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2 큰재~백학산~신의터재

백두대간 큰재~백학산~신의터재

안태수 2013. 9. 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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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중 가장 낮은 구릉지 마루금

 

큰재~신의터재 구간은 24km로 백두대간 중 긴 구간에 속한다.

대간 안내서에는 지기재에서 구간을 나누기를 권하고 있지만, 별로 위험한 코스는 아닌 것 같아 장거리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 잠을 좀 자두기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짐을 싸서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하니 누우면 자던 잠 습관도 확 달아난다. 꼭 잠을 자야 하나? 잠재우려고 애를 쓰기 보다 누워서 긴장을

풀고 쉬는 자세도 수면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한여름 더위 때문에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해가 뜨는 시간에 산행을 시작기로 하고 車를 가지고 새벽 3시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 청원에

서 당진~상주고속도로로 갈아타서 5시 30분 화서 IC에 도착, 미리 약속한 화서 개인택시의 안내를 받아 도

착지인 신의터재에 내 차를 주차하고 개인택시를 타고 출발지인 큰재로 왔다.(40,000원)

     

(6:10) 큰재(305m)는 공성면 도곡리와 모동면 상판리를 잇는 68번 국도가 지나는 백두대간 위 고개, 옥산

초등학교 인성분교 폐교 터, 현재 백두대간 숲 생태원 앞에 있다.

전번 하산길 나는 대간을 가로지르는 도로 위 어디로 갈까 망서리는 외로운 나그네였는데 오늘은 대간 길

잡이 노릇을 하는 기사와 같이하니 발걸음이 가볍다.   

   

큰재 이정표

 

수 많은 재를 넘어 오면서 고갯마루에 훌륭한 시설물이 있는 것은 놀랍다. '백두대간 숲 생태원'은 옥산초

등학교 인성분교 폐교 터에 설립되었으며 운동장은 잔디밭으로 바뀌고 교사가 있던 자리는 각종 숙박시설,

세미나실, 전시관이 그리고 대간군들에게 필요한 화장실, 급수시설, 자판기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시원한

탄산음료와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다. 정자 뒤로 대간 길은 계속된다.

 

숲 생태원 뒤로 숲으로 가득한 구릉지에 가까운 산길을 올라간다. 넓은 구릉지마다 마을이 있고 마을을 잇

는 길이 있으며 안부마다 고개가 있어 옛날 시골 동네처럼 길 분간이 어렵다.

전번 주만 해도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땀이 나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바람이 일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

다. 급변하는 일기를 보며 빠른 세월을 엿본다.  

  

조그마한 산 하나 넘으니 시멘트 포장된 임도가 나오며 회룡목장길과 버스 타는 길로 갈라진다.

버스 타는 길은 68번 지방도와 만난다는 얘기다. 하루에 3 번 지나다니는 버스를 대간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라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버스 타는 길 반대편 목장길을 따라 100m정도 가면우측으로 이정표도 있고 리본도 많이 매달려 있는 능선

이 대간 길이다.

 

(7:25) 회룡재는 회룡에서 골가실로 가는 고개. 잡목과 풀로 길을 메우고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의 왕래가 없

어 보인다. 작은 산이 잡목으로 우거져 있다. 하루종일 보는 참나무는 우리나라 樹種의 70%를 차지하고 있

다고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 대간 길만 아니면 누가 이곳까지 오겠나? 가끔 소나무가 모여

있으면 바람불고 주변 시야도 트인다.   

 

작은 능선을 구비 돌다 보면 마을과 만나고

 

말벌이 숨어 있을 법한 칡넝쿨 숲을 조심스럽게 헤쳐나간다. 

 

(8:10) 개터재, 봉산재. 효곡재, 왕실재 등 가운데 재를 두고 여러 마을이 통했으며 각 마을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지금은 잡풀이 길을 덮고 있는 것을 보니 사람의 왕래는 없어 보인다.

 

(8:40~9:00) 512m 봉에서 아침 (김밥 한 줄, 김치, 두텁떡 한 개, 사과, 얼음물, 냉커피, 파워레이드)

꼽파리. 진드기. 개미, 가능하면 말벌까지 퇴치하는 해충기피제(200mL)를 한 통 샀다. 출발부터 눈꼽파

가 덤벼들어 배낭, 모자, 윗옷. 신발과 겹치는 바짓가랑이 등에 적당히 뿌렸다. 약간의 향도 나고 피부는

적거렸지만 눈꼽파리는 주위만 맴돌 뿐 달라붙지는 않는다. 식사 중 개미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먹었다.    

 

474m 봉을 지나

 

463m 봉을 내려서면

  

윗왕실(旺室)재

윗왕실과 소상리 좀실로 이어지는 임도로 백두대간을 가로지른다.

상주시 공성면 효곡리 일대는 지세에 따라 왕실(王室)이라 하였으나, 함부로 왕실(王室)이라 할 수 없다고

하여 왕실(旺室)로 고쳤다고 한다.

 

무궁화꽃과 산제비나비

 

왕실 임도는 소형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 위로는 동물 통로길, 임도 따라가면 윗왕실 마

을이 400m.

 

이 구간의 대부분은 봉우리를 오르내리지 않고 안부에서 다음 안부까지 사면으로 길이 나 있다.

우회로를 만들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자연보호 차원인가 질러가는 기분이 나서 발걸음이 한결 가

볍다.

  

477m봉

 

백학산 정상 268m 남았음

윗왕실재에서 1시간 남짓 정상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고저 차가 작아 큰 힘은 안 들지만 그래도 구간 중 제

일 높은 산에 오른다는 현실에 몸에 힘이 들어간다. 

 

(11:00)백학산(615m) 구간 중 제일 높은 산

모서면 대포리. 모동면 덕곡리. 공성면 효곡리의 경계가 되는 618.1m의 산.

 

대포리

모서면 대포리 함박골

 

노간주나무(측백나무과, 상록, 교목, 침엽수)

 

(12:30~1:00) 개머리재로 착각한다. 앞이 터져 있어 바람이 많고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이 넓은 장

소에 마땅히 궁뎅이 붙일 만한 곳은 잘 안 보인다. 이정표 밑 판판한 돌에 자리 잡고 아침에 반 남겨 둔 걸

로 점심을 한다.

 

대표저수지 가는 길 같다.

 

백두대간은 마을 논, 밭, 과수원 사이를 지난다.

 

인삼밭

 

과수원

 

포도밭

 

농로를 따라 내려오니

 

(13:20) 개머리재(소정재) 소정리 원소정에서 대포리 함박골로 넘어가는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고개.

 

큰 도로에 나오니 어리둥절하여 다음 대간 길 찾느라고 허둥댄다. 이정표는 맞은편 잘 가꾸어진 농장을 가

리키고 있다. 농장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집이 나오고 어르신네가 창고 앞 그늘막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있

다. 몇 번 불러 깨워서 대간 길을 여쭈니 바깥으로 나가 소나무 숲 쪽으로 가라고 한다.       

 

소나무 숲 따라 200m 정도 가면 능선에 길 있음

 

작은 능선을 넘어서면 또 다른 임도와 만나고 능선 오르 내리기를 몇 차례 하고 나면 차 소리도 들려 지기

재가 가까이 왔음을 안다.

 

동내 뒷산이라 산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다. 대간 길은 일반등산로와 구별이 확실하다. 리본도 달려 있

고 많은 사람이 밟고 다녀 길도 분명하다. 여름철 잡풀이 무성한 시기에는 잡초가 길을 온통 덮는 경우도

있지만, 리본만 잘 살피면 된다. 마을 부근까지 왔으니 길 잃을 염려는 없겠지만 왔다 갔다 몇 번 하면 힘

이 빠지고 지친다. 두 갈래 길 나무에 매달아 놓은 안내판, 누군가 혼선을 막기 위해 달아 놓은 듯한데 그

자체도 혼란스럽다. 싱거운 사람이나 바람이 돌려놓지는 않았는지 손바닥에 침 올려놓고 튀는 쪽으로 방

향을 잡는다(우측).

      

포도밭, 사과나무 과수원 사잇길로 내려서니

 

(14:20) 지기재는 상주 모서면과 내서면 연결하는 901번 지방도가 지나는 백두대간 고개.  

 

 

지기재 버스 정류장

 

지기재 도로변에 어디서나 보는 연두색 철재 펜스에 대간 리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

는데 다음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 진입로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대간 안내판이 나타난다.

 

논밭

 

농기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사람이 살 만한 집에 잡초가 무성하다. 사는 집도 돌보기 힘든데 밭일이야 오죽하랴...

 

신의터재 4.2km

 

마을 이쪽 저쪽 넘나들면서 마을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논밭도 있다.

 

전신주와 절개지 사이 경사진면으로 올라가면 된다.

 

암반구간을 만나고

 

 

송전탑이 나오면

 

신의터재 도착 500m 전방부터는 소나무 숲과 잣나무 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송전탑을 보면서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긴장을 풀어 주는데 소나무, 잣나무 향이 피곤함을 가시게 한다. 가뿐한 걸음으로 신

의터재에 도착한다. 

 

(16:10) 백두대간 신의터재(어신재)에 도착

신의터재는 이소리 관재 마을에서 어산리로 넘어 가는 해발 280m의 2차선 도로 고개.

 

신의치정(新議峙亭)

10시간 동안 뜨거운 햇볕 속에 불덩이가 된 車를 식히느라 창문을 다 열고 시원한 공기로 바꾼다. 차로 움

직이니 시간적인 여유도 많고 마음도 편안하다. 서울 집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은근히 늦장을 부리

고 싶다. 기사에게 소개받고 화서 화령장에 목욕하러 갔다가 쉬는 날이어서 곧장 화서IC에서 역순으로 서

울로 돌아온다. 돌이켜보면 힘들지 않은 산이 어디 있나? 난이도는 산의 높이와 지형에 따라 정해 지지만,

실제로 산은 언제나 똑같은 힘이 든다.    

추풍령에서 화령까지는 백두대간 중 가장 낮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어 무리 없는 구간이라 생각된다.  

 

 

 

 

 

                                                         2013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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