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대구 팔공산

[스크랩] 대구 팔공산 종주

안태수 2012. 12. 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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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님과  故鄕 뒷산 오르다

 

형님 연세는 우리나이로 75세 나보다 9살이 많다.

생일도 나보다 하루 먼저라서 내 생일은 언제나 형님과 합쳐 치러졌다. 어린 마음에 늘 서운했지만

철이 들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7남매 맞이로 아버지 권한까지 행사 하신 형님은 형제들에겐 세상에 제일 무서운 분이셨다.

대구에서 안경부품관계 사업을 하다가 회갑을 넘길 나이에 사업을 접고 지금 나처럼 산을 다니기 시작하

여 백두대간도 종주하시고 우리나라 명산을 두루 섭렵하시면서 지리산을 60여회나 등정하셨다.

형제들 중에는 내가 형님과 가장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여 형님 인생이 마치 나의 미래처럼 보여지곤

한다.

운전면허증, 휴대용전화기,신용카드, 등 현대인의 필수품마저 다 마다하시고 소신대로 사시는 형님 앞에

선 늘 숙연해 진다.

요즈음 혈압이 있어 장거리 산행은 못하시고 근력운동 중심으로 가벼운 산행이나 신천강 주변을 걸으시는

모양이다. 내가 베낭을 짋어지고 형님집에 불쑥 나타나 팔공산 종주한다니깐 형님이 놀라는 눈치다.

아직도 내가 어린애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신천동 형님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팔공산 능선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팔공산 종주 코스는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 시작하여 가산, 칠곡군과 군의군을 나누는 한티재, 파계봉,

서봉, 비로봉, 동봉, 갓바위가 있는 관봉까지 약 25km 구간을 말한다. 형님의 설명으로는 파계사에서 시작

하여 갓바위로 내려오면(18km) 종주나 마찬가지라 한다.

 

파군재삼거리 신승겸장군 동상

왕건의 정예군이 크게 패하였던 고개라 하여 파군(破軍)재라 부르는 이곳은 고려 태조때 개국공신 장절공 신숭겸 장군이

순절한 곳이다. 신숭겸 장군은 태봉의 기장으로 있으면서 궁예를 내몰고 왕건을 받들어 고려를 개국하였다(동구청홈페이지)

 

◇把溪寺

  

보호수(느티나무)

파계사 종점에서 내려 절로 들어서면 입구에 큰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250년 된 느티나무로 성전암에

기거하던 현응도사가 밤에 나갈때 큰 호랑이가 항상 이 나무밑에 기다렸다가 도사를 태우고 다녔다는

설화가 있는 나무다.

 

八公山把溪寺 일주문

앞에 가시는 분이 형님이시고 나보다 9살이 많은 75세, 우리집 7남매 맞이다.

산행 경력은 나보다 훨씬 많다. 백두대간 종주도 마치셨고 명산 순례도 헤아릴 수 없다. 그 중 지리산은

60여회나 올라 동네, 골짜기, 능선, 봉우리, 막힘이 없다.

지금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 허리가 조금씩 구부러지고 있다.

 

把溪池(파계지)

파계란 아홉 계곡 물의 기세를  한곳으로 모운다는 뜻으로 절을 세우고 그 기세가 다른 곳으로 흘러 나가

지 못하도록 제압한다는 의미로 鎭洞樓도 지었다 한다. 지금은 계곡물이 파계지로 모인다.  

 

진동루 앞마당에 「英組임금나무」라는 느티나무 한 구루가 있는데  파계사는 조선 영조임금의 탄생 설화

가 깃든 곳으로 영조임금의 도포가 발견될 정도로 영조임금과 인연이 깊은 절이다.

 

鎭洞樓

원통전 앞 정면에 2층으로 만들어진 누각

 

圓通殿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신 불전으로 파계사의 중심 전각이다.

 

 ◇팔공산(파계사~비로봉~갓바위)종주

 

 

당초 일정은 대구 도착하는 날 어머님 제사를 모신 후 파계사로 이동해 산 밑에서 1박을 하고 새벽같이 산

을 오르기로 계획했는데 형님이 집에서 자고 내일 같이 가자는 말에 이끌려 다음날 9시부터 늦은 산행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절에는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절에서 파계봉까지 약 1km 계곡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낙엽은 이미 다 져 발을 수북히 덮는다. 

 

파계재(901m)

'형님 사진 한장 찍읍시다' '뭐 그런 거 찍어. 지나가는 산님께 부탁해 사진 한장 찍는다.

참 귀한 사진이 될 것 같다.

 

파계재에 올라서니 대구쪽 남측사면은 심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고 반대편 군위 영천쪽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산세에서 보듯 대구의 외골스런 성격은 지형 탓인가 여겨진다.

 

파계봉(물불산 991.2m)

칠곡과 군위를 잇는 한태재휴계소 너머로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여러갈래 능선은 들판을 보는 듯 하다.

대구에서 팔공산을 쳐다보면 밋밋한 산이 길게 북쪽 하늘을 가로 지르고 있는 모습은 한마디로 볼품이

없다. 몇번 동화사까지 가 봤지만 팔공산 등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산100 순례 스케줄과 얼마전 광주

무등산 종주했던 것을 감안해서 급하게 날자를 잡은 것이다.

  

팔공산 정상 주변 조망

형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팔공산은 東 西로 이어지는 긴 능선에 산정도 넓고, 남북으로는 산줄기가 많아

그기에 따른 계곡도 많다. 파계봉 능선에서 정상은 대구에서 보는 장면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무등산을 보고 좋은 산이라 큰 감명을 받았는데 팔공산(1193m)은 무등산(1187m) 보다 높이 차이 만큼 더

감명을 받았다. 정상 주변으로 봉우리들은 한 능선에 있지 않고 각각 능선을 거느리고 있으며 하나 같이

1000m가 넘는 높이로 보는 순간은 장관인데 넘는 일은 죽을 맛이었다.   

 

톱날능선 조망

정상으로 가기전에 만나는 톱날능선은 남쪽 벼량으로는 길이 없고 톱날능선 위로는 위험지역으로 정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북측사면으로 우회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팔공산 스카이라인능선 뒤가 동화사

 

팔공산 정상 조망

 

톱날능선 뒤로 서봉, 비로봉, 우측 끝으로 88CC, 관봉인 갓바위가 조망된다.

 

 

톱날바위 구간

북측사면으로 우회도로가 있고 응달이 항상 지는 곳으로 서리조차 잘 녹지 않아 미끄럼에 주의해야 하며

바위를 붙들고 가는 곳이 많아 특별한 조심이 필요하다.

 

서봉 조망

 

파계봉 쪽 조망

 

三聖亭

13시50분 형님은 이곳에서 수태골로 하산하시고 나는 갓바위로 계속가기로 하고 헤어진다.

'형님 조심해서 내려가이소' '그래 니도 조심해서 가라' 인사를 하는데 갑짜기 울컥해져 애써 감정을 감추

느라고 고개를 돌렸다. 형제들이라도 집안에 제사, 길흉사가 아니면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좀처럼 없다. 

산속에서 나눈 두마디 인사가 오랫만에 형님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었는 것 같아 몸에 힘이 쭉 빠져

계단에 풀석 주저 앉고 말았다. 멀리 내려가는 형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삼성암에서 서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나무계단

 

서봉(삼성봉 1150m)

서봉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 있고 바위로 뭉쳐진 모습으로 남쪽사면으로는 경사가 급하다. 바람이 세차

게 불면 서 있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석 西峰이라 쓰인 반대편에서 아슬아슬하게 앉아 사진 한

장 찍는다. 

 

서봉에서 1km 내에 있는 비로봉과 동봉

 

서봉 이정표는 파계재 5.1km, 갓바위 8.5km 능선 길이만 13.6km를 가르킨다.

 

서봉, 파계봉, 한티재 방향

 

서봉에서 정상 비로봉 가는 능선 길은 낮은 잡목이 서로 엉키 듯 자라고 사이사이를 야생 진달래가 채우고

있어 봄길은 멋질 것 같다. 

 

비로봉(1193m)

비로봉은 군사지역에 포함되어 철조망 안에 갇혀 있다가 2009년 11월1일자로 해지되면서 일반인의 출입

이 허용되었다. 아래에는 천제단 비석이 있고 내 뒤로가 삼각점과 정상석 바위다.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중생의 아품과 고통을 없애주는 부처다.

 

동봉(1167m)

동봉도 바위 덩어리다. 서봉보다 암반이 넓어 많은 사람들이 쉴 수가 있다. 가까운 염불봉까지는 암릉길

염불봉 밑으로 염불암 동화사 등산로다.  

 

염불봉(1121m)

지금까지 산 이곳저곳에서 마주치던 사람들이 염불봉을 기준으로 급속히 없어진다. 동화사로 많이 하산하

는 모양이다. 또 염불봉은 조망권이 훌륭해 전망대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병풍바위

오후 3시30분 염불봉부터는 혼자 걷는다. 갓바위까지 남은 거리는 약 7km 시속 3km 속도를 내면 오후 6시

넘어 도착 예정, 5시부터 일몰이 시작되니 1시간 가량은 헤드램프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신령재

동화사 3.8km, 영천방면 수도사(공산폭포,치산계곡) 4.5km

 

치산능선에 솟은 암봉

 

능성재

 

삿갓봉(930m)

 

인봉(878m) 앞에 다달으니 앞이 보이질 않는다.

베낭속에서 헤드램프를 꺼내 불을 밝힐려니 수위치를 못찾는다. 침착할려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이곳저곳

더듬거리니 갈 수록 태산이다. 산에 갈 때마다 밧테리 점검과 머리에 시험착용을 해보고 나오는데 치매걸

린 사람처럼 아무생각도 안난다. 핸드폰으로 불 밝혀 간신히 on/off 스위치를 찾았다. 잠깐 당황했나 본다.

 

갓바위~선본사 간 가로등 불빛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해드램프에 의존해 노적봉 ~관봉구간의 암릉길을 밧줄도 타고 철책 난간과 사다리

도 기어 오르고 하면서 간신히 가로등이 밝혀진 길까지 왔다.  

  

갓바위 직전 계단

동봉부터 물마시는 시간만 빼고 쉬지 않고 달려온 관계로 다리가 천근 만근이다. 저 돌계단 하나, 있는 힘

을 다해 올라 갓바위 부처님이 계시는 마지막 계단에서 주저 않고 말았다. 고행을 자초한 셈이다.   

관봉은 산 입구에서부터 나선형 돌계단이 갓바위입구까지 1km 넘게 나 있고 관봉 아래 있는 선본사는 절

보다 팔공산 갓바위가 더 유명하다.

 

◇갓바위

 

 

 

갓바위는 해발 850m의 관봉 정상에 높이 4m인 좌불로, 정식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으로 거대한 불상이다.

머리 위에 두께 15cm 정도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라 불리우며, 통일신라시대에 만

들어진 것으로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갓바위는 지성으로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으로 매월 1일, 입시철, 정초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2012년 11월18일

      

출처 : 경북중고 사칠회
글쓴이 : 안태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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