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8 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

백두대간 도래기재~구룡산~깃대배기봉~태백산~화방재

안태수 2014. 7.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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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상도를 지나 강원도 땅에 들다

 

오늘은 25km를 걸어야 한다.

어제 길었던 길과 비교하면 비 올 확률은 더 많고, 산 높이도 1,200m에서 1,500m로 높아져 힘들고 험난한

여정을 예상한다. 중간에 마땅한 탈출로 없어 각오를 단단히 다진다,

다행한 것은 태백산 천재단을 기준으로 유일사 코스와 와 망경사 코스를 산행은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천제단까지만 가면 그다음부터는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대비해 해드랜턴 배터리도 단단히 챙겨 민박(백두 민박)집 주인과 새벽 5시에 숙소를 출한다.

 

 

(05:00) 도래기재(790m) 출발

도래기재는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다. 대간을 넘나드는 고개 중에서 지방도가 지난다면 예부터 명성이 있는

고갯마루인데 지나는 차도 없고 민가도 멀리 있어 설렁한 분위기는 주위에 이름 난 관광지가 없어 그런 모양이다.  

 

도래기재에는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따라 탐방로가 나 있으며 능선 올라설 때까지 급경사 계단이 계속된다.

 

도래기재↔구병산 구조표시목

 

(05:45) 임도와 만나다.

일본 강점기에 금을 캐내던 금정광산의 광물을 실어나르던 광산도로

 

임도 대간 길목에 노송 2구루가 서 있다.

 

1,071봉 헬기장은 도래기재에서 완만한 오르막 길로 초장이라 그런지  별 힘드는 줄 모른다.

 

(6:50) 상금정 갈림길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는 순한 길이 계속되고

 

상금정 갈림길에서 구룡산 정상까지 1.5km는 깔딱고개를 포함해서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구룡산부터

신성봉 직전까지는 길 좋음이다. 

 

한동안 능선 직선 길을 땅만 보고 올라간다.

 

(07:30) 1,256봉까지 급한 경사면과 능선을 바꾸어 가며 올라오다가 의자를 만나 잠시 편안하게 쉰다.

지금 정상까지는 1km의 거리를 100m의 고도를 높이면서 진행하니 호흡 조절만 잘하면 별 어려움이 없다.    

 

안부에서 우측 능선

 

집채만 한 바위 덤을 지나면

 

(08:00) 헬기장이 있는 구룡산 도착

조금 전 앞선 사람의 넋두리가 귀에 쟁쟁하다. 구룡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죽을 뻔했다며 능선 마루 올라설

마다 다음이 정상이겠지 하는 기대가 사라질 때 허무했다고 한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살던 험한 곳이

라고하는데 내 생각에는 용이 몸부림치며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처럼 생긴 능선이 아홉 구비나 된다는 얘기다.

이런 힘든 구간을 산행 초기에 만나느냐 후반부에 만나느냐도 느끼는 강도가 다를 것이다. 앞사람의 엄살을

참고하여 페이스를 늦추었더니 쉽게 올라온 것 같다.     

 

구룡산(1,344m) 정상석과 기념촬영

 

대간 표식기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대간 종주하는 사람들의 힘든 여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애틋한 정이 간다.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표식기가 나무의 성장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논리로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을 앞세워 부지런히 회수한다. 한 해에 회수한 양이 얼마라면서 어마어마한 통계 숫자까지

제시한다. 언제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숨바꼭질만 할 거냐? 적당한 곳에 산꾼들의 마음을 메달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 서울 남산공원 타워에 가면 '사랑의 열쇠'가 매달려 있는 장소가 있는데 보고 배우면 한다.

   

구룡산과 부쇠봉 사이에 설치된 구조표시목이 5-28부터 시작이다. 숫자 하나에 500m, 구룡산에서 부쇠봉

까지는 14km 해당하는 거리 지루하게 세며 가야 하는구나. 차라리 다섯 자리씩 끊어서 세며 가자.

 

떡갈나무 잡풀 사이로 대간은 계속되고

 

(08:50) 고직령에서 봉화군 춘양으로 보부상이 다녔다는 길 보면서 

 

1,231봉은 좌측 경사면으로 우회하고 5-25

 

(09:30) 곰넘이재

백두대간 안내서에는 곰넘이재에서 구간을 한번 끊는 게 좋다고 한다. 곰넘이재에서 2km 지점에 참새골

펜션 있음. 나는 오늘 목표 구간을 완주하기로 한다.  

 

곰넘이재에서 신성봉 직전 1km까지 방화선 도로가 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방화선이 잘 구축되어 있고

그 뒤신성봉까지는 가파르다.

 

계속되는 숲 속 걷기에서 마침 하늘이 열리며 신성봉을 본다.

 

1,184봉 5-20지점에서 방화선이 끝나고 신선봉으로 향하는 마지막 능선에 돌입한다,

 

산죽밭이 길게 이어지고

 

(10:30) 신성봉(1,280m) 도착

신성봉 정상에는 묘지가 1기 있다. 검은 비석이 있길래 가까이 가보니 정상석이 아니다. 나무에 매달린

표지가 아니면 지나친 뻔 했다. 남의 묘 앞에 쉬기도 그렇고 해서 바로 자리를 뜬다.  

 

5-15지점 통과

 

(11:30~12:10) 차돌배기(각화산 갈림길)에서 점심

점심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장소가 아주 좋아 생각할 것 없이 배낭을 내려놓고 벤치에 앉아 식사

준비를 한다. 식당에서 아침과 점심으로 흰밥을 맛김과 소금물로 간을 하여 참기름으로 뭉친 주먹밥을

싸주었다. 저녁 반찬중에 번데기 볶음이 고소하고 간간하여 특별히 부탁했더니 한 움큼 담았고 김치도

넣었다. 어제까지 먹다 남은 고칫재 민박에서 싸준 깻잎, 고추 절임, 창난젓, 김치도 버리지 않은 상태,

집에서 준비해 간 소고기 고추장 복음까지 펼쳐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사과도 깎아 놓고 복숭아 통조림도

꺼내 놓는다. 비행기 굉음, 벌, 개미, 불청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각화산 갈림길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사면으로 우회하는 길이 봉우리에 따라 좌우 측으로 나 있어 쉽게 통과한다.

  

1,174봉 나 산죽밭은 끝이나고

 

(13:00) 5-10 사거리 안부까지 평탄한 길을 순조롭게 왔다. 그동안 비축해 놓은 힘으로 깃대배기봉까지

1.5km 힘차게 오른다.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모처럼 만난 전망대에서 視界가 제로라 아쉬웠고

 

(13:40) 온갖 잡풀로 둘러싸인 깃대배기봉 도착한다.

고치령부터 태백산까지 경북 북동부와 강원 남동부가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은 태백산의 오지 지역에 속해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된 상태다. 1,200m가 넘는 고봉들이 수두룩하지만 제대로

된 경관을 갖추지 못해 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 이외는 별로는 사람도 없다.

사람이 접근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얘기는 그 생태계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깃대배기봉(1,370m) 정상석과 기념촬영

 

깃대배기봉을 지나면서 또 다른 곳에 있는 깃대배기봉을 만난다. 

예로부터 깃대배기봉에서 태백산 천제단까지를 하늘의 길 '천령'이라 했으며 보부상들이 춘양으로 넘어가기

위한주요 통로였다고 한다. 하늘과 맞닿은 마루금은 소 등짝처럼 펌퍼짐하게 생겼고 넓은 구릉지는 넓은 숲

간을 형성하여 쉬어가기도 안성맞춤이다. 지금은 숲 주변으로 데크를 깔아 나무 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참나무, 흰자작나무들은 여름이 무성하고 철쭉과 진달래, 피나물, 양지꽃, 산괴불 군락은 봄을 기다리며

산비탈의 주목은 태백산이가까워짐을 알린다.          

 

          

 

깃대배기봉 숲 교실 데크 로드  

훈련 중인 비행기 굉음이 사라지고 숲 속이 조용한가 싶더니 천둥과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오후 3시 전후

약간의 비 소식은 있었지만, 하늘이 심상치 않다. 굵은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잠깐 그러고 말

겠지 하며 일기예보만 믿고 배낭 커버만 씌운다. 산지는 불규칙한 지형 때문에 기상 변화가 심하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퍼 붙는 바람에 순식간에 옷이 다 젖었다. 천둥소리에

겁이나 나무 밑으로 피신했지만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란 역부족, 잠시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땀이 식고

빗물이 몸에 스며들면서 갑자기 한기가 찾아온다. 천제단까지는 3.4km 남았고 몸은 점점 차가워 지고 배낭

구석에 있는 비옷을 꺼내 젖은 옷 위에 입고 체온을 올리기 위해 빗속을 강행군한다.            

 

(15:15) 부쇠봉(1546.5m) 정상석과 기념촬영 부쇠봉은 단군의 아들 부소왕에서 유래

1시간가량 비와 씨름하면서 긴 숲을 헤쳐나오니 비구름 속으로 태백산의 장엄한 모습이 하늘을 온통 다

차지하고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노력에 희열을

느껴 울컥해진다. 태백산 천제단은 겨울, 봄 두 번 유일사 매표소 쪽에서 올라봤다. 거의 1,000m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하니 태백산 갔다 왔다 하면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다들 시시하게 여긴다. 그뿐만 아니라 북에서

남으로 보는 천제단은 조그마한 언덕에 삐죽삐죽한 바위와 작은 너덜돌로 깔려 있어 볼품은 없다. 다행히

정상으로 오르는 과정에 주목들의 경관에 감탄하지만, 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바라보는 천제단은 압권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대간 길에서 이렇게큰 산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는 처음이다.

이 비에 젖어 잔뜩 웅크렸지만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는 듯 장쾌했다. 비 때문에 사진에 담

못한 점이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태백산 천제단 下

부쇠봉 도착 즈음 빗줄기는 많이 가늘어졌다. 부쇠봉 갈림길에서 부쇠봉과 태백산 가는 길로 나누어는데

잠시의문이 생긴다. 부쇠봉에서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 있는지? 지금 힘이 많이 달리는 상태라 조금이라도

우회는 하기 싫다. 마침 부쇠봉에서 문수봉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 잘 열려 있다.     

 

(15:40) 태백산 천제단 천왕단 (1,560.6m)

 

태백산 정상 이정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4,000여 그루 주목 자생지, 예부터 하늘에 제사 지내는 천제단, 나라 안 제일 높은

곳에서 솟는 천제 제수용 龍井단종의 혼령을 모신 단종비각, 망경사, 유일사, 사길령, 문수봉, 당동광장 

이정표는 복잡하다.

 

천제단에서 보는 지나온 백두대간

 

(15:50) 태백산 천제단 장군단(1,567m)

 

 

태백산 장군봉(1,567m) 정상석은 제단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고,

 

장군봉에서 천제단을 뒤로 하는 백두대간 비 구름에 쌓여 있다.

 

주목군락지

 

(16:25) 유일사 갈림길에서 사길령 길을 착오를 한다.

유일사 매표소까지 2.3km, 사길령매표소까지 2.4km, 유일사는 100m 절벽 아래에 있다. 갈림길에서 사길령

쪽을 산림감시초소가 막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사길령 능선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절을 지나는가

해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 절 마당에 도착하여 도움을 요청하니비구니 한 분이 얼굴을 내민다.

유일사는 비구니 수도처라는 것도 생각났다. 다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곧장 가된다고 한다.

힘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 100m나 되는 절벽을 다시 올라야 한다니 죽을 맛이다. 

 

유일사 (2012, 4, 27 사진)

   

 

산령각은 보부상들이 지어 놓은 건물이라 한다.

 

사길령(980m)에서 길 주의를 해야 한다. 오른쪽은 마을로 해서 31번 국도와 만나고 왼쪽으로 밭을 따라

소나무숲으로 들어가야지 대간 길이다. 한 10분쯤 경사면을 몇 차례 돌면 화방재(어평재)에 도착한다.    

 

(18:00) 화방재(어평재) 도착

물에 빠진 쥐새끼를 건져 놓은 꼴이다. 마침 어평(화방재의 옛 이름)민박, 휴게소(010-6218-3632)가

영업을하고 있다. 처마 밑에 놓인 의자에 배낭을 내려고 잠시 숨을린 후 휴게소 주인에게 커다란 비

지를 얻어 비옷을 담고 소지품도 정리한다. 어평민박집을 다음 숙박지로 예약하고 길 건너 대간 들머

리까지 미리 확인해 다. 택시를 불러 태백시로 간다. 젖은 옷으로 타기가 미안해 비닐 같은 거 있으면

시트에 깔아 달라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우선 목욕탕(옷 갈아입을 장소)이 제일 급하고 다음이 국물 있는

음식(설렁탕 종류), 다음이 신발(방수가 매우 잘 되어 신 안의 물이 빠져나가질 않는다) 슬리퍼류, 다음이

서울 가는 버스(심야 버스도 있으니 염려 없다)를 타는 것이다. 기사가 친절하게 도움을 준다.  

 

 

 

 

                                                          2014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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