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15 밤티재~청화산~밀재

백두대간 밤티재~청화산~조항산~밀재

안태수 2013. 10.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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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이중환이 절찬한 청화산 자락

 

전란, 기근, 질역 등 이른바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은둔할 사람이 숨어들던 곳, 상상 속의 마을, 나라 안 제일의 명당, 청화산 동남쪽 산기슭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광정마을이 그곳 우복동천(牛腹洞天)다. 택리지의 이중환이 조선 천지를 돌아다니다 청화산 자락에 반해 호까지 '청화산인' 지으면서 여러 해를 머물렀다 한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당대에 벼슬에 오르고 은퇴 후는 큰 부자가 되고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소문에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많은 사람들이 살 만한 터전은 없었다. 살아생전은 발 못 붙였지만 죽어사후는 어떤가? 청화산은 소백산 줄기에서 속리산과 월악산의 중간에 솟은 산으로 산의 크기는 작지만, 양쪽 큰 산에 갇힌 형국으로 산도 많고 골도 많아 그 깊이는 상상을 초월하며 사람들의 접근이 불편하여 자연이 잘 보존된 상태다. 산은 돌로 만들어졌고 골짜기는 돌 천지고 돌 속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맑고 차 일년내 계곡을 적신다.

 

 

(06:30) 밤티재(531m)

전날 오후 남서울에서 청주로 가서 화북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오후 4시 40분 화북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속리산을 배경으로 하는 화북마을은 딴 곳보다 일찍 어두워지고 기온도 많이 낮다. 약 100m 남짓한 도로변으로 상가가 조성되어 있는데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문만 열어 놓고 주인은 소리쳐야 나타난다. 이곳 민박은 주로 단체로 기숙하는 방으로 꾸며져 있다. 큰 방을 혼자 사용하니 난방 연료 걱정까지 하게 된다. 주인아저씨가 새벽 6시 문을 두드린다. 나도 다 준비하고 기다리던 참이라 바로 밤티재로 떠난다.

     

  

주인아저씨와 작별을 하고 대간 진입로를 찾기 위해 주변을 꼼꼼히 살핀다. 늘재 방향 철책 담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철책을 비집고 들어가니 통행금지 입간판 뒤로 대간 길이 나타난다.

 

 

첫 번째 능선에 다다르니 나무 사이로 일출을 보게 되며.

 

 

붉은빛은 점차 엷어지면서 숲을 비집고 나와서는 닿는 곳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07:00) 경미산(696.2m) 통과 밤티재에서 1km를 약 30분간 숨 가쁘게 올라왔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등산 시작 후 30분은 서서히 호흡을 끌어 올리면서 멈추지 말고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걷는 것이 좋다.그래서 하루의 산행은 시작 30분에 달려있다고 한다. 지난주에 넘어온 속리산 연봉을 한눈에 보다니 감개무량하다.

 

 

늘재 뒤로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도 잘 보이고

 

 

산봉우리 돌아 다음 봉(628m)에 올라서니 청화산이 눈 앞을 가로 막는다.

 

 

청화산 서쪽 자락 뒤로 불쑥 솟은 대야산이 보이고 의상저수지 흘러드는 의상골이 더 넓다. 산 정상 부분에는 이미 낙엽이다. 참나무 떡갈나무는 단풍이 어떻게 들고 지는지 바삭 마른 잎새가 가지 끝에 매달리고 발빝에 뒹군다. 덕분에 앙상한 가지 사이로 사방이 둘러 보이니 코를 처박고 걷던 여름과는 딴판인 풍경이 연출된다.

 

 

32, 49번 지방도가 지나는 늘재 고갯길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운무가 낮게 깔려 비나 이슬이 온 것처럼 주위를 흠뻑 적셔 놓았다. 

 

 

잣나무 조림지

 

 

(08:00~08:20) 늘재(380m)는 괴산군 청천면과 상주 화북을 잇는 32, 49번 지방도가 지난다. 청화산 산행기점은 350년된 엄나무(보호수로 지정)와 성황당이 있는 늘재, 늘재는 고개 치고는 완만하다 하여 늘고개라고 하는데 지금도 늘재를 늘고개 또는 늘티라고 부르는 동네가 있다.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 (도넛츠, 사과, 커피) 

 

 

늘재에는 청화산 방면 공터에는 백두대간기념석, 성황당, 성황당유래비, 창고건물, 음나무/엄나무(320년 수령)가 있고

 

 

반대편에는 출입금지 입간판, 백두대간발원문비석, 낙동강  한강 분수령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청화산을 오르면서 첫 번째 만나는 이정표는 정상까지 2.4km를 가르킨다.

 

 

의자바위

정상으로 올라가는 곳곳에 바위군이 널려 있고 바위는 앞을 가리는 것 없는 훌륭한 전망대다.

 

 

큰 바위를 우측으로 돌면 밧줄을 잡고 올라간다.

 

 

靖國祈願壇

白頭大幹中元地 (백두대간 남한구간 중간 지점)

비석, 향로 2기, 제단용 반석이 있는 것을 보면 祭를 지내는 모양인데 비석에 기록된 내용들의 출처가 궁금

 

 

청화산 조망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광정마을과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일대가 나라 안 제일 명당이라는 牛腹洞天인가?

 

 

오르막 밧줄

 

 

청화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는 능선 마루마다 전망대다. 속리산 연봉과 산 아래로 뻗어내린 능선이 힘줄처럼 뚜렷하다.

 

 

바위 밑 통과

 

 

참빗살나무

 

 

 바위 옆을 지나

 

 

청화산 정상 헬기장

 

 

청화산 정상 이정표 (조항산 3.7km)

 

  

(10:10~10:30)청화산(984m)은 소백산맥이 서쪽으로 뻗어 내려오다가 속리산과 같이 솟아오른 원맥으로 북으로 괴산 청천면 동으로 문경 농암면을 경계하고 있으며 뒤로는 內外 선유동을 두고 앞으로는 용유동에 임해있다. 괴산군 청천면에는 퇴계 선생이 9달을 머물며 9 曲의 이름을 지었다는 內선유동과 인조, 숙종때 좌의정을 지낸 대학자 우암 송시열이 은거한 곳으로 그와 관련된 유적이 산적한 화양계곡이 있고 문경 가은에는 外선유동이 있다. 이 계곡에는 울창한 송림, 기기묘묘한 바위, 크고 작은 계류가 흐르고 그 사이로 沼와 潭이 넘쳐 맑은 물은 옥수에 비유하며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죽밭

 

  

조항산까지 가는 대간 등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직벽 암벽을 밧줄을 타고 내려서다.

 

 

조항산과 갓바위봉 조망

 

 

의상저수지

 

 

(12:20) 갓바위재 (769m)

 

 

천남성

 

 

조항산을 가까이서 보면...

 

  

남쪽으로 향한 사면은 거대한 화강석으로 둘러싸 있고 북쪽 사면은 부드러운 흙으로 덮혀있다.

 

 

(13:15~13:50) 조항산(953.6m)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와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 사이에 솟아 있는 산이다. 조항산 정상에서 서면 마치 구름 위에 오른 기분이다. 북쪽으로는 대야산과 장성봉, 희양산이 보이고 조령산 너머로는 주흘산과 월악산이 눈에 들어와 장관을 이룬다. 동으로는 문경시 농암면의 높고 낮은 산과 골짜기를 주름치마를 보는 듯하고 남으로는 청화산 너머로 속리산 주능선이 마치 톱날처럼 펼쳐져 있고 쪽으로는 백악산 줄기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야산과 중대봉, 마귀할멈통시바위와 손녀마귀통시바위가 나란히 일렬로 보이고...

 

 

고모치 이정표

 

 

(14:30) 고모치

조항산에서 고모치까지는 심한 내리막 경사지며 넓적한 바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한 5분간 기절한 듯 누워 있었다. 꼼짝도 않고 누워 있으니 죽은 사람처럼 편안했다. 집에 와 보니 멍든 자국은 없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통증은 계속되었다.

 

 

고모샘 (石間水)

 

 

마귀할멈통시바위 손녀마귀통시바위 조망바위라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로 봉우리 전체가 엄청난 화강암 덩어리다.

 

 

(15:10) 통시바위 갈림길

 

 

(854봉) 고질라바위에서 지나온 조항산과 그 뒷쪽  조망

 

 

여러집이 겹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집채바위라 이름 지었구나 

 

 

중대봉은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습

 

 

대야산 화강암 암봉 조망

 

 

 (16:25) 밀재(701m)는 가은과 괴산을 이어주는 고갯길로 지금은 등산로로 사용되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대야산 가고 남쪽은 조항산으로 가는 길이다. 밀재 동쪽은 가은으로 가는 하산 길로 산죽군락, 떡바위, 월영대, 용추, 가마소, 무당소 등 시원한 계류와 나란히 가서 가은의 外선유동을 만난다. 서쪽으로는 화양골을 따라 내려가다가 농바위마을을 지나 삼송리 이평리에 다다른다.밀재 현장에는 출입금지 입간판 외에는 다른 안내는 없다. 

 

   

(16:25) 밀재에서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이평(5.2km)으로 하산할 것인가 문경시 가은(4km)으로 하산할 것인가를 놓고 손바닥에 침을 얹고 침점을 봤다. 당초에는 대야산을 넘어 버리미재로 하산할 예정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하산을 서둘려야 할 상황이다. 시계도 하산을 재촉하는 경고음을 보낸다. 1차 목적지가 청주이니깐 청주가 조금이라도 가까운 이평 쪽을 선택해서 화양골 농바위마을 삼송리 이평으로 발길을 서두른다. 화북에서 5시 40분 막차가 이평을 통과하는 시간이 대략 6시 전후 5.2km를 1시간 35분 안에 이평까지 주파해야 한다. 그 후로 서울까지는 일사천리다. 용변 볼 시간까지 절약하면서 부지런히 걸어 농바위마을에 도착했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버스정류장까지 거리를 물어보면 20분 정도 남았다는 똑같은 대답에 황당했다. 마침 지나가는 봉고트럭을 얻어 타고 이평버스정유소에 도착하니 5시 40분 50분에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로가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젖은 옷 사이로 저녁 찬바람이 스며들어와 한기를 느낀다. 저체온증은 이렇게 찾아드는 모양이지. 

   

 

 

 

 

                                                          2013년 10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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