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8 구룡령~갈전곡봉~조침령

백두대간 구룡령~갈전곡봉~연가리골샘터~쇠나드리고개~조침령

안태수 2015. 8. 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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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어느듯 설악 준령峻嶺으로 들어선다. 


7월 한 달은 태풍과 장마가 번갈아 오면서 하루도 빤할 날이 없고 잠시 해가 났다 싶으면 무더위가 기성

부려 백두대간 행차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말았으니 8월이 바쁘게 되었다. 이제 강원도 고성 진부령

까지 남은 지도가 구룡령~조침령, 조침령~한계령, 한계령~진부령 석 장이다. 마지막 장만 남겨두고 2장

을 챙겨 집을 나선다. 구룡령부터 시작이다. 하루 전 구룡령 부근에서 숙박하고 다음 날 새벽에 산행하기

로 하고 전화로 숙소(민박, 산장, 펜션)를 찾아보았으나 휴가철이라 빈방이 없다. 구룡령은 양양에서 제일

가깝다. 그러면 양양에서 하룻밤 자고 택시로 이동하는 방법과 서울서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양양에 도착

하여 택시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자를 선택하여 밤 2시 10분 양양시외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구룡령까지는 30분 거리 요금은 40,000원 정도 심야할증을 적용하면 50,000원

이 나온다고 한다. 터미널에는 이 시간에도 여러 대 택시가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고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생수(500mL), 뜨거운 물(컵라면용)을 챙긴다. 4시에 구룡령을 출발한다면 지금 떠나면 구룡령에서 1시간

을 기다려야 한다. 도착 즉시 출발해도 되지만 캄캄한 산속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03:40) 구룡령(1,013m) 정상

구룡령은 백두대간 마루금 접속 길이 가장 먼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택시요금으로 거리를 환산해 보면

40km 이상이다. 밤길 대간 마루금으로 올라가는 56번 국도는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암흑의 천지를 이루

고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천천히 갑시다" "낮에도 차가 없습니다." "평소 너무 한적하여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들의 훈련장소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다가 서림 조침령 갈림길도 지나고 구룡령 중턱쯤에 갈천리

마을도 소개한다. 너럭바위에서

약수가 솟아나면서 갈천리는 오지마을에서 일약 잘살게 된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밤하늘엔 반달이 촘촘히 박힌 별들과 내려보고 있다. 여명이 시작되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택시

기사는 나 혼자 두고 가는 것이 안쓰러운지 잠시 동무해 주겠다고 하는데 친절에 감사하고 혼자 있겠다고

하며 돌려세운다. 이럴땐 별자리 공부라도 좀 해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이니 바람이 차다. 한기가 느껴지면 이내 불안해지는데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 두려움, 외로움,

불안감 등 모든 공포에서 벗어난다. 바로 진행하면서 밝은 아침을 나서서 만나자.

 

(04:00) 구룡령 출발 지점은 고개 정상에서 홍천 방향으로 약 50m 우측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

있고 안내판과 리본이 있어 금방 안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5분여 4~50m 올라가면 능선 정상부에 다다른다.


진고개 22km (1시간 40분), 조침령 21km (10시간)이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반긴다. 거리와 소요시간을

비교해 보니 진고개 구룡령 구간이 더 힘이 드는 모양이다. 백두대간은 오대산 권역을 지나 설악산 권역에

어서면서 그사이 산세는 전체적으로 낮은 구릉지 지형을 형성한다. 낮다고 해도 잦은 봉우리마다 1,000m

전후다. 드디어 점봉산이 가까워지면서 설악의 장엄이 시작된다.


헤드램프가 갈 길을 비춘다. 램프가 밝히는 한 치 앞을 의존하여 여명이 시작할 때까지 어둠을 걷는다.

대간 마루금은 참나무, 단풍나무 활엽수가 수종을 이루며 하늘을 덮는 울창한 숲 터널을 이루고 있다.


(04:40) 구룡령 옛길 정상(1,121봉)은 백두대간 구룡령과 조침령 가는 길에 있으며 양양군 서면 갈천리

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구룡령 옛길이 지나간다. 구룡령~구룡령 옛길 정상~갈천리 약 3km는 사람

의 손이 덜 탄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명승길로 알려져 있다. 명개리와 갈천리는 나라 안 오지 중의 오지 지

금도 사람이 귀하다. 


개 짖는 소리 같은데 개가 여기까지 올라오리는 만무하고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가는 길

을 멈추고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헤드랜턴을 소리 나는 방향으로 비추고 스틱을 서로 부딪쳐 딱딱한 소

리를 낸다. 잠잠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요란한 발자국 소리로 허세를 부리며 진행한다.

   

(05:20) 1,063봉 통과 즈음 여명이 시작된다.

 

서쪽 하늘은 반달이 푸르게 밝히고

 

동쪽 하늘은 옅은 구름이 잔뜩끼어 일출을 가린다.


갈전곡봉 직전 안부에 도착하니 날이 완전히 밝았다. 안부에서 우측으로 양양군 서면 갈천리로 내려가고


(06:10~40) 갈전곡봉(1,204m)은 구룡령~조침령 구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해발고도 1,013m 구룡

령을 출발한 대간 마루금은 고도는 높지만, 구릉지처럼 생긴 지형 때문에 山다운 봉우리는 없고 고도차 100

여 미터 내외의 언덕 같은 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반복해서 오르내리다 보

면 나도 모르게 지친다.   


갈전곡봉에서 아침을 먹어 둔다. 서울 강남서 밤 11시 30분 고속버스를 타면서 집에서 준비한 김밥과 컵

라면에 양양시외버스터미널 편의점에서 담아 온 온수를 부어 끓인 미지근한 컵라면, 산행 초장이라 그런

대로 속에서 받는다. 마누라는 김밥이 쉰다고 걱정을 한다. 서울 안 가 본 놈이 이긴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얼린 물통 750mL 3개 사이에 김밥, 복숭아, 빵 등 쉴만한 음식을 담고 500mL 이온음료와 생

수 350mL 온수를 따로 준비했다, 물의 무게만 3.6kg/3,600mL를 준비한 것이다. 찬 얼음물!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갈전곡봉에서 좌측으로 가칠봉 가는 길이 있다.

백두대간 안내서에는 잘못 정신줄을 놓았다가는 표시 리본이 많이 달린 가칠봉 방향으로 빠지기 쉬우니 조

심하라고 했다. 이정표 방향이 확실하게 놓여 있으니 그런 실수는 없겠다.


이런 고목은 확실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아침 햇빛을 받아 형광 오렌지 색으로 변한 동자꽃


똑같은 구릉지와 안부에 참나무 종류가 주종을 이루며 숲을 이루고 있고 허리 높이의 철쭉과 산죽이 등산

로 주변을 메우고 넓은 구릉지에는 여름 야생화가 만발을 한다. 보기 좋은 꽃놀이도 하루 이틀이라고 계속

만나니 지루하기 짝이 없다.


(07:05) 1,017봉 통과


1,016봉 통과


모싯대가 지천이다


사람도 별로 안 다니는데 웬 의자는!

이런 곳이 지도에 높이라도 표기 되어 있으면 그나마 대행이고 대부분 이름 없는 무명봉이다.

 

이런 곳을 대충 세어보니 15개소 이상이 된다.


고사목


(08:20) 왕승골 안부(810m)는 인제군 기린면 조경동과 양양군 서면 갈천리 왕승골의 갈림길이다.

조침령은 12.9km 남음


(09:25) 968.1봉 통과


(10:30) 1,020봉 통과


나무 밑동 구멍에서 짐승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10:50~11:10) 연가리골 샘터에서 물장난치느라 잠시 지체 

등로 가까이 샘터가 있다고 해서 신경을 쓰며 찾아본다. 이정표에 매직으로 화살표를 주욱 그어 놓고 3분

거리라 적혀 있다. 짐을 몽땅 내려놓고 빈 물통만 쥐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간다. 100m 정도 내려가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샘이 아니고 개울이다. 계곡 상류 수맥이 바깥으로 형성되어 갈수기에는 물웅덩

이가 되어 샘이라고 부르고 우기에는 개천을 이루는 곳이다. 머리 감고 세수하고 몸에 끼얹고 수건에 물 적

시고 물통에 물 가득 담으니 하늘을 나를 것 같다. 


연가리골 이정표는 조침령 9.2km 가리킴


(11:30) 경진봉(950.9m)


무명봉 통과

구룡령 조침령 구간에서는 해충 특히 진드기에 조심하라고 한다. 진드기가 살을 파고 들어가니깐 핀셋

바르는 약과 사전에 덤비지 못하게 뿌리는 약도 준비했다. 구룡령 조침령 구간은 구간 중 낮은 구릉지와

로 형성되어 동식물의 서식이 환경이 양호한 따라서 해충들도 득실거린다. 눈에 띄는 것은 말벌,

보통벌, 특히 눈꼽파리는 산행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다닌다. 해충제를몸에 뿌렸지만, 너무 많이 달라붙

어 감당을 못해 내가 포기하고 만다. 눈꼽파리는 땀에서 나는 냄새와 소금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얼굴에

땀이 고이는 곳은 눈,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눈꼽파리라는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잠시 개활지로 나오

면 어디론가 사라진다.       


무명봉 통과


(12:30~13:00) 임선봉(1,069m) 점심을 한다.

김밥은 아직 싱싱하다. 배낭을 꾸릴 때 복숭아를 3개 담으니 마누라가 한마디 한다. "무거운데 하나 빼지요."

개인적으로 산에서 과일이 최고 먹기 좋은 음식이라 생각한다. 장거리 산행을 하다 보면 음식 챙기는 일이

제일 걱정된다. 빵, 초콜릿, 과자, 육포 등은 침을 말려 갈증을 더 유발케 한다. 복숭아 반쪽, 말린 망고로

배를 채운다. 감 말랭이는 텁텁해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짭짤한 흑사탕을 물고 출발한다.


조침령 5.8km 남음


낙타 형상을 한 고사목


(13:30) 바람불이 삼거리 통과

바람불이 삼거리에도 바람이 없는 날이다. 동해쪽으로 면한 능선이라 웬만하면 바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정말로 더운 날이다. 금새금새 수건이 푹 젖는다. 알탕이 제일 그립다. 


(14:20) 양양군 서면 황이리 갈림길 통과 조침령 4.1km 남음


(14:50) 830봉 통과


쇠나드리고개에서 조침령 방향을 가르키는 표시판 조침령 1.5km 남음


(15:30) 쇠나드리 고개(옛 조침령) 통과


802봉 통과


796봉 통과


고목


(16:20) 목제 데크로드를 통과하면 조침령이다. 길이는 약 30m 정도 본래의 길은 데크를 깔고 난 뒤

나무가 사라져버렸다. 작은 계곡을 넘는 모양이다.   


민소매 런닝 차림 꼬라지


조침령 임도와 만나다.

임도에 내려서니 차가 지나다닐 정도의 훌륭한 도로다. 좌 우 어느 쪽이 조침령 고개인지 알 수가 없다. 잠

시 망설다가 지형을 살펴보니 우측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우측으로 약 100m 올라가면서 헬기장도 보고

군부대에서 설치한 조침령 표지석도 만나고 이내 거대한 돌덩어리가 나타난다. 조침령 표지석이다. 



군부대에서 세운 표지석 

1984년 군 공병대에서 인제 기린면 방동에서 양양 서면 서림까지 21km 임도(군사도로)를 개설하면서 일

반인의 조침령 통행이 훨씬 수월해고 지금은 터널이 뚫려 일대가 신천지가 된 것이다.  


(16:30) 조침령(鳥寢嶺 770m) 도착

새도 자고 넘는다는 고개 조침령 나도 무사히 넘을까 속으로 걱정 많이 했는데 별 탈 없이 무사히 도착해

기쁘다. 오늘 종주 소감을 피력하면 한마디로 백두개간 구간 중 가장 밋밋한 구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산

이라고 내세울 만한 곳은 갈전곡봉 한곳 나머지는 이름없는 무명봉들로 백두대간에 있어 다행으로 저지

에 있었더라면 구릉지라 놀림을 받았을 것이다. 나무는 울창해 하늘을 가리고 전망처라고 표시된 곳에서 조

조망이 안 되고 바람 한점 벌과 눈꼽파리에 시달리며 종주 내내 앞만 보고 걸은 셈이다. 사계절 중

여름이 최악이고 내일 조침령 한계령 코스의 출발점이다.

  

조침령 표지석과 기념촬영


(17:00) 조침령터널관리사무소

조침령에서 위쪽으로는 서림 방면이고 아래쪽으로 내려서야 진동삼거리 터널 입구로 나온다.

터널 입구까지 2km 30분 걸린다. 비포장도로를 타박타박 굽이굽이 돌아내려 왔다. 예약한 곰배령 펜션은

진동리 방면으로 약 200m 지점에 있다. 계속 걷다 보니 도로 옆 계곡 건너에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계곡은 수량이 풍부하다. 알탕도 가능할 것 같다. 집에 아무도 없어 그늘진 벽에 등을 기대니 알탕이고 뭐고

잠이 온다.     





                                                         2015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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