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4 삽당령~화란봉~닭목령

백두대간 삽당령~석두봉~화란봉~닭목령

안태수 2015. 6. 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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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첫 백두대간을 열다

 

 

5월 22일 밤 청량리 출발 정동진 도착 밤 23시 25분 무궁화 열차를 타기 위해 하루종일 서두른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백두대간 길은 언제나 설레인다. 이제 길도 얼마 남지 않아 그동안 이력으로 여력이 일만한데도 현지에 도착해서 첫발을 내디디기 전까지는 늘 불안하다. 배낭 내용물은 빠트리지 않고 다 챙겼는몇 번이고 열었다 닫았다 하고 교통편도 반복해서 확인한다. 일기예보는 3박 4일 동안 쾌청이다. 기온은 매년 5월 평균보다 조금 높지만, 바다로 접한 고지대를 감안하면 바람만 적당히 불어 준다면 별 무리가 없는 산행이 될 것 같다. 마누라가 배낭을 들어보더니 깜짝 놀란다. 물은 현지에서 조달하려고 물통을 비워 둔 상태로 15kg, 이 무거운 짐을 지고 70 노인이 산길을 걷는다니 남편의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조금은 알아주는 눈치다.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청량리역 정동진 가는 좌석은 매진되고 입석만 남아있다. 특실을 양평까지는 입석, 정동진까지 좌석으로 매표한다. 참고로 무궁화호는 주말에도 경로 우대를 한다. 04시 28분 정동진에 도착하니 프렛 홈이 백사장으로 나 있어 어슴푸레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다. 5시경 일출 시각이다. 기차에서 내린 손님들은 일출 명소를 선점하기 위해 일제히 바닷가로 흩어진다.

       

 

 

(06:20) 삽당령(680m) 출발

지금 강릉역은 개축 상태인 관계로 정동진역이 임시 종점이며 강릉으로 가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무궁화호 도착 시각에 맞혀 강릉역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슈퍼에 들려 음료수, 김밥 등을 사서 나오니 4시 40분 버스가 떠나 버렸다. 다음 버스는 2시간 후 하루에 4차례 운행하는 고단, 삽당령 가는 시내버스(508번) 첫차를 타려면 강릉의료원 버스정류장까지 5시 40분에 도착해야 한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탄다, 정동진에서 강릉까지 약 20km 멋진 해변을 드라이브하고 나니 택시요금 22,000원이 아깝지 않다.

  

 

 

백두대간 삽당령~닭목령 안내도

5시에 강릉의료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5시 40분 고단, 삽당령 가는 508번을 확인하고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서울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새벽 5시 삽당령에 도착하는 방법은 심야버스를 이용하여 강릉에 도착 찜질방에서 버스 시간까지 때우는 방법과 내가 택한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인가는 체력에 달렸다고 생각된다. 강릉에서 삽당령까지 택시요금이 50,000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강릉 시내를 벗어나면서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는 구간을 휑하니 달려 성산면을 지나 왕산면 닭목령 35번 국도 강릉 태백을 잇는 고갯마루에서 정차한다. 작년 10월 중순 동절기 백두대간을 끊으면서 강릉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임도와 나란히 간다. 원래 이 코스 삽당령~대관령 코스는 도상거리 약 28km 하루 거리로는 제일 긴 코스다. 전문산악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아마추어에겐 무리가 가는 거리다. 더군다나 밤새 야간열차를 타고 와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처지는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다. 백두대간 안내서도 2회로 끊어서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

 

 

 

통신사 기지국 중계소

 

 

 

차량 저지선을 지나자마자 임도를 가로 지른다.

 

 

 

삽당령 1.3km 지나온 지점의 이정표

 

 

 

(07:05) 승기봉(862봉) 제2 쉼터 도착한다. 버스에서 같이 내려 나보다 먼저 출발한 등산객이다. 나처럼 백두대간이니 명산이니 정하지 않고 생각나는 데로 산을 다니는 사람이다. 나보다 더 자유스러운 영혼일 수도 있지만 지나간 산들을 다 망각해 버리는 불행한 사태가 예측된다. 산악회를 따라 무지하게 쫓아다니다가 체력에 한계를 느껴 그룹에서 스스로 탈락하여 현재 기억을 더듬는 산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승기봉(862m)

 

 

 

안전펜스 설치 구간으로 동쪽은 경사가 발달한 지역

 

 

 

(07:50) 방화선防火線 시작 지점

862봉을 내려서면 방화선이 길게 쳐진다. 임도와 방화선을 구축할 때 공사하기 쉬운 지역을 골라서 사람이나 물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초원을 걷는 기분으로 신나게 전진한다.

     

 

 

금강소나무 집단 서식지

방화선을 구축하면서 좋은 소나무는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보니 강릉은 금강소나무로 유명한 곳이다. 목제감으로 좋은 잘 자란 소나무가 눈에 많이 띤다.

 

 

 

방화선과 대간 마루금이 같이 간다

 

 

 

멀리 고랭지(씨감자, 무우, 채소) 재배단지 안반데기 마을

 

 

 

마루금과 방화선

 

 

 

산림청 관리하는 우량 잣나무 채종장(採種場)

 

 

 

우량 잣나무

 

 

 

(08:05) 들미재 제3 쉼터

 

 

 

(08:15) 방화선 길이 약 1km 끝나는 지점 통과

 

 

 

독바위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바위라고 생긴 것은 이것뿐이다. 백두대간 삽당령~닭목령 구간이 얼마나 순한 마루금을 형성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08:30) 독바위봉 (978.7m) 제4 쉼터

강릉 울트라바우길을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하면서 등산로 정비를 동네 뒷산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30분 꼴로 쉼터를 만들고 이정표를 세우니 다닥다닥 붙여 놓은 것 같은 분위기가 대간을 걷는 묘미를 반감시킨다.

 

 

 

독바위봉과 기념촬영

 

 

 

석두봉 직전 안전펜스 설치 구간과

 

 

 

석두봉 정상 오르는 계단(206계단) 구간에서 모처럼 힘을 쓴다.

 

 

 

(08:55) 석두봉 도착

 

 

 

석두봉(982m) 정상석과 기념촬영 정상이 바위로 되어 있다고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바위에 올라서니

 

 

 

북서쪽 용평스키장 방면으로 고랭지 작물 재배단지가 산마루를 점령하고 있고

 

 

 

북쪽으로 대관령 풍력발전기가 하늘을 가르고 있다. 동쪽은 역광과 해무가 섞여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된다.

 

 

 

석두봉 정상 이정표

삽당령 6km, 닭목령 8.5km 삽당령에서 닭목령까지 14.5km가 된다.

 

 

 

산죽과 참나무, 소나무가 주요 수림이다.

 

 

 

제 5쉼터

특별히 쉬어 갈 만한 이유도 없는데 잦은 쉼터와 맞닥트리니 갈등이 생긴다. 만약에 동행이 있다면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구실만 제공하는 셈이다.

 

 

 

제 6쉼터

 

 

 

제 7쉼터

 

 

 

(10:40) 1,006봉 제 8쉼터 통과

 

 

 

용수골 (대기리 벌마을 윗 골자기) 갈림길 이정표

 

 

 

백두대간 삽당령~닭목령 안내도

 

 

 

(11:30~12:20) 화란봉 삼거리에 도착하니 백두대간은 좌측으로 크게 꺾어지고 화란봉은 우측으로 0.13km 대간 길에서 벗어난다. 다시 화란봉 하늘 전망대는 화란봉에서 북동쪽으로 0.24km 떨어진 벼랑에 데크를 깔고 난간을 설치하여 전망대로 꾸몄다.구간 최고의 전망대다. 대간은 다시 화란봉 삼거리로 돌아와서 시작한다. 

 

 

 

화란봉(1,069.1m) 정상석과 기념촬영

 

 

 

화란봉 하늘 전망대

 

 

 

하늘 전망대

 

 

 

하늘 전망대 기념촬영 (카메라를 난간에 올려 놓고 자동으로 촬영)

 

 

 

용평스키장 방면 안반데기, 피덕령, 고루포기 고랭지 작물 재배단지

 

 

 

대관령 영동고속도로 방면

 

 

 

35번 국도(삽당령 고개) 강릉, 동해 방면

 

 

 

쉼터 준비 중이다. 강릉에도 올레길이 생겼다. 경포와 정동진을 강릉을 지나가는 백두대간과 연계하여 바닷길, 바다와 산맥, 백두간, 그 사이에 있는 계곡길, 숲길, 등과 연결하면서 350km 거리를 지명과 코스의 특성을 살려 19개 코스로 나누고 이름을 붙였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백두대간은 강릉 바우길 중 울트라바우길(삽당령~대관령~선자령~곤신봉)일부이다. 쉼터가 많이 조성된 것이 다 까닭이 있었다. 

 

 

 

너럭바위 구간

화란봉에서 닭목령까지 약 2km는 내리막길이다. 거리대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경사가 심하다는 얘기다. 백두대간에 이 정도의 경사는 흔하게 있다.

  

 

 

급경사 계단 구간

 

 

 

닭목령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  잘 가꾼 묘역에 묘지석 2기

 

 

 

(13:00) 닭목령(700m) 도착

 

 

 

닭목령 표지석과 기념촬영

낮 햇빛이 사정없이 내려 쬐인다. 그늘은 각종 곤충과 벌레들이 몰려들어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배낭을 멘로 어슬렁거리다가 시멘트 포장이 된 창고 담벼락 그늘에 아주머니 한 분이 쉬고 있다. "거기 시원합니까?" "보기보다 시원해요." 짐을 내려고 길게 다리를 편다. 오늘 일정은 끝났다. 시간이 많이 남아 머리가 자꾸 돌아간다. 강릉 가는 버스도 조금 있으면 온다. 강릉 가서 목욕하고 맛있는 것 먹고 모텔에 들어가 푹 쉬고 내일 아침 첫 버스를 타고 올라올까? 꿈 깨라! 닭목령에서 가까운 대기리 벌마을 벌말펜션과 예약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일찍 끝날 줄 몰랐지.    

 

 

 

 

 

 2015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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