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山 100/포천 백운산

경기 포천 백운산

안태수 2016. 12. 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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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리 앞으로 마실길에서 만나자 


친구야 우리가 같이 산을 오른 것은 1996년 여름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것을 기점으로 기억한다. 

그 후 20년간 정기적으로 산행한 것은 아니지만, 도봉산을 중심으로 길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같이 다녔

다. 세월은 흘러 속절없이 나이만 들어 엊그저께처럼 오르던 산을 먼발치로 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요산은 남은 삼분지 일 인생 전국 산을 찾아다니며 산신령이 되고자 작정을 했고,

우보는 심장에 스탠스를 끼운 후 기운 자세와 발을 끄는 듯한 걸음걸이로 보는 사람을 불안케 하고,

후암은 통풍으로 마라톤도 그만두고 장기 걷기도 안 하면서 무릎 관절 노화로 내리막에서는 절뚝거린다.

친구야 말해 두지만, 백운산이 어쩌면 우리 생전에 같이 하는 마지막 산이 될지 모르겠구나.   


(09:40) 백운산 흥룡사 주차장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吉日을 잡아 불러냈다.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갔다 올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끼리 

마지막 먼 산 산행이 될 거라고 여겼다. 백운산은 요산이 우리 명산 100을 92번째로 답사하는 산으로 

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에 걸쳐 있고 후암이 군대 생활을 산 아래에서 했으며 산세가 걸출하고 계곡이 발

달하여 계곡은 경기 일원에서 소문 나 있는 곳이다. 후암한테는 추억이 깃든 산이니깐 앞장을 서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 후암이 결정하면 우보는 죽을 각오로 따라온다. 드디어 백운산 산행 날이 잡혔다.

   

흥룡사 통과

오늘은 내가 가는 산에 친구를 초대하는 형식이다. 출발에서 귀가까지 안전은 물론이고 식사도 편의도 

내가 제공할 작정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어려운 걸음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백운 1교 통과

우보는 여의도를 떠나 부천 7호선 까치울역 부근에 산다. 우리 집은 7호선 상도역에서 가깝고 아침 7시 

상도역에서 우보와 만났다. 강북강변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부간선도로 끝까지 가서 도봉산역으로 좌회전

하면 후암이 사는 동네다. 내비게이션 판독도 어려운 나이, 그만 의정부 쪽으로 잘못 진행하고 말았다.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들을 비집고 좌회전 신호에서 불법 U턴하여 가까스로 약속 시각에 도착했다.    


팔각정

후암 처가 따라나선다. 평소에 가끔 볼 때라치면 배낭을 메고 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친구들과 어울

려 산을 자주 다닌다고 한다. 갔다 온 산들은 내가 다 답사한 산이 대부분이었다. 산 이야기가 통할 정도면

수준급으로 우보나 신랑보다 한 수 위처럼 보인다.

  

(09:50) 백운산 향해 출발

이제 길 눈이 많이 어두워졌다. 산정호수, 명성산, 몽베르CC 다니느라고 수없이 지나다닌 길인데 어쩌면

이리도 생소한지 포천 시내를 통과하면서 도로 표지판에 백운호수라고 갈색으로 여기저기 표시된 것을 

봐서 백운산이 가깝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웬걸 포천에서 40여 km 떨어져 있다.      


시작부터 계단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BC 다녀온 후로 눈이 높아져 우리 산을 없이 여기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다행히 히말

라야 사람들이 한국의 산은 작고 예쁘고 아름답다고 하는 말을 듣고 우리 산을 표현하는 형용사 즉 신령스

럽다, 장엄하다는 등 과장된 언어만 걷어 낸다면 우물 안에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객관성을 갖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능선 첫 번째 봉에 도착은 약 500m 올라온 지점이다. 20분 정도 빡시게 올라왔으니 몸에서 땀이 흥건히 

났을 거다. 윗 옷을 하나씩 벗긴다. 물은 충분하고 30분 진행에 10분씩 쉬기로 하고 쉴 때는 겉 옷을 다시

걸치도록 한다. 오늘 산대장은 이곳 지리에 밝은 후암이 맡았다.


우리나라 산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능선길


산에 바위가 없으면 구릉 취급 당하지요 경사면으로 로프를 쳐 안전 산행을 유도하고 이거 또한 과잉 친절

이다.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절실히 필요한 곳이 많은데

   

벌써부터 힘들어 보이는 우보 상체가 많이 숙여진다.


그래도 왕년에 산 타던 요령은 있어 후미에 서기를 자청한다.


아무히 흙산이라고 해도 산릉은 보통 돌출 부분은 돌이 튀어나와 있고 안부 쪽은 흙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크고 작게 오르내리면서 정상을 향해 꾸준히 고도를 높여 나간다.


(10:30) 해발 375m 1km 지점 통과 초반 시속이 1.5km 정도 쉼터가 있는 봉우리에서 휴식을 한다. 


우보가 추월을 다 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제 정신으로 걷는 것이 아니다.


결국 우보는 뒤로 쳐져 자기 패이스를 찾는다.

 

셋 중에 원당을 따를 자는 없다.


(11:10) 해발 560m 2km 지점 통과 지금까지 직선으로 뻗은 능선을 꾸준히 올라왔다. 능선이 잠시 멈추면

봉우리가 솟고 이런 봉우리를 다섯 차례 넘으며 구비마다 쉬어 간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우측으로 크게

휘면서 길게 뻗는다. 중간중간 작은 능선들과 합쳐 정상으로 향한다.


(11:45) 봉래굴(0.48km) 갈림길 


한북정맥 백운산 구간 (백운산-삼각봉-도마치봉) 조망


백운산 0.2km 직전


백운산 등산안내도

나는 먼저 와서 정상 언덕배기 아래 바람이 없는 공터에 점심 먹을 자리를 준비한다. 점심 내용은 김밥

각 1줄, 떡, 사과, 감, 오이 단출하다. 허기만 지지 않도록 간식과 더불어 조금씩 자주 먹으면 거창한 식단

은 필요 없다. 따뜻한 음료를 산 밑에서 담으려고 준비했는데 문을 연 상점이 없어서 실수했고 속이 허했다.   


(12:25) 백운산(白雲山 903.1m) 도착

♣우리 명산 100

백운산이라는 이름으로 산림청에서 선정한 우리 명산 100에 들어가는 산이 더 있다, 여수 광양 백운산, 강

원 정선 백운산, 기타 백운산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포천 백운산도 어느 명산과 마찬가지로 주변 산군

에서 제일 높고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망이 훌륭하다. 이웃 이름 난 광덕산과 국망봉을 연결하는 한북

정맥이 지나고 뭐니 해도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5km의 백운계곡이 백운산을 이름나게 하는 역할에 한 몫한다.       


요산, 우보, 원당, 후암,


후암, 원당


백운산 정상석과 기념촬영


우보


(13:20) 백운산 출발


(13:45) 삼각봉 통과


(14:15) 도마치봉(925.1m) 도착


도마치봉 정상석과 기념촬영


도마치봉 이정표 백운계곡 흥룡사, 한북정맥 국망봉 표기


한북정맥 국망봉 가는 길


향적봉, 흑룡봉, 백운계곡 흥룡사 가는 길


바위 구간


이웃 능선 눈에 확 띄는 암봉


(15:15) 향적봉, 백운계곡 갈림

향적봉, 흥룡봉은 능선으로 계속 가고 백운계곡은 골짜기로 내려간다. 흥룡사 주차장까지는 골짜기 길이

짧다. 짧다고 시간이 단축 되고 편한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과적으로 골짜기는 상당히 비탈져서 너덜도

고 굴곡도 심해 조심할 곳이 많아 진행이 느려졌다. 향적봉까지 가서 백운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

한 길이다.   


향적봉 갈림길에서 골짜기로 크게 꺾어지면 백운게곡 상류에 해당하며 계곡 발원지도 여기 어딘가 되겠

다. 심한 비탈이 계속되며 낙엽이 수북이 등산로를 덮어 자꾸 미끄러지고 뒤로 자빠진다.    


너덜지대 통과


(16:00) 도마치봉, 흥룡사 중간 지점 


백운계곡이 본격적으로 계곡 형태를 갖추며 


봉래골과 만나는 취선대 부터 본격적인 계곡 모습을 한다. 물이 말라버린 계곡은 낙엽 찌꺼기가 물 대신 

흐르고 바위와 돌은 버려진 너덜 취급 당한다. 계곡 따라 부는 바람은 황량하고 쓸쓸함만 더해줄뿐 여기가

정녕 백운계곡이란 말인가? 소문난 잔치판은 이동 갈비와 한북정맥이 전부인 것 같다. 


(17:40) 결국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진 백운대 계곡을 빠져나왔다. 전체 거리 11.3km , 산행시간 8시간 13

분, 쉬는 시간 1시간 30분, 운동시간 6시간 40분, 통상 5시간 산행거리를 3시간이나 더 걸렸으니 해가 질

밖에 그래도 무사히 하산해서 기뻤다. 


후암 부부


(17:45) 귀환 (원점 회귀) 기념 촬영


흥룡사 일주문 대신 石柱


풀이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화동로 「한국인 갈비」에서 갈비는 1인분씩, 식사는 반 공기, 술도 딱 한 잔, 운전

은 요산이 하는데 권주가 먹혀들지 않는다. 힘을 많이 뺏으면 먹는 힘도 없는 거 그래도 산행 후 허기진 배

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올 때 역순으로 서울로 돌아간다. 





                                            2016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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