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관령을 걸어서 당도하다
닭목령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대기리 벌마을은 닭목령에서 4km, 10분 거리다. 백두대간 종주하는 산꾼을 위한 민박이나 펜션이 몇 곳 있었지만, 경영난으로 없어져 옛 정보를 갖고 찾아다니다간 허탕을 치기 일쑤다. 왕산면사무소에 부탁하여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예약을 했기 때문에 전화했더니 금방 달려온다. 펜션과 민박의 구분도 애매하다. 관할관청에서 숙박업 허가를 내줄 때 허가서에 명시된 내용으로 구분하면 되는데 허가서를 보여주는 데가 없다. 시설과 요금이 천차만별이라 늘 께름적하다. 마을에는 식당도 있고 펜션은 슈퍼를 겸하고 있으니 부족한 물자를 채울 수가 있어 다행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점심은 식당에서 해
결하고 저녁은 주인장과 같이하기로 했다. 벌마을은 강릉 왕산면에서 가장 늦게 생긴 마을, 오뉴월 얼음이 어는 마을, 에어컨이 필요 없는 마을,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마을, 고랭지 작물로 부유한 마을이다. 60대 후반 부부는 결혼 후 계속 이곳을 지키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추억하며 갓 시집와서 눈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날 강릉에서 닭목령을 걸어 넘어 기진맥진한 채 집에 도착해 쓰러진 그때를 얘기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05:00)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벌마을 '벌말펜션(010-4125-8461)' 숙박지
4시30분에 일어나 준비를 끝내는 데는 30분 소요 5시 정각에 주인차로 펜션을 출발한다.
(05:20) 닭목령 출발
백두대간 닭목령~대관령 등산로 안내도
임도 (고랭지 채소밭 관리도로)
두릅나무
산에서 인기척이 난다. 이른 새벽 웬 등산객이 하면서 조심스럽게 산을 올라가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산에서 내려온다. "일찍 운동하고 내려오시네요" "아닙니다. 밤새 두릅나무 잘 있는지 순찰하고 오는 중입니다. "나는 아직 두릅나무를 모른다." 어느 것이 두릅입니까?" "앞에 있는 거 그거요" 눈앞에 두고 묻는다. 까맣게 말라 죽은 것도 있고 듬성듬성 두릅을 매달고 있는 것도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등산객을 가장하여 두릅을 훔쳐가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로 두릅을 전문으로 하는 경작지, 강릉에서 오징어 처리물을 가져다가 비료로 쓰면서 힘들게 키우고 있는데 그놈의 도둑놈들이 두릅을 깡그리 체 따 가기 때문에 나무까지 까맣게 말라 죽는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내가 괜히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 된다.
산죽밭
금강소나무
백두대간 등산로 (닭목령~고루포기산 구간)
고랭지 채소밭 맹때기 농장 도로
(05:55) 아랑봉(955m) 통과
닭목령(680m)에서 955봉까지 천천히 오르막이다. 아침 신선한 공기에 힘 드는 줄 모르고 가뿐하게 통과한다. 계속해서 고루포기산 직전까지는 순탄한 길이 예상된다.
고루포기산 진행 방향 등산로
백두대간 고루포기산 진행 방향 마루금
아랑봉(955m) 우측으로 보이는 맹때기 농장
함박꽃나무
금강소나무 군락지
(06:45) 왕산 제 1쉼터
화마(火魔)에 내상을 입고도 건재한 소나무 칭송의 글
너럭바위 통과
명품 강릉금강소나무
(07:30) 왕산 제 2쉼터
아직도 철쭉이 남아 있고
병꽃나무는 무리를 지어 한창이다
맨발로 걸어도 좋은 흙길 마루금 지금까지 순탄하기만 하다.
철탑
(08:05)고루포기산 도착
고루포기산(1,238.3m) 정상석과 기념촬영
고루포기산에서 아침 (샌드위치, 스프, 사과, 비스켓)
벌깨덩굴
졸망제비꽃
오목골 갈림길
대관령 전망대 이정표
대관령 전망대
횡계. 대관령,선자령 황병산 방면 전망
연리목 (참나무+자작나무)
영동고속도로 터널 구간
샘터 이정표
샘터에 관한 정보가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샘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지도상에도 표기가 없다. 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혼선을 준다.
행운의 돌탑
(11:10) 능경봉 도착
능경봉 (1,123m) 정상석과 기념촬영
대관령과 1.8km 거리 대관령 주변에서 제일 높은 산 강릉, 선자령, 대관령 목장, 용평스키장, 재약산 등 대관령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대관령에 차를 주차하고 가볍게 오르면 애써 힘들게 대관령 주변을 쏘다닐 필요가 없다. 사계절 대관령은 항상 사람이 북적인다.
제왕산 강릉 동해 전망
헬기장
내리막 경사 돌계단 구간
인풍비 쉼터 도착 (능경봉 1.1km, 제왕산 2.0km, 대관령 0.7km)
인풍비氤風碑
기운 어릴인, 천지 기운, 기운이 성하다 옛날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인풍비 약수터
인풍비 약수터에서 대관령 사이 700m 구간
(12:00) 대관령 도착
대관령 백두대간 능경산, 고루포기산 입구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
대관령 휴게소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다. 영동고속도로가 대관령을 터널로 지나면서 구도로는 456번 지방도로로 바뀌었다. 대관령에는 상, 하행선에 휴게소가 있다. 상행선에는 휴게소와 양떼목장이 있고 하행선에는 고속도로준공기념탑, 신 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동해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하행선 휴게소에는 편의시설이 없다. 주차장 한편에 포장마차가 있으며 라면, 오뎅, 감자전. 음료만 판다. 라면으로 입맛을 돋군다. 포장마차 안으로 건장하게 생긴 분과 가냘픈 여인이 등산복 차림으로 들어온다. 등산 마니아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복장, 배낭, 소품 등이 황홀하다. 내 옆자리에 앉으면서 내 배낭을 보고 "클라트뮤젠 좋은 배낭입니다." 이어 내 바지를 보고는 "게레 입으셨네요." 하며 내 장비를 다 알아맞힐 태세다. 등산 고수를 만났다. 나이와 산행 계획, 행적 등을 말하자 깜짝 놀라며 칭송과 격려를 보낸다. 두 분은 스님이다. 비구니는 위암 수술 후 회복 중이라 하며 남자 스님이 건강 회복을 돕고 있다고 한다.
얼굴이 곱다고 하자 산행 덕분이라며 기회가 대면 백두대간 도전을 해 보겠다고 한다. "요새 스님들은 안 걷잖아요." 하니 씨익 웃는다. 스님과 헤어져 횡계 택시를 불러 타고 횡계로 간다.
2015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