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조선일보 선정 산/춘천 금병,죽엽,부용산

도솔지맥 춘천 추곡리~운수현~죽엽산~추곡령~건칠령~부용산~배치고개 종주

안태수 2023. 9. 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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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길을 묻고 녹음은 하늘을 가리다.

 

춘천, 화천, 양구 소양강과 파로호 사이를 흐르는 산줄기, 바로 도솔지맥이 지나는 구간이다. 그 산맥에 솟아오른 고봉들은 한동안 군사보호를 받아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당연한 듯 소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주말에도 사람이 없다. 우거진 산림과 고라니와 멧돼지 같은 산짐승의 울음소리와 전문 산악인들이 밟고 간 흔적과 그들이 나뭇가지에 붙들어 맨 시그널이 바람에 펄럭일 뿐이다. 그리곤 자연 그대로이다. 이곳 산들은 산세에 반해 명산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산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꼭 찾는 산이다. 이들 산 탐방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08:00) 운수현(해발 537m)을 경계로 고개를 넘으면 화천군 방학리이고 반대쪽은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이다. 이곳까지 접근하기가 등산만큼이나 힘이 든다. 차를 가지고 출발하여 하산 지점인 배치고개에 차를 주차하고 다시 운수현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중교통이라곤 춘천 택시밖에 없다. 택시 콜하면 춘천서부터 메타를 꺾고 요금을 계산을 하는데 약 50,000원 정도 각오해야 한다.    

 

 

'요산의 하루' 시작이다. 화천군 간동면 간척사거리 GS25 편의점에 교통 사정을 알아볼 겸 들렸다. 나이 든 부부가 근무하고 있었다. 운수현까지 태워줄 차량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들은 대로 이곳이 화천인데도 춘천택시를 불러야 하고 택시요금이 50,000원 정도 나올 거라고 한다. 이곳에서 운수현까지 왕복 택시요금 줄 테니 태워 주실 뿐 구해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내가 알바 한 번 할까?" 하더니 옆에 신랑보고 "당신이 좀 태워주시지 그래" 기회다 싶어 "30,000원 드리겠습니다."라고 제안하자 바로 OK 됐다.

    

 

죽엽산 등산로는 화천쪽으로 고개를 넘자마자 좌측으로 정자(도원정)가 나타나고 정자 바로 뒤가 죽엽산 등산로 입구이다.

 

 

부용산까지 길 안내한 산악회 리본(무영객, 아마다블람 세르파)들이다. 나머지 리본들은 가끔 나타나며 등산로를 알리는 역할 정도밖에 안 되고 두 리본은 끝까지 길잡이 노릇을 했다.

 

 

약 10분 정도 빡시게 올라서니 능선이 시작되는 봉우리다. 올라오면서 얼마나 용을 섰던지 腸이 뒤틀리고 아랫배가 요동을 친다. 얼른 지하 동물들에게 보시하고 낙엽으로 덮었다. 요산은 소량의 변을 본다. 변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산에서 쾌변을 보기때문이다. 

 

 

연리목(신갈나무+오리나무?)

 

 

초입부터 심각하다. 길은 잡초에 닫고 하늘은 녹음에 가렸다. 빽빽한 참나무 줄기 사이로 알똥 말똥한 길이 열려있다.  아마다블람 세르파님의 리본을 믿고 등산로로 확신한다.  

 

 

키 큰 참나무와 소나무가 번갈아 나타난다. 아랫도리는 간벌한 것처럼 훤칠하다. 산 사면은 군데군데 초지처럼 파랐다. 화전이었던가?, 산불이 난 곳인가?, 6.25 전쟁 격전지인가?, 박정희 정권 새마을사업 시기에 식목지역으로 누락된 곳인가?, 별 의미 없는 상상을 하며 숲 길을 달린다. 

 

 

죽엽산 북쪽 사면

 

 

그물망 경계 지역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죽엽산을 처음으로 전망한다. 8부 능선 위로 숲으로 덮여있고 아래에 뜨문뜨문 홀로 키 큰 소나무들의 성장이 궁금타?

 

 

도솔지맥에 솟은 사명산 전망

 

 

지나온 능선 651봉(08:40), 665봉(09:30) 비로소 전망

 

 

리본을 따라 등산로를 잇는다

 

 

등산로에 쓰러져 죽은 나무는 그냥 죽은 게 아니고 등산로 표시물 역을 한다. 누군가 이 블로그를 보고 이 길을 통과하다가 만나게 되면 반가울 것이다.   

 

 

685봉 통과

 

 

너설길

 

 

석봉

여름 한 낮 땡볕에 전망은 볼품이 없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산줄기가 하늘에 획을 긋고 검푸른 숲이 답답하게 다가온다. 그나마 숲 속 보다 바람이 일어 땀에 젖은 육신을 말린다. 

 

 

▶죽엽산 정상 직전 삼거리다. 숲이 우거져 갈림길인 줄도 모른 채 우측으로 틀었다. 추곡령은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좌측으로 진행한다. 

 

 

(10:30) 죽엽산(869m) 도착

30여 미터 진행하고 나서야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팻말을 보고 죽엽산 정상임을 알아차렸다. 정상석도, 볼 것도, 쉴만한 곳도 없는 협소한 공간에 잡풀만 무성하다.

▶운수현→죽엽산(3km)

 

 

'3050 알파인 산악회' 리본 발견

 

 

서봉(840m)

3050 알파인 산악회, 무영객, J3클럽으로 이어지는 리본을 등산로 삼아 진행한다. 

 

 

전망바위

 

 

부용산, 오봉산 전망

 

 

가끔 이렇게 확실한 등산로를 보면 내가 잘 가고 있다는 사실에 반갑다.

 

 

스트로브 잣나무 조림지

 

 

굴참나무 군락지

 

 

이동통신 공용기지국 지나

 

 

KBS 송신탑을 지나면

 

 

임도와  접속한다.

 

 

(12:56~13:15) 추곡령에 도착하니 SUV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누군가 도솔지맥을 올라탄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며 그늘지고 바람이 잘 불어오는 곳을 골라 점심을 먹었다. 추곡령은 임도가 세 갈래 도솔지맥은 능선을 타야 한다. 능선은 절개지가 진입을 막고 있어 임도에서 오르는 길이 있을까 좌우로 살펴봤지만 리본 한 가닥 안 보인다. 선답자 산행기를 보면 건칠령에서 임도와 능선길이 만난다고 했다. 지체 없이 임도길을 택해 모처럼 다리를 호강시켰다.  

▶운수현→죽엽산(3km)→추곡령(2,77km) = 5,77km

 

 

추곡령 국유임도 안내판

이놈의 임도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군사도로라서 그런지 지명 표기가 里 단위로 두리뭉실 표기되어 있다. 사명산, 죽엽산, 부용산을 연계하여 지방도와 국도로 연결되는 모양이다.

 

 

추곡령에서 뒤돌아 보면 출발지 운수현과 지나온 죽엽산 그리고 과거에 오른 사명산이 뚜렷하다. 

 

 

임도를 진행하다가 숲 속에 튀어나온 SUV 차량 차주와 마주쳤다.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니 약초꾼인 모양이었다. 이곳 지리에 대해서 밝을 줄 알고 건칠령과 부용산 가는 길을 물었더니 지명도 모르며 행선수설한다.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꿀풀

 

 

국수나무

 

 

능선(도솔지맥)과 골짜기와 임도

 

 

(13:55)건천령 임도 삼거리 도착

이정표는 아예 없이 산악회 리본만 보고 쫓아왔는데 건칠령은 그나마 리본마저 없는 상태여서 좌, 우 100n씩 탐색한 후 추곡령에서 능선 따라오면 우측 모퉁이로 내려서서 건치령에서 임도와 만나 부용산은 잠시 임도와 같이 가다가 우측 능선으로 오른다는 것을 알았다. 

▶운수현→죽엽산(3km)→추곡령(2,77km)→건천령(3,65km) = 9,42km

 

 

임도 우측 능선을 주시하며 걷다가 잠깐 사이 능선으로 올라 붙는 무영객 리본 발견했다. 

 

 

부용산 등산로 확인

 

 

임도가 아래로 지나간다. 뒤에 안 일이지만 건천령에서 임도를 다라 약 1km 정도 진행하면 부용산 등산로가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등산로 입구를 찾을지는 미지수이다. 

 

 

부용산 능선 모습 우측 끝봉우리가 부용산이다.

 

 

능선을 따라 남쪽 사면은 초지, 북쪽 사면은 산림, 이들 경계지역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사명산 모습

 

 

 산림지역으로 들어간다.

 

 

무영객 리본과

 

 

아마다블람 세르파 리본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마 임도길로 온 모양이다. 

 

 

(15:45) 芙容山(882m)에 도착했다. 정상은 헬기장이고 전망은 이름값도 못하고 오봉산과 배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며 남쪽으로 소양호가 자리 잡고 있다. 10여 년 전 오봉산 종주 時 바라본 산 언제 만인가!

▶운수현→죽엽산(3km)→추곡령(2,77km)→건천령(3,65km)→부용산(2,78km) = 12,2km

 

 

부용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하산을 하우고개 방향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등산로가 하도 뚜렷해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가다가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꺼내보니 하우고개 방향이다. 다시 부용산으로 되돌아와  배치고개 루트를 뒤지니 숲에 가려져 있다. 왕복 10분 정도 헛고생했다.

 

  

으아리

 

 

배치고개로 하산하는 급경사로이다. 부용산 등산로는 도솔지맥을 종주하는 사람 이외는 배치고개에서 왕복이 정답이다. 길게 등산을 한다면 하오고개까지 이을 수 있으며 하오고개 천평사 선착장에서 배로 소양호를 건너면 춘천시내와 대충교통이 활발하게 연결된다.    

 

 

가파른 산등성이 

 

 

드디어 배치고개에 주차한 차량 확인

 

 

(17:10) 배치고개(해발 596m) 도착

힘들게 등산을 마쳤다. 주말인데도 산꾼하나 얼씬되지 않는 오지의 숲으로 가득 찬 산, 요철이 심한 봉우리들, 이정표 하나 없는 막막한 등산로, 더위에 지치며 체력의 소진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숲과의 싸움이었다. 모처럼 빡신 등산을 마치고 나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등산을 계속 해낼지 의문이 든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해도 좋을 나이 서울까지 가는 것도 벅차다.     

▶운수현→죽엽산(3km)→추곡령(2,77km)→건천령(3,65km)→부용산(2,78km)→배치고개(2km) = 14,2km 

 

 

 

 

 

 

2023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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