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1 하늘재~포암산~차갓재

백두대간 하늘재~포암산~대미산~차갓재

안태수 2014. 5.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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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립령로를 걸어 하늘재에 닿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한다,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여는 식당이 없어 24시 편의점에서 간단한 식단은 마련한다.

6시 정각 어제 예약한 택시가 호텔 정문 앞으로 왔다.

미륵리에서 미륵대원지 지나 차가 갈 수 있는 데까지 데려다 준다.

수안보는 저녁 해지고 도착해서 동 트기 전에 떠나게 되어서 소회를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온천마을

로 처음 개발될 무렵 회사 일로 자주 드나들었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을 느끼며 온천 마을이 여느 유원지나

일반 관광지처럼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호텔 주변을 돌아다니니 마침 오늘부터

수안보온천제가 열리는 날인데 중심가엔 행사준비로 시설물만 잔뜩 쌓였을 뿐 여기가 온천장 맛나! 싶을

정도로 설렁하다. 세월호가 할퀸 얼룩진 삶의 현장이 전국으로 퍼져간다.

수안보 석문동천 뚝방길에 심은 벚나무가 눈에 띈다. 기사아저씨한데  금년 벚꽃 안부를 물으니 작년보다

보름 일찍 피었다면서 개화시기를 정확히 말해줄 수 없다고 한다. 수안보에서 미릅재 넘어가는 고개는 전국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벚꽃길이라 자랑한다.  

 

 

수안보 대림호텔

집은 지은 지 오래되어서 문과 창문이 꼭 닫히지 않고 기본 시설물들은 다 낡아 금방 고장이라도 날 것 같다.

가능한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만 사용한다. 호텔 내에 대중탕이 있어 투숙객들은 무료로

이용한다. 물은 깨끗하고 뜨거웠다. 하루의 피로가 한방에 달아나는 기분이다.

  

계립령로 하늘재 안내판까지 택시가 데려다 준다.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계립령 길 (하늘재 자연관찰로) 시작 지점.

우측 포장도로는 대광사 가는 길이고 좌측 비포장 길은 하늘재 가는 길 1.8km이다.

오늘은 이 길에 첫 주자가 된다. 어제는 하늘재에서 이곳까지 오늘은 그 반대로 하늘재까지 간다. 

길은 쌍방으로 다녀봐야 길눈이 익힌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다녀봐야 머릿속에 기억된다. 계립령은

크게는 월악산국립공원 내 남으로 탄항산과 북으로 포암산 사이에 끼인 고개로서 가파른 산기슭을 지나는

길이기 때문에 금방 짐승이라도 뛰쳐나올 것만 같은 어둡고 음침한 길이다. 내려올 때는 보지 못한 연리목

"친구 나무" 와 보호수 "김연아를 닮은 소나무"를 본다. 한 세월이 지나야 전설처럼 세인의 입밖에 오르내리게

되겠지. 

  

석축 구간

 

(6:45) 하늘재공원 지킴터

하늘재를 기준으로 동쪽은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하늘재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고 서쪽은 충주시 수안

보면 미륵리로 옛길 그대로다. 감시요원의 출근 전이라 이곳저곳 느긋하게 둘러본다. 출입을 막는 간이 울

타리를 넘어 대간 길로 접어든다.

 

 

하늘재 표지석과 기념 촬영 (525m)

하늘재는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개.

현세(관음리)에서 미래(미륵리)의 세계 넘어가는 경계 고개.

백두대간의 수많은 고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고개.

  

4월 30일까지 산불예방 기간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나 감시요원이 없는 틈을 타서 월장을 한다.

 

출입통제선을 넘으면 대간은 마루금에 축성한 산성 성벽 흔적을 따라간다. 이번 구간 중에서 하늘재에서

포암산 구간이 제일 가파르다 1.2km 거리에 고도 500m 정도 상승하는데 1시간이 소요된다. 초장이라 별

저항을 못 느끼며 올라왔지만, 후반부에 이런 능선을 만난다면 초주검이다.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 진다. 우측은 오르막처럼 보이고 좌측은 내리막처럼 보인다. 당연히 오르막길을 택

해야 하는데 혼선이 온다. 이쯤에서 이정표도 나타나고 리본도 나부껴야 하는데 산불감시요원이 부지런하

게도 리본을 말끔히 거두어들인 모양이다. 재차 말하지만, 길 안내하는 일과 출입통제는 별개의 문제다.  

 

오래간만에 백두대간 표식기를 만난다.

포암산은 일반산악회도 많이 찾는 산이기 때문에 그들의 리본도 많이 섞여 있다. 잘 구분하면서 전진하자.

 

경사면 암릉 구간을 기어 올라

 

능선에 도달하니 지도에 나와 있는 돌탑이 나타난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은 암반으로 깔려있다.

 

암반구간을 다 통과하니 드디어 이정표, 포암산 0.9km 남았다.

 

암벽 벼랑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노송이 버티고 있고  

 

진달래 한 나무가 많은 가지를 달고 만개하여 앞 길을 막고 하늘을 덮고 있다.

 

위로 쳐다보니 하늘만 보이고 아래에서 보던 정상부 대슬램은 계단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끝나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경사진 암반을 안전하게 가드목 잡고 오르면

 

(8:10)드디어 포암산 정상이다. 일명 베바우산, 베를 짜서 펼처 놓은 듯 암벽이 천처럼 펼처져 있는 산. 남

쪽으로 주흘산 북쪽으로 월악산 동쪽으로 오늘의 목적지 대미산이 보인다.

 

포암산 (布巖山 961.7m) 정상석과 기념 촬영

 

 

963봉은 포암산과 지척이며 포암산 보다 높다. 멀리서 보면 포암산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쌍봉으로 보인다.

  

진달래가 꽃을 다 지어야 초록 잎이 돋아난다. 사철 푸른 소나무를 제외하면 나뭇가지들은 아직도 푸른 움

을 감추고 있다. 지금은 진달래가 주인이다. 여느 산처럼 붉게 떼를 지어 몰려다니지는 않고 산속 이곳저곳

적당하게 자리잡아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여유를 갖게 한다. 

허겁지겁 963봉에 오르니 산은 높은데 정상은 옹졸하고 남쪽으로는 시야가 가린다. 포암산에 정상을 내준

이유가 알만하다.   

 

(9:20) 관음재 이정표는 한 곳으로만 표기, 월악산국립공원이 제작한 이정표다. 백두대간은 알 바 없다는

식. 우측길이 대간입니다.

 

관음재부터 진달래는 산죽으로 바뀌고

 

(09:30~09:50)) 만수봉 갈림길인 마골치에 당도한다. 출입금지 현수막과 안내판이 큼직하게 서 있다. 이

구간은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무기한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만수봉까지는 2.1km 대미산까지

는 8.8km 대미산 표시는 이정표에서 아예 빠져있다. 하늘재에서 담을 넘은 것은 산불예방기간 때문이고 이

곳 월장은 기약 없는 출입금지 때문이다. 이 부근에서 아침이나 할까 두리번거리다가 여기서는 몸을 감추는

게 현명할 것 같아 봉우리 하나를 돌아 자리 잡는다.

사람 인기척이 난다. 나처럼 혼자 다니면 인기척을 낼 수가 없다. 최소한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고 하면서

점 가까워진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둘, 차갓재 길을 묻고 추월한다.

  

전망 좋은 941봉에서 주흘산과 주흘영봉 포암산을 정면으로 조망하면서

산행 중 매 끼니때마다 걱정이다. 날이 더워지면 음식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준비하기에 문제가

많다. 그래서 산행 당일 아침과 점심을 장만해야 하는데 식당은 없고 민박집도 밥을 해주는 집이 귀하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준비하는데 김밥, 빵이 전부다. 오늘은 샌드위치, 삼각김밥, 컵라면, 뜨거운 물을 준비

했다. 아침으로 컵라면을 뜯어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을 돌로 눌러 놓고 그사이 바나나도 꺼내고 사과도

깎아 놓는다. 컵라면 뚜껑이 반쯤 열려있다. 국물은 거의 식은 정도고 라면은 반쯤 풀어져 있다. 튀김을

먹는 기분이다. 삼각김밥을 라면에 넣어 만다. 입으로는 도저히 씹을 맛이 안나 바로 삼키고 그다음은 위에

맡긴다.   

 

941봉에서 남쪽 우측으로 조금 틀면 포암산 마패봉 조령산이 조망된다. 

 

안부 부근에 멧돼지들이 밭을 경작해 놓은 것처럼 땅을 들쑤셔 놓았다.

마골치에서 꼭두바위봉까지 약 3km 거리에 941봉부터 시작해서 884봉으로 내려앉았다가 897봉으로 다시

치솟고 809봉으로 크게 떨지다가 다시 844봉으로 높인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오르내림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11:40) 꼭두바위봉(838m)에서 주흘산 능선 포암산 조망

 

밧줄 구간 통과

 

너덜지대 주변으로 진달래가 무리를 짓고 국립공원월악산은 한눈에 들어온다. 깨끗한 돌들이 넓게 퍼져

있어 쉬었다 가기엔  안성맞춤이다.

 

(12:20~13:00) 너덜지대 반석을 골라 자리잡고 남은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고 셀카도 하며 짧은 휴식에

들어간다. 

 

(13:30) 꾀꼬리봉갈림길 (1,034m)

샌드위치 한 조각 먹고 30분 동안 가파르게 오르고 나니 배가 고프고 힘이 빠진다. 다행히 부리기재까지는

1,000m가 조금 넘는 봉  2개만 넘으면 된다, 계속 내리막이라 속도가 난다. 

 

(14:00) 부리기재

부리기재에서 앞서 가던 대간팀(2名) 과 만나 주은 모자를 건넨다.

같은 일행처럼 말이 많아진다. 대간 6개 구간이 남았고 오늘은 빠트린 구간 숙제하러 왔다고 한다. 안생달

로 하산하며 황장산 민박집에 숙식한다고 한다.

 

마골치부터 이정표는 없어지고 대간 리본도 눈에 띄지 않는다. 좌우로 마을과 통하는 갈림길이 있어 혼란

스럽다. 의심이 가는 곳 마다 지도를 꺼내 놓고 확인 들어간다. 동행이 생겼으니 서로 믿고 앞서거니 뒤서

거니 한다. 마골치에서 이곳까지 길 조심.

 

(14:50) 대미산(大美山 1,115m)

부리기재부터 앞서 가던 팀과 합류하여 동행한다. 대간을 종주하면서 내 걸음은 오르내림 합쳐서 평균 시속 

2km 정도를 기준으로 하고 다닌다. 순발력보다 지구력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동행하는 팀은 나보

다 속도가 빠르다. 꼭 따라 붙어야 할 이유도 없는데, 뒤 쫒다 보니 나도 모르게 Over pace 한다. 부리기재에

서 대미산 정상까지 마지막으로 크게 솟구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도한다.  

 

문수봉(1,046m) 갈림길

부서진 이정표를 누가 나무에 걸쳐 놓았다. 황장산까지 4시간, 대미산까지는 40분 표시되어 있는데 엉터리

이정표다. 새목재에 있어야 할 이정표 여기에 있다. 실제로 대미산까지는 20분밖에 안 걸린다.

 

문수봉 갈림길 주변 헬기장에 억새 사이로 할미꽃이 무진장 피었다.

 

할미꽃을 보다.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앞산에 참꽃 꺾으러 갔다가 양지바른 묘지 근처에서 보곤

했는데.

 

낙엽송 조림지 쓰러진 나무인가? 쓰러트린 나무인가?

 

(15:40) 새목재 (826.4m) 통과

 

920봉 연이어 986봉

 

927봉 봉마다 그냥 내려서는 것이 아니라 한 번씩 솟았다가 내려서는 급경사 구간이라 막판에는 힘이 다.

 

백두대간 중간 지점 기념석

백두대간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고성 진부령에서 끝난다.

도상거리는 640km, 실제 거리는 734.65km, 양쪽 중간 367.325km 지점이 여기다. 그리고 매번 대간 접속

점까지 오르내리는 거리를 합하면 줄잡아 1,500km를 걷기 된다는 얘기다. 

 

백두대간 중간 지점석과 기념 촬영  

 

송전탑

 

낙엽송으로 둘러 쌓인 차갓재는 우측으로 생달리 안산다리 마을이고 좌측은 차갓 마을이다 두 마을로 내려

가는 길이 선명하다.

 

(17:30) 차갓재 도착.

 

안생달 마을로 하산한다.

 

(18:00) 안생달 마을 전경

당초에는 황장산 민박(010-8574-1779)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다음날 저수령까지 달리려고 했는데 후반

부에 연속되는 봉우리 몇 개를 급하게 넘고 보니 체력이 고갈되어 내일 산행을 포기한다. 민박집에 앞선 팀

이 먼저 도착하여 뒤에 오는 내 소식을 전한 모양이다. 민박집 주인이 반갑게 맞는다. 힘이 달려 내일 산행을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한다면서 차편을 물어보니 18시 40분 마을회관에서 막차가 있다는 것이다.

민박집 주인에게는 다음을 약속하고 잠시나마 일행이 되어준 분들하고는 블로그를 주고받으며 무사 종주를

기원한다.

산골짝에서 불어오는 저녁 바람은 아직 차다. 땀에 젖은 몸이 마르면서 한기까지 느낀다. 속옷을 갈아입었는

데도 얇은 재킷 때문인지 춥다. 버스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버스는 동로면사무소가 종점이고 바로 점촌 가는 버스와 순환한다. 점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니 바로

순대국밥집이 있다. 한기를 추스르기 위해 저녁부터 먼저한다. 다시 택시로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20시

20분 서울 강남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2014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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