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6 밀재~대야산~버리미기재

백두대간 밀재~대야산~촛대봉~곰넘이봉~버리미기재

안태수 2013. 11. 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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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 선유동 용추골을 헤매다

 

대야산 정상에서 길을 잃었다.

사방 10평 정도의 정상에서 좌측으로 산악회 리본이 빼곡히 붙어 있는 나무 사이로 난 길로 대여섯 발자국

내려가 보니 사람이 다니기 힘든 급경사지가 전개된다. 북쪽은 큰 바위가 시야를 막고 있다. 바위에 가려

앞은 안 보이지만 바위 너머로 촛대봉이 솟아 있는 것은 보인다. 앞에 있는 바위를 어떻게 통과해야 할 것

인지 바위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니 바위 좌측으로는 사람이 다니 흔적은 있어 보이지만 잘못 내려갔다가 

못 올라온다면 큰일이 아닌가? 바위 우측으로도 급경사지이지만 등산로임은 알 수가 있다. 나뭇가지에 리

본도 매달려 있고 나무에 로프도 매여있다. 일단 내려서서 확인해보니 대야산 북측 공포의 직벽은 바위에

가려 안 보이고 바위를 좌측으로 끝없는 경사지가 계곡으로 뻗쳐있다.

간을 바위를 우회하는 것으로 잘못 안다. 

  

(6:30) 어제 오후 서울서 문경 가은까지 내려와서 둔덕산 산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과 점심 도시

락을  챙겨셔 산장을 출발한다.  

 

둔덕산 산장 주인이 용추골 대야산 청주가든 주차장까지 바래다준다.

처음에 민박을 구하기 위해 문경시 홈페이지에서 청주가든 전화를 알아내고, 청주가든은 대간 산꾼들이 많

이 이용한다는 둔덕산 산장을 소개하고 두 곳은 숙질간이다.

 

어둠 속에서 계곡 쪽으로 카메라 후렛쉬를 터트렸더니 물웅덩이가 나타난다.

 

龍楸(용추)

화강암반 한가운데 폭포에 의해 깊게 파인 沼(소), 웅덩이가 용추다. 윗 沼는 하트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아

랫 沼는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져 있다. 

 

용추골 이정표

여기서 대야산 정상은 피앗골 코스를 말한다.

 

월영대 이정표

 

月影臺(월영대)

보름달이 중천에 뜨면 계곡 반석위를 흐르는 맑은 물 위에 달 그림자가 비친다는 뜻으로 월영대라 이름 지

었다 한다.

 

사기굴 이정표에서 밀재는 금방이다.

 

계곡이 끝날 무렵부터 시작한 산죽은 밀재 가까이 군락을 지우며 서식하고 있다.

 

(07:50~08:00) 밀재 도착

용추골 입구에서 밀재까지 가는 거리는 대간과는 별도다. 하루 일정을 잡을 때 대간과 접속하는 길 만큼 대

간 길은 줄여서 잡아야 한다. 밀재는 괴산과 문경을 잇는 통로로 지금은 등산로로만, 이용되고 있다. 대간

구간 나누기를 버리미기재까지 하면 접근성이 훌륭해진다.

 

밀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대야산을 향한다. 정상까지는 암봉을 다섯 개나 넘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니 지나온 대간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귀할멈, 손녀통시바위, 조항산, 청화산 손에 잡힐 듯하다.

 

두 번째 암봉에 오르니 고래 등처럼 생긴 바위가 봉우리를 다 차지하고 있으며 넓고 평평한 모습에 전망까

지 뛰어나 잠시 쉬었다 간다. 멀리 청화산 너머 속리산 연봉도 가물가물한다.

 

고래 같은 큰 바위가 계곡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듯하고... 

 

용추계곡 남쪽에 솟은 둔덕산도 잘 조망된다

 

세 번째 봉우리는 큰 바위가 세로로 두 개 서 있고 그 위에 집채만 한 바위가 얹혀 있다. 대문바위라고 하

는 모양인데 형상은 대문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돌기둥 사이로 빠져나가면 앞이 제법 넓고 평평한데 조망도 훌륭하다.

 

바위 群이 버섯처럼 생겼다. 백두대간 길도 선명하고 삼송리 농바우 마을도 보인다. 

 

동쪽 사면으로 고개를 돌리면 대야산 정상이 보일 듯 말듯하고

 

 

다시 큰 암벽을 두 개를 기어 오르면

 

봉우리 전체를 흰 화강석으로 드러낸 중대봉이 그 위용을 과시한다.

이평에서 삼송리 농바우 마을을 거쳐 대야산 산행하는 코스는 밀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코스보단. 화양

골 중간에서 중대봉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가 더 인기가 높다. 보는 봐 와 같이 흰 암벽을 오르는 슬랩 구간

이 여러 곳 있어 바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중대봉(846m)

 

대간과 중대봉 능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대야산 정상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고

 

네 번째 봉우리에 서면 대야산 정상은 한 길 건너 봉우리를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봉을 지나면서 대간은

정상부를 계속해서 달린다. 흙이라곤 바위 밑에 깔렸거나 나무뿌리를 덮고 있는 게 고작이고 나머지는 다

돌덩어리다. 

 

또 10여m 되는 암벽을 내려서 다시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대야산 정상부에 도착한다.

 

드디어 대야산 정상에 도착한다.

 

(09:00) 대야산(大耶山 930.7m)은 가은읍 완장리에 위치하며, 소백산맥이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깊숙한 곳으로 경계를 이루면서 지나간다. 깎아지른 암벽,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 울창한 수풀은 사계절 맑

은 물을 계곡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대야산 정상석과 기념 촬영

 

정상에서 남쪽 대간 길

 

나무에 매달린 리본들은 대간 꾼이 매단 리본이 아니다. 일반 산악회에서도 리본을 제작하여 다녀간 산에

표식기로 사용한다. 백두대간 표식기와 구분이 안 되니 혼란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오늘도 우려한 일이 벌어졌다. 리본이 매달린 나무 사이로 내려다보니 도저히 길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북쪽 대간 길

저 바위를 타 넘고 가는지 아니면 좌측으로 우회하는지 그도 아니면 우측으로 우회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한 장소에서 30분이나 허비한다. 여기가 '대야산 북측 100m 직벽. 백두대간 상 3대 위험구간

의 한 곳이 아닌가? 암벽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천 길 낭떠러지밖에 안 보인다. 암벽 우측으로는 등산로

가 보인다. 저 아래 어딘가로 대간 길이 있겠지 하고 내려선다. 이런 경우는 지도도 소용없다.

 

 

거대한 암벽을 낀 급경사지를 끝없이 내려온다. 직감적으로 대간 길이 이탈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기분이다. 주의를 좌측으로 집중시키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할

까 생각하면서 하산을 계속한다.  

 

지도상에는 나는 지금 피앗골을 내려가는 중이다.

대야산은 피앗골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모든 코스가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서는 생태계 복원 등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공휴일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

오고 나처럼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도 꾸준히 는다. 공단 측에서는 주요 등산로 입구에 출입금지라는

내판 설치와 대간 길목에 감시소 설치, 대간 길에 매달린 표식기를 제거하는 것 말고는 실제로 무단 입

에 대한 감시 감독 통제 행위는 없어 보인다. 대야산을 찾는 많은 등산객은 이런 사실을 현지에 와서 알게 

된다. 공단 측은 산속에서 많은 사람이 길을 두고 우왕좌왕하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

산금지와 별도로 산에 들어간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등산로를 정비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

 

 

'119구조 56 지점 안내판'

이런 식의 안내판에 용추골에서 피앗골 삼거리, 밀재, 대야산 피앗골, 순으로 위치번호가 매겨져 있다.

정상에서 촛대재 갈림길까지 약 2km는 경사가 심한 계곡 길이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과

자주 마주친다. '대야산 길 잘 아세요.' 한 분은 정상에서 북쪽 바위 좌측 협곡이 대간 길이라 한다. 맞는 말

이다. 그렇다고 지금 정상까지 2km를 어떻게 다시 올라간단 말인가? 지도에는 촛대재로해서 대간과 접속

하는 등로가 분명히 그어져 있다.

 

(10:40) 출입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는 뒤가 촛대재가는 길

다른 한 분은 일련번호가 인쇄된 지도를 갖고 있는데 56번에 촛대재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그 사람은 56

번을 지나온 것으로 착각하고 다음이 56번 일 거라고 한다. 다시 거꾸로 올라가다가 57번, 58번을 만나고

서야 56번이 지나온 것을 안다. 헛고생만 죽도록 하고 다시 내려온다. 오늘 산행은 실수의 연속이니 속된

말로 일진이 안 좋은 모양이다. 산신령이 돌아가라는 사인을 보내는 모양이다.

 

(11:00) 촛대재

길을 확인하고 나니 허기와 피로가 엄습하여 더 이상 걸을 기분이 안 생긴다. 오늘은 버리미기재까지만 가

서 마치자.

 

웬 놈의 바위는 이렇게도 많은지! 끝이 없는 밧줄 구간은 계속 이어지고...

 

(11:15) 촛대봉(668m)은 그냥 지나친다.

 

촛대봉에서 대야산 북측 직벽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험난한 3대 암릉구간으로 속리산 문장대 북릉, 대야산 북측 100m 직벽, 점봉산(미답)

이라고 한다.

 

불란치재

 

미륵바위에서는 대야산 전체가 조망된다.

 

곰넘이봉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721m봉은 그냥 통과 한다.

 

대야산 단풍

 

(12:30) 곰넘이봉(733m)에서 둔덕산이 잘 조망된다.

 

바위 사이에 끼여 용하게 생명줄을 붙들고 온 소나무가 지금은 산정을 주름잡고 있다.

 

용추골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단풍놀이 온 관광버스가 가득하고... 

 

북쪽 대간 길로 장성봉, 악희봉, 구왕봉, 희양산(흰 바위산) 조망되고

 

이어서 희양산, 시루봉, 이만봉, 백화산이 조망된다.

 

사진으로 보면 평범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길은 바위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약 5~6m를 바위만 붙잡고 내려

와야 한다. 바위 양쪽은 낭떠어지 미끄러지면 큰일 난다. 내려설 용기가 나질 않아 꼭대기에 걸터앉아 세

월아 가거라 한다. 손이 다 까져가면서 내려와 보니 올라가기는 쉬워 보인다.

 

(13:10) 버리미기재에 도착했다. 밀재를 출발한 후 5시간 10분 만이다. 밀재에서 버리미기재까지는 5.2km, 

정상적 통과 한다면 2시간 40분, 쉬는 시간 합쳐도 3시간이면 충분한데 11시에 도착해야 할 것을 오후 1시

에 도착했으니 2시간이나 허비한 셈이다. 점심 먹고 출발한다면 오후 2시가 된다. 은티재, 은티마을까지는

힘든 일이다.

감시초소에 기대어 산행일지를 마감한다.

內,外 선유동을 잇는 922번 지방도 위로 나들이 차량이 속도를 낸다. 

오늘 하루 일정을 망친 기분이라 식욕도 나지 않아 지금까지 물만 마시며 왔다. 배낭 속에는 싸서 온 점심

과 간식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가은 택시를 불러 놓고 멍청히 기다리는데 단체 대간 팀을 픽업하기 위해

스가 올라와 비좁은 감시초소 옆에 주차를 한다. 서울 사당동까지 간다고 한다. 운전기사는 좌석 여유가 있

으니 타고 갈 것을 권한다. 마침 택시가 도착하여 가은으로 간다. 이어서 문경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건너

편 곰탕집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문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탔다. 

 

 

 

                                                           2013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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