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1 추풍령~국수봉~큰재

백두대간 추풍령~국수봉~큰재

안태수 2013. 8. 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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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

 

추풍령은 가기는 쉽다.

서울서 김천까지 기차나 고속버스로 가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추풍령까지 가는 시내버스(1시간 간격)를

타면 된다. 택시는 메다로 20,000원 정도 나온다.

추풍령은 백두대간 진출입하는 곳이다. 10시간 정도 대간 길을 걷는데 어둡기 전에 다음 탈출지에서 빠져

나오려며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이른 시간에 추풍령에 도착하기란 간단하지가 않다. 하루 전에 도착해서 1박 하던지, 서울서 22시 5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김천에 새벽 1시 48분에 내려 6시에 추풍령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찜질

방, 여관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김천서 택시를 타면 추풍령은 금방 간다. 

 

추풍령~큰재(18.7km) 구간은 난이도가 낮아 8시간이면 종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아침 8시에 추풍

령을 출발해도 된다. 서울서 6시에 출발하는 ktx를 타고 7시 30분 김천구미역에 내린다, 김천구미역은 

김천과 구미역 중간 지점에 있으며 ktx 전용역이다. 거리상으로는 구미가 가까운 대신에 역 이름에 김천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양보했다고 한다. 기존 시가지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택시를 타고 추풍령까지 외친

다.(40,000원)

 

눌의산(744.5m)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추풍령은 현대의 발달한 교통수단이 다 통과하는 大路다. 경부선

철도, 경부고속도로, 4번 국도, 신안로가 지나는 고갯길은 南에서 東으로 뻗은 대간과 그 능선에서 흘러나

온 지맥들에 갇혀 커다란 분지를 이룬다. 등산 시작하면서 땀은 멈추지가 않는다. 옷은 땀으로 다 젖고 몸

은 찜질방에 들어있는 것처럼 물기로 흔근하다. 출발 전에 식염포도당정 3알, 점심 후 2알을 복용했더니 다

행히 갈증은 없었지만 땀을 많이 흘려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다. 눌의산을 내려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터널

을 빠져나와 포도밭과 철길 지하도를 지나 추풍령삼거리에 도착하니 더는 움직이기가 싫다. 가계에서 얼

음으로 만든 것은 다 주문한다. 

 

추풍령 삼거리

금산과 눌의산 사이 해발 220m의 안부, 폭이 200m나 되는 평지나 다름없는 고갯길이 황간에서 김천 사이

에 놓여졌다. 四面이 산이고 분지로 형성된 일대는 큰 마을이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며 오고 가는

길손이 많아 번성한 마을이었다 한다.

 

금산(376m)과 모텔 카리브

 

추풍령 소공원이 있는 당마루 새마을

 

백두대간 추풍령 기념석과 남상규의 추풍령 노래비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노랫말에 높은 山, 깊은 嶺, 구불 길을 상상했지만 구름도 바람도 쉬

어갈 만한 높은 고개는 어디에도 없다. 四面이 산이고 넓은 구릉지 위 높은 하늘은 구름과 바람이 항시 모

여드는 곳.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고개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 추풍령 금산 안내도에서 

 

  

4번 국도와 포도농장 사이로 100m 정도 올라오면

 

눌의산과 황악산이 잘 보이고

 

금산 진입로 (8:30) 이정표는 잡초에 묻혀 머리만 나와 있다. 이곳 사는 사람들이 금산에 오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포도농장도 금년엔 수확을 포기한 것인지 포도가 다 말라 죽어 있다. 

 

(8:50)금산(384m)에 도착한다

금산은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며 영동군과 김천시의 경계라 한다. 이는 곧 백두대간 영동구간 마루금

은 영동과 김천, 상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니 자연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된다.   

 

사기점고개 4km

 

금산의 반쪽은 채석장으로 허물어졌다. 언제부터 채석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지으려면 꼭 필요한 골재 재료가 아닌가 하필이면 금산이 골재 체취 대상이 되었는지 유추해 보면 아트막

하게 봉긋 솟은 산과 양질의 석재, 사통팔달한 도로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햇빛은 나무가 가려주는데 바람은 얼씬도 않는구나 땀은 눈을 가려 바쁜 길을 붙잡는다.

  

금산에서부터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고만고만한 봉이 꼬리를 잇는다.

 

두꺼비 바위로 이름 짓자!

 

(9:40)매봉재(498m)

 

소나무가 모처럼 눈에 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산길

 

사기점고개(10:40)

숲길을 내려오다가 갑자기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능선과 마주치는 임

도는 오른쪽으로 휘어져 위로 올라간다. 여기가 고개다. 사기점고개다. 아무런 표식이 없지만, 고개는 여

기뿐이지 않은가?

 

사기점고개 조금 지나 그늘진 곳에서 아침식사(김밥, 소시지, 바나나. 거봉, 물, 냉커피, 파워레이드)를 한

다. 눈꼽파리가 극성으로 달라붙어 편히 앉아 밥을 먹을 수가 없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 능선으로 리본이 달린 길로 올라가면 눈 위로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인다. 난

함산 통신대(군사시설), KT 난함산 중계소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다.

포장길을 따라 위로 계속 가면 난함산 가서 낭패를 보니 무조건 포장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그런데 도로는 산허리를 돌기 때문에 도는 지점에서 능선을 타면 지름길이 되며 서너 차례 반복하면서 산

아래로 내려간다. 

 

(11:40) 이정표는 없지만, 오른쪽 숲으로 길이 나 있다. 길 조심하라는 곳이 여긴 모양이다. 난함산 갈림길

 

군사도로(작점로)

 

도로 반사경

 

질러가기 위해 숲으로 들어간다.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신애정신병원, KBS 안내판, 신애원농장이 나오고 김천과 추풍령을 잇는 작

점도로와 만난다. 작점도로를 따라 추풍령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면 백두대간 작점고개 마루가 나타난다.

포장도로를 버리고 리본을 잘 따라가면 능선에서 작점고개로 바로 내려선다.  

 

묘탑 2기

 

(12:30)작점고개(335m) 여덟마지기고개(충북 작점리), 성황데이고개(김천 능치리) 작점고개로 통일 했나

본다.

 

백두대간 기념석

 

쉼터에는 아랫마을 이름을 딴 "능치쉼터" 정자, 벤치, 돌로 만든 식탁과 의자. 소나무 그늘. 물은 없다. 정

자에 걸터앉아 아침에 반 남겨 놓은 걸로 점심 먹고 시원한 그늘아래서 잠깐 존다. 

연일 30도가 넘는 더위에 방송은 더위와 관련된 사건 사고를 대서특필로 다룬다. 특히 나이가 든 사람이 공

사장에서 밭에서 일하다가 죽었다는 내용이다. 한낮에는 더위를 피하라고 한다. 집에서는 이런 더위에 배

낭을 꾸리는 나를 보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얘기는 자체가 불경스럽다는 것

을 안다. 그냥 "잘 다녀오십시오." 가 최상의 인사다.   

 

작점고개 출발(13:00)

 

지기재고개에서 구간을 마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 "지기개산장"

 

무좌골산(474m)

작점고개부터 무좌골산 용문산 국수봉까지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산길이다. 조금씩 올랐다가 안부

를 만나면 내려서고를 수 차례 반복한다.  

 

움막집 (기도터 바위)

 

(15:20)용문산(710m)

아침과 점심시간을 빼면 그런 데로 예정시간을 맞추며 온 것 같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다. 처음부터 시작

한 땀이 그치질 않는다. 아무리 닦아도 소용없다. 내 안에 수분은 다 빠져나온 것 같다. 당초에 준비한

1.5L 얼음물, 500mL 냉커피, 500mL 파워레이드는 달랑달랑한다.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셀프 촬영

 

용문산 이정표 국수봉까지는 2.2km

 

백두대간 중 추풍령~화령재 구간은 해발 300여m 지대에 형성된 낮은 야산들로 산이 낮고 능선의 힘도 약

하다. 산이라기보다 구릉지에 가까워 사람 사는 곳이 많다. 군데군데 경작지가 눈에 띈다. 가다가 바람이

부는 곳을 지나면 한참 동안 쉬어간다.

 

용문산 기도원(김천시 어모면) 갈림길

김천시 용문산 기도원은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창립자 나운몽에 의해 1947년 용문산에서 "애향숙"이라는

야학을 개설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오순절교(五旬節敎) 계통의 기독교 교단이라는데 기

도원 쪽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계속 난다. 노랫소리도 들리고 주문 같은 것을 외우는 소리도 들린다. 갑

자기 산속이 소란스럽다. 그래도 사람 소리가 싫지는 않다.

 

국수봉이 650m 남았다. 오늘 산행에 마지막 봉우리다.

 

국수봉에 도착한다. 추풍령 큰재 구간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사방이 시원하게 잘 보인다. 먼저 그늘진 곳

에 앉아 푹 쉰다.

 

(17:00)국수봉(763m)

백두대간 진행 방향 상주시 모동면 방면

 

추풍령 방면 황악산 눌의산 조망

 

상주시 공성면 방면

 

국수봉에서 큰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경사면을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경사면마다 세워져 있다. 민영봉

(683.5m) 통과하고 475m짜리 봉우리 지나면 앞으로 오를 일은 없다.

 

(18:30) 큰재 도착(334m)에 도착했다. 오늘 구간은 큰재에서 마친다. 해지는 시간도 점점 빨라진다. 여름

에 해가 길어도 산은 숲 때문에 금방 어두워진다. 재가 크다는 큰재는 상주시 모동면과 공성면을 잇는

68번 지방도 고개. 다음 구간 회룡재가 3.9km다.

 

신곡리 마을

 

상주에서 하루 두 편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차편은 벌써 끊겼다. 큰재, 큰 고개, 넓은 길에 사람 하나 안보

이고. 가끔 지나는 차들은 도로 한 쪽에 서 있는 나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피하듯이 속도를 낸다. 상주시

에서 운영하는 백두대간 숲 생태원 관리사무실도 문이 잠겼다. 각종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

다. 이곳 사정에 관해서 얘기 나눌 사람이 없다. 추풍령에서 우두령, 큰재로 백두대간 하는 사람을 대상으

로 택시 영업을 하는 개인택시에 전화했다. 20분 안에 도착한다. 추풍령까지 23,000원, 기사는 나를 보자

반갑다는 듯 배낭를 트렁크에 실어주면서 "이번 주에 사장님이 처음입니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휴가철

인데도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습니다" "추풍령에서 서울 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20시 막차를

타고 대전에서 서울가는 고속버스 환승 혹은 20시 43분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에서 ktx로 환승하시던지" 먼

저 고속버스표를 끊었다가 어둑한 주차장에서 버스 기사가 나를 보지 못하고 가는 바람에 표를 환불하고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백두대간 숲 생태원

옥산초등학교 안성분교 폐교 자리에 백두대간 숲 생태원을 산림청 녹색사업단과 경상북도 상주시 공동으

로 백두대간 마루금에 국내 유일한 유ㆍ소년 숲 생태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으로 백두대간의 역사,

화, 생태교육을 위해 설립. 숲 체험,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숲 속의 집(단체동, 가족동), 세

실, 전시관을 갖춰 놓고 학술세미나, 기관연수 등을 한다.

 

 

 

 

 

 

                                                          2013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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