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재~백복령 구간 29km를 나누어 걷다
가을 해는 짧은데 갈 길은 창창하고 해지기 전 백봉령에 당도할 수 있을까?
중간에 이기령이라는 탈출로가 있어 이기동 마을 민박집까지 약 3km, 마음 놓고 길 나선다.
무릉계곡 구경을 끝내고 식당 아저씨 덕에 이기동 잎새바람(茶와 민박)까지 잘 왔다. 동해에서 잎새바람은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택시기사, 식당주인, 등 몇 분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좋은 평을 한다.
이기령 고개는 옛날이 더 번성했다. 동해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이 정선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
가고 내륙의 농산물이 동해로 나오는 통로 역할을 했으니 고개 주변에는 주막도 있고 잠잘 곳도 있었다 한다.
나이 든 할머니의 어릴 적 얘기, 외할아버지가 소금 가마니를 지고 이틀을 걸어 다니셨다고 한다. 지금은
길 흔적은 있으나 다니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기 그지없다.
잎새바람(033-534-7873)
동네가 강원도 동해시 이기동 41번지다. 동해 터미널에서 약 15km 떨어진 지점, 백두대간이 머리 위로
지나고 두타 청옥 아래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다.
오후 4시에 민박에 도착했다. 사전에 예약할 때 6시까지 도착하며 1박 3식으로 했다. 좀 일찍 온 관계로
주인이 집을 비우고 있고 집안을 둘러보니 각종 골동품으로 안팎이 가득하다.
집 앞에 흙으로 빚은 여인상(婦人)을 보고 미술 하는 사람으로 단정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음악이 흘러나오고 나무로 만든 의자가 여러 가지 형태로 놓여 있다.
낮은 탁자도 있고 원탁 테이블도 있다. 가운데는 나무 난로가 불을 약하게 지피며 실내를 적당한 온기로
데우고 있다. 주방에는 각종 차가 준비되어 있고 금방 물을 끓일 수 있는 주전자도 있다.
한쪽 벽에 쉼터 이용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1인당 3,000원을 우편함처럼 생긴 상자에 넣고 이용하라고 한다.
안 主人이 와서 구면처럼 인사를 나누고 2층 방으로 배정받아 저녁 식사 호출 때까지 샤워를 마치고 길게 쉰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바깥양반과 겸상이다. 우리보다 약간 어리다.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동해 발전소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있다고 한다.
그전에는 서울서 사업하다가 정리하고 산골로 들어와 그동안 취미로 청계천 황학동 등에서 수집한 물건들
나열해 놓고 좋아하는 산과 산다고 한다. 나는 미술을 하시는 분인 줄 알았다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자꾸 버리는데...
산불감시초소
(08:00) 오늘은 한 14km 정도만 걸으면 되니깐 아침도 느긋하게 먹고 늦장을 부린다.
민박집이 있는 곳의 고도는 약 250m 이기령은 820m 고도차가 약 600m가 되니 관악산 올라가는 정도며
거리는 약 3km 능선이 거의 직선이다. 우리 걸음으로 1시간 30분이 족히 걸리겠다.
길을 익히기 위해 전에 내려오면서 뒤를 보며 내려왔지만, 올라가면서 보는 것 하고는 영 딴판이다.
올라가면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게 기억된다.
산 중턱을 넘어서니 숲은 낙엽이고 단풍이다.
계곡을 만나 수건에 물 적셔 흐르는 땀에 대비한다.
덩굴나무가 가까운 나무를 붙잡고 늘어져 그 아래는 훌륭한 터널 형성
(09:30) 이기령(820m)
한번도 안 쉬고 올라왔드니 숨이 차다. 옛날 보부상들은 서로 지고온 물건들을 여기서 교환 장소
이기령 임도는 산림관리용 도로로 일반 차량은 다닐 수 없다고 하는데 나는 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싼 돈들여 닦아놓은 길,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했으면 한다.
백두대간 전도
지리산 천왕봉에서 현재 위치(이기령)까지 왔으니 남은 설악산 진부령은 도상으로 손가락 한 마디 거리!
안 온듯 가시는 산행 백두대간을 보존하자 (동부지방산림청)
상월산(970.3m) gps가 확인 하는 곳
댓재에서 백복령을 한 번에 통과할 때 이기령에서 체력이 다 고갈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상월산부터는
무의식으로 걷는다고 한다. 나는 상월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백복령까지 고만고만한 봉이 여럿 있지만
별 무리 없이 지난다.
상월산 기념촬영
晩秋(만추)
산 길은 구불구불해야 걷는 맛이 난다
동해를 조망하는데 카메라 렌즈가 사람의 시력을 못 쫓아온다
여기도 상월산!(980m) 쓰러진 고사목에 상월산 표지가 걸려있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동부지방산림청 바로잡아 주세요
혹시나 해서 기념 사진 단디 찍는다.
노송지대
잡목지대
잣나무 조림지
(11:40) 원방재(730m)에 도착
간이의자가 2개 놓여 있고 옆으로 임도가 지난다. 이기령에서 쫓아오는 그 임도인 모양이다. 임도의 끝은
부수베리에서 기타 도로와 만나 42번 국도와 연결된다.
댓재에서 백복령은 당일로는 워낙 길고 힘든 구간이라 죽기 살기 가는 사람, 이기동으로 하산하는 사람,
부수베리로 탈출하는 사람, 야영하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진다. 마침 계곡에 물이 있다.
전망처 바위는 다 전망이 나온다.
가야할 능선
지나온 능선
862봉
헬기장 직전
(13:00~13:30)1,022봉(헬기장)은 오늘 구간 중 최고봉이다.
'산에 가면 누가 밥 맛있다고 카노!'
나는 죽을 맛이다. 식사 시간을 자꾸 늦춧다가 중간에 쓰러질까 봐 먹는다. 날씨가 추워져 보온 도시락을
준비했는데도 밥은 톳밥이고 김치 냄새는 역겹다. 절임 깻잎과 멸치볶음으로 입맛을 찾는다.
몇 숟가락 떠다가 물 부어 말아서 싱크대 물 내리듯이 흘려보낸다.
백복령 5km 하산 길이니 2시간이면 당도하겠구나
용담
산죽밭 통과
전망처
가야할 능선
잡목지대
987.2봉
859봉
863봉
구절초
잡목지대
832봉에서 백복령은 1.3km
42번 국도가 보이고 차 소리도 들린다
간이의자 2개가 있는 쉼터
백복령이 지척이니 앉고 싶은 마음 없다. 그런데 왜 의자를 놓았을까?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알고 보니
백복령 휴게소에서 10분 거리, 백복령 놀러 왔던 사람들이 허물어지는 자병산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로 적합하다.
자병산(872.5m)의 운명은? (한라시멘트 석회석 채석장)
42번 송전탑
(15:50) 백복령(750m) 도착
백복령은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과 강릉시 옥계면, 동해시 사이에 있는 고개로 42번 국도가 지난다.
백복령(白茯嶺) 표지석
백복령 표지석과 기념촬영
이기동 민박집에서 백복령 숙박지를 잘 모르고 있다. 나 같이 대간을 하는 사람을 상대로 민박업을 하면서
꼭 필요한 정보(교통, 숙박, 식당 등의 연락처)는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백복령에서 임계 쪽으로 가다
가 집들이 있는데 거기서 물어 보이소" 정도다. 사전에 연락처를 갖고 왔지만, 소개를 받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덮어 두었는데 바로 전화한다. 10분 안에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
참고로 민박, 펜션 운영도 어려운 모양이다. 간판만 보고 찾아들었다간 문이 닫긴 경우가 허다하다.
만약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렸다면 낭패를 본다.
2014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