울타리처럼 자라

고 있다. 마침 gps도 정상 신호음을 울린다.

 

범물동~상인동 (10.5Km) 앞산 관통 4차선 순환도로가 이 밑으로 뚫려있다.

옛날 봉덕동 앞산 밑에 미군 비행장이 있었고 산성산 자리는 미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군사용 도로가 정

상까지 개설되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지금 이 길이 그때 길인 모양이다. 한 번도 다녀보지 못해 잘 알

수는 없지만, 옛날 어릴 때 상상 속의 길을 지금에 와서야 걸어 본다.  

 

앞산(660.3m)은 정상 부분을 경찰통신대 기지국이 사방으로 철조망을 치고 차지하고 있다.

앞산 직전 헬기장에서 아주머니가 아이스케이크를 팔고 있다. 아무데서나 파는 그런 아이스크림이다.

커피 맛이 기가 막힌다. 연속으로 딸기 맛을 주문하여 오후 뜨거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멘트 바닥에 

걸터앉아 갈증을 해소한다.    

 

(16:50) 정상 표시석도 없고 정상 철조망을 좌에서 우로 따라 도니 온 길로 되돌아가게 된다,

비슬산(대견봉)에서 앞산까지의 종주는 여기서 끝이 난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여러 군데가 있다. 한 40

년 대구를 떠나 있어으니깐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다. 대덕식당을 찾아가 선짓국으로 기운도 차리고 목욕

탕에 들려 땀 범벅이 된 몸도 씻고 뜨거운 물에 푹 잠기고 싶다. 하산길에는 케이블카도 한번 타 봐야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 시가지

높은 건물은 죄다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다. 업무시설이 들어설 자리에 주거 시설이 차지하고 있으니. 땅

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대구가 네 분의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치고는 발전상이 형편없는 곳이다. 인천에 3대 도시의 자리를 물려 주

고 지금은 울산에도 밀리는 형편이라고 한다. 어떤 분이 낙동강을 바다까지 연결하여 뱃길을 만들고 제2국

제공항을 설치하여 물류기지를 확보하는 길이 대구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한다. 

저 많은 사람이 뭐 해먹고 사는지. 

 

앞산 케이블카는 운행거리가 795m, 정원이 48명, 2대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왕복 8,000원,

편도 6,000원이다.

경로 우대증을 보여주고 퇴짜를 맞고 다시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주고 또 퇴짜를 맞는다. 대구시가 위탁하

여 관리하는 공공시설물이 아닌가? 이 두 가지 증명서가 통하지 않을 땐 그 이유를 따지고 싶다. 참고로 

악산 서울대 입구 만남의 광장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17:30) 비슬산 종주 앞산공원 마지막 구간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다. 아무리 둘러봐도 옛날 모습은 어

디에도 없고, 공원 입구를 향해 터벅터벅 내려오는 발길은 한없이 무겁다. 5분쯤 내려가면 나온다던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없어 몇 사람 붙들고 물어보지만, 승용차를 타고 와서 버스 정유소는 모른다는 것이다.

세월이 많이 좋아졌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팔자가 되었으니 내 눈에는 가난뱅이는 나

밖에 없어 보인다. 

 

대덕식당에서 저녁 먹기로 한 것 포기하고 동대구역으로 가서 목욕탕 찾아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헛방만 치고. 형님에게 전화 걸어 역전 시장 안 목욕탕을 소개 받아 찿아 갔다.

서울행 ktx 밤 9시 15분, 앞산공원을 벗어나면서 이동, 목욕, 식사, 역까지 최대한의 느림으로 행동한다.

 

또 사고 칠 뻔 했다. 편의점에서 찬 음료를 사서 바깥으로 나와 배낭에 든 쓰레기를 버리는데 뒤에서 '사장

님 지갑' 하고 일러준다. 컴컴한데 고동색 지갑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누가 일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대

구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2013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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